[데스크시각] 가덕신공항이 그렇게 만만합니까

임은정 기자 2023. 2. 2. 03: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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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광석화처럼 흘러가는 모양새다. 코로나 이전 연간 1700만 명이 이용하면서 도떼기 시장같았던 김해공항을 대체할 가덕신공항 건설 확정까지 부산이 20여 년 비포장길을 걸어왔다면, 대구는 지난해 대선 당시 윤석열 대통령 후보에게 대구경북통합신공항(TK신공항)의 필요성을 언급한 홍준표 대구시장의 발언을 시발로, 고속도로를 달리는 양 거침없다.

윤 대통령 집권 이후 홍 시장의 TK신공항 거론이 잦다 싶더니 지난해 연말부터 본격화했다. TK신공항이 확정된 경북 군위군의 대구시 편입 법률안이 지난해 12월 초 국회 본회의를 통과함에 따라 군위군은 오는 7월 1일부터 대구시에 편입된다. 그 즈음 홍 시장은 공공연히 국회에 계류 중인 TK신공항특별법 통과에 자신감을 내비쳤다. 급기야 지난달 27일 TK정치권은 정부와 여야 간담회에서 TK신공항, 광주군공항 이전 특별법을 2월 임시국회에서 한꺼번에 통과시키기로 합의했다. 국민의힘 주호영 원내대표, 추경호 부총리 등 정부 핵심 인사도 함께였다. 주 원내대표는 “(TK신공항) 재원 마련은 기부 대 양여(대구공항을 매각해 건설비 마련)를 기본으로 하되 불가피하면 국고를 지원한다는 조항을 기획재정부가 반대하지 않고, 예비타당성조사(예타)도 면제할 수 있다는 답변을 받았다”고 밝혔다. 사실상 기재부가 국비 지원, 예타 면제 등 파격적인 약속을 했고, 지역 현안 간담회에 이례적으로 부총리까지 참석해 힘을 실어줬다. 여기다 2년 전 가덕신공항특별법 심의 당시 ‘가덕신공항 7대 불가론 자료’를 내며 반대했던 국토부가 올해 업무계획에 TK신공항특별법 제정을 포함시킨 것도 ‘달리는 말에 채찍질’을 한 격이다. 일련의 속도전에 일부 TK 언론은 특별법 제정이 9부 능선을 넘었다고 보고 있다.

대구가 특별법 통과에 강한 드라이브를 걸며 관문공항을 향해 질주하는 동안, 부산은 2년 전 특별법 통과 이후 지금까지 신기술 공법 논쟁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지난해 부산시장 보궐선거 당시 박형준 시장이 전 세계 유일의 ‘플로팅(물 위에 뜨는 부유식 구조물 위에 건물을 짓는 공법) 공항’을 제시한 이래 ‘맞네, 안 맞네’ 공방으로 시간만 흘려보냈다.

시와 국민의힘 부산의원들은 가덕신공항이 TK공항보다 행정절차가 앞서 있다는 등의 이유로 괜찮다고 하지만 현실은 호락호락하지 않다. 육지에 들어설 TK신공항 특별법이 통과된다면 정부와 여당 핵심을 장악한 지역 인맥을 등에 업고 일사천리로 진행할 가능성이 크지만, 가덕신공항은 아직 공법도 정하지 못했다. 국토부는3월 중 공법을 확정할 방침이지만 시가 공기단축 등의 최선책으로 제시한 ‘매립식+부유식(하이브리드)’ 공법을 채택한다는 보장도 없거니와, 그렇다고 애초 국토부가 전제로 한 매립식으로 결정나면 2030년 이전 개항은 불가능하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중론이다. 2030세계박람회 부산 유치가 실패한다면 가덕신공항의 운명은 아득하기만 하다.

그간 별다른 대응을 않던 시와 지역 정치권은 상황이 심상치 않자 최근 부랴부랴 회동을 갖고 ‘가덕신공항건설공단법안’을 발의했지만 ‘뒷북’이라는 비난을 면치 못한다. 부산 정치권과 시는 20여 년 영남권 공항 건설을 둘러싸고 두 지역의 갈등으로 엎어진 사례가 많아 지역 간 경쟁구도는 ‘긁어 부스럼’이라는 인식이 깊다. 지난달 30일 긴급 간담회에서도 가덕신공항의 조기 착공을 촉구했지만 TK신공항은 언급하지 않았다. 시의 논리대로라면, 지역간 경쟁하듯 비치면 수도권에 지방공항 무용론 빌미를 줘 피해를 보게 되는 건 TK신공항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아니, 걸출한(?) 홍 시장과 여권 핵심 인사들의 든든한 지원사격으로 경쟁구도 정도는 대수롭지 않을지도 모르겠다.


TK신공항 특별법안에는 가덕신공항을 넘어선 규모의 신공항을 2030년 개항하겠다며 남부권 관문공항을 목표로 하고 있다. 정부가 윤 대통령 공약인 ‘2030년 이전 가덕신공항 개항’ 로드맵은 제대로 제시하지 않은 상황에서 노골적으로 TK신공항을 밀어주는 모습을 보니, 부산이 참 만만한가 싶다.

임은정 메가시티사회부 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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