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현실주의 거장을 갑자기 떠나게 한 ‘대동맥 판막 협착증’

김철중 의학전문기자 2023. 2. 2. 03:02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명작 속 의학] [46] 호안 미로의 ‘화려한 날개의 미소’
호안 미로가 1953년에 그린 〈화려한 날개의 미소〉. 선사시대 동굴 그림에서 영감을 얻었다. 그림 배경에 자기 손자국을 남겼다. /www.Joan-Miro.net

스페인 화가 호안 미로(1893~1983년)의 그림을 누구나 한 번쯤 봤지 싶다. 단순하면서 기묘한 상징 기호와 천진난만하고 유쾌함이 있는 도형이 그림에 등장한다. 미로를 초현실주의 화가라고 하는데, 소박한 색채와 형태는 현실적이다. 색깔과 모양이 얼마나 앙증맞은지, 우리나라에서 라면 포장지에 그의 작품이 쓰이기도 했다.

그는 90세 된 해 크리스마스 날 스페인의 아름다운 섬, 축구 선수 이강인이 뛰고 있는 마요르카에 있는 자택에서 심장마비로 죽음을 맞았다. 정확한 사인은 알려지지 않았으나, 예상치 못한 돌연사인 것으로 보아 대동맥 판막 협착증으로 추정된다. 심장 피가 대동맥으로 뿜어져 나가는 관문이 딱딱해져서 잘 열리지 않는 상태로, 대동맥으로 나가는 혈류가 급격히 줄면 종종 급사가 일어난다. 그는 마라토너 황영조가 뛴 바르셀로나 몬주익 언덕에 안장됐다.

국형돈 한양대병원 심장내과 교수는 “대동맥 판막은 하루에도 수만 회 여닫히는 과정을 반복하다 보니, 사람이 늙는 것처럼 판막도 함께 노화하고 종국에는 잘 열리지 않게 된다”며 “대표적 노인성 심장 질환으로, 80대 이후 10% 이상이 판막 협착을 보인다”고 말했다.

중증 판막 협착증은 약물로 치료 안 되고 판막을 교체해야 생존율이 높아진다. 그동안 수술로 판막을 갈아 끼우는 판막 치환술이 표준 치료였으나, 전신 마취와 가슴을 여는 수술이 고령 환자에게 부담이었다.

요즘 이를 대체하는 경도관 대동맥 판막 이식술(TAVI·타비)이 주목받고 있다. 국형돈 교수는 “타비는 전신 마취 없이 사타구니 옆 동맥에 가느다란 관을 넣어 대동맥에 올려서 시술한다”며 “기존 낡은 대동맥 판막에 새로운 인조 판막을 덧씌워 설치하는 방식”이라고 말했다. 시술은 보통 1시간 걸린다. 비용은 3000만원 정도인데 80세 이상은 건강보험을 적용 받아 10% 이하의 비용만 내고 시술을 받을 수 있다.

미로가 세상을 뜨자, 스페인은 세상에서 가장 찬란한 꿈과 색을 선사한 인물이 사라졌다고 애도했다.

Copyright © 조선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