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사일언] 습관이 선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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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추얼’(책읽는수요일·2014)은 미국 작가인 메이슨 커리(Mason Currey)가 지난 400년간 가장 위대한 창작자의 일상을 기록한 책이다. 리추얼은 반복되는 의식으로 일종의 습관이라고 말할 수 있다. 이 책에 따르면, 창작자는 세 가지 유형으로 나뉜다. 엄격히 통제하는 유형, 즉흥적이고 무계획한 유형 그리고 육아, 직장 때문에 루틴을 만들 수 없는 유형. 헤밍웨이는 그날 쓴 단어의 수를 기록해 두는 것으로 글쓰기에 대한 책임감에 충실하고자 했다. 토니 모리슨은 직장 때문에 규칙적으로 글을 쓸 수 없었다. 대신 주말과 동 트기 전에 서둘러 글을 썼다.
개인적으로 무계획한 유형보다 엄격하게 자신을 통제하는 인물에 관심이 갔다. 내가 아는 창작자 대부분은 작업실에 틀어박혀 활로를 찾는다. 기술이 없으면 영감은 작품으로 실현되지 못하는데, 기술이야말로 악기, 캔버스, 책상 앞에서 완성되기 때문이다.
반복되는 일상은 비단 창작자들에게만 중요한 건 아니다. 코로나로 인해 나를 비롯한 주변 사람 모두 ‘습관의 붕괴’를 경험했다. 습관이 무너지면서 정신적, 육체적 고통을 호소하는 이도 늘었다. 우리 가족도 그랬다. 화상 회의를 하는 동안 아이가 화면으로 돌진했다. 문제집을 풀던 아이는 청소기 돌리는 소리에 버럭 화를 냈다. 우리 가족은 함께 살아본 적 없는 것처럼 말다툼했다. 모두가 언택트로 인한 소외감을 호소할 때, 우리는 접촉의 홍수 속에서 서로에게 질려가는 중이었다.
습관의 붕괴에 대처하기 위해선 새로운 습관을 만들어야 했다. 나는 ‘모드’를 바꾸는 시간을 줄였다. 컴퓨터 앞에 앉기 전에는 음악을 틀어 집중력을 끌어올렸다. 급한 메모는 타자 대신 휴대전화 녹음 앱을 사용했다. 새 습관에 적응하자, 삶이 붕괴된다는 우울감에서 조금씩 해방되었다. 마스크 쓰는 생활에 익숙하기까지 3년이 걸렸으니, 습관을 만드는 데 더 많은 시간과 노력이 필요한 건 당연할 터이다. 그런데도 우리가 자신만의 의식이나 습관을 만들어야 하는 이유는 타인의 방해로부터 나를 지킬 때, 비로소 타인과 조화로운 삶을 영위할 수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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