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사비 올라 분담금 7억이나 내라고? 차라리…”

신수지 기자 2023. 2. 2. 03: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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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건축 분담금 폭증에 조합원 패닉… 일부선 입주권 팔거나 포기할듯

최근 건축 자재 값 상승으로 공사비가 오르면서 예상을 훌쩍 뛰어넘는 분담금을 받아든 재건축 조합원들이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부산 재건축 대장으로 꼽히는 부산 수영구 남천동 ‘삼익비치’ 재건축의 경우 34평(전용면적 84㎡) 아파트를 가진 조합원이 내야 하는 분담금이 무려 6억8200만원에 달하는 것으로 추산됐다. 최근 조합원 분양 신청을 받고 있는 서울 강남구 일원동 ‘개포한신’ 역시 높은 조합원 분양가에 조합원들이 술렁이고 있다.

재건축 규제 완화로 올 들어 재건축 추진 단지가 크게 늘고 있으나 높아진 공사비 탓에 조합원 부담이 급증하면서 사업 진행에 난항을 겪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지난해 서울 용산구 ‘산호아파트’ 재건축은 과도한 분담금 문제로 사업 자체가 좌초될 위기를 겪기도 했다.

◇부산 84㎡ 조합원 분양가가 17억원 ‘패닉’

1일 정비업계에 따르면, 최근 부산 삼익비치 재건축 조합은 ‘조합원 분양 신청 안내문’에서 조합원 분양가를 3.3㎡당 4500만원으로 통보했다. 2017년 조합원 분양을 했던 인근 ‘삼익타워 재건축(남천자이)’ 조합원 분양가(3.3㎡당 1775만원)와 비교하면 약 5년 만에 2.5배로 높아진 것이다.

1979년 준공된 삼익비치는 재건축을 통해 기존 최고 12층 33동 3060가구에서 최고 25~60층 규모의 아파트 12동, 테라스 하우스 5동 3325가구로 탈바꿈할 예정이다. 광안리 해변을 조망할 수 있는 입지인 데다 사실상 1대1 재건축으로 조합원 분양가가 높을 것이라는 관측은 많았으나, 실제 예상을 뛰어넘는 분양가에 조합원들은 당혹해하는 분위기다. 전용면적 84㎡ 평균 분양가가 17억935만원으로, 현재 84㎡를 보유하고 있는 조합원도 같은 평형을 받으려면 분담금 6억8195만원을 더 내야 한다. 전용 74㎡를 보유한 경우 84㎡를 받으려면 8억3000만원을 추가로 내야 하는 것으로 추산됐다.

재건축 분담금은 조합원이 기존 자산 가치(권리가액)를 초과해 분양받는 경우, 추가로 분담해야 하는 금액을 뜻한다. 한 조합원은 “각오는 했지만 조합원 분양가가 4000만원대를 넘어설 줄은 몰랐다”며 “분양 신청을 할지 고민해봐야 할 것 같다”고 했다. 또 다른 조합원도 “기존 주택의 자산 가치가 제대로 반영되지 못했다는 느낌을 받는다”고 했다.

◇“현금 청산 고민하는 조합원 늘 듯”

최근 분양가가 급등하는 것은 건축 비용이 올랐기 때문이다. 올해 레미콘 가격은 작년보다 10.4% 올랐다. 전기요금 인상에 따라 철근 가격도 들썩이고 있다. 건설에 투입되는 원자재와 인건비 변동 등 건설 부문 물가지수(건설공사비지수)는 최근 2년간 24% 급등했다. 건설업계 관계자는 “건설 자재비뿐 아니라 금융 비용도 급등해 분양가 인상은 불가피하다”고 말했다.

최근 조합원 분양 신청을 받고 있는 서울 강남구 일원동 ‘개포한신’ 역시 전용 84㎡ 조합원 분양가가 21억원으로, 3.3㎡당 6000만원을 넘어선다. 일원동의 한 공인중개업소 대표는 “전용 84㎡ 기준 같은 평형을 분양받을 때 추가 분담금이 3억~4억원 수준인 것으로 알고 있다”며 “금융 비용과 공사비가 높아지면서 향후 분담금이 더 늘어날 가능성이 있다”고 했다.

지난해 8월 서울 용산구 원효로4가 ‘산호아파트’ 재건축은 높은 추정 분담금 탓에 사업이 무산될 위기를 겪기도 했다. 당시 기존 전용 113㎡를 보유한 조합원이 재건축 후 비슷한 크기인 112㎡를 선택했을 때 7억2000만원의 분담금을 내야 하는 것으로 추산됐다. 향후 부과될 재건축 초과이익 부담금까지 포함하면 10억원에 가까운 돈을 추가로 내야 한다는 전망이 나오자, 일부 조합원들이 반대하면서 사업 시행 계획안이 부결됐다. 작년 11월 조합이 용적률 목표를 300%까지 올려 일반 분양 물량을 확대하겠다는 방안을 내놓으면서 사업 시행 계획안이 간신히 통과됐다.

업계에선 높아진 분양가를 부담할 여력이 없어 입주권을 팔거나 현금 청산을 선택하는 조합원들이 늘어날 것으로 전망한다. 삼익비치 인근 한 공인중개사는 “추정 분담금을 통보받은 집주인들의 매도 문의가 계속 이어지고 있다”고 했다. 김제경 투미부동산컨설팅 소장은 “목동처럼 사업성이 좋은 일부 단지 외에는 조합원 분양가 문제로 갈등을 겪는 단지가 속출할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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