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과 종교] 상대가 어떤 사람인지를 알려면
우리는 집, 학교, 직장, 사회, 그 어느 곳에서든 타인과 긴밀하게 관계를 맺으며 살아간다. 정서적인 교류뿐 아니라 함께 팀을 이뤄 구체적인 일들을 해나간다. 어떤 사람을 만났느냐가 나의 성공과 실패에 큰 영향을 주기도 한다. 그러니 나 자신을 위해서라도 사람을 파악하는 일이 정말 중요할 수밖에 없다. 좋은 사람을 가까이에 두고 나쁜 사람은 멀리 해야 하니 말이다.
문제는 상대가 어떤 사람인지를 어떻게 아느냐는 것이다. 사람을 파악하는 일이 쉬웠다면 상대방 때문에 골머리를 앓는 일은 드물었을 것이다. 상대방 때문에 당황하는 일도, 실망하거나 배신당하는 일도 별로 없었을 것이다. 하지만 현실은 그렇지 못하다. 그래서 심리학에서는 사람을 살피는 다양한 방법을 제시해 왔다. 동양에서도 오래전부터 이와 관련한 가르침이 전해오는데 논어 ‘위정(爲政)’편에 나오는 공자의 말을 보자. “그 하는 것을 보고, 그 말미암은 이유를 살피며, 그 편안히 여기는 바를 살펴본다면 사람이 어찌 자신을 숨길 수 있겠는가(子曰, 視其所以, 觀其所由, 察其所安, 人焉廋哉?).”
먼저 ‘그 하는 것을 본다’란 외부로 드러난 그 사람의 행동을 확인하라는 것이다. 행동이 올바른지 아닌지를 보면 어느 정도 사람됨을 파악할 수 있다. 그런데 속마음과 행동이 다른 사람이 있을 것이다. 위선자여서, 혹은 이해타산을 따져서 착한 척 행동할 수 있다. 반대로 선한 사람이 어떤 이유가 있어 나쁜 행동을 할 수도 있다. 공자가 ‘그 말미암은 이유를 살피라’라고 말하는 것은 그래서다. ‘저 사람이 저렇게 행동한 이유는 무엇일까?’, ‘무엇이 저 사람을 움직이게 하는가?’, ‘저 사람의 가치관과 삶의 기준은 무엇일까?’를 면밀하게 살피다 보면 그 사람을 더욱 잘 이해할 수 있게 된다.
여기에 공자는 한 가지를 더 추가한다. ‘편안히 여기는 바를 살펴보라’다. 어떤 사람을 친구로 두는가, 어떤 사람과 있을 때 편안함을 느끼는가, 무엇을 할 때 즐거워하는가를 보면 그 사람의 성향을 알 수 있다. 그가 무엇을 갈구하고, 무엇을 욕망하는지를 보면, 또 어떤 것을 충족했을 때 가장 만족감을 느끼는지를 보면 그 사람이 추구하는 바를 알 수 있을 것이다.
물론 이 세 가지를 다 했다고 해서 내가 저 사람을 다 알았다고 자신해서는 안 된다. 일찍이 중국 당나라 때 시인 백거이(白居易)는 “옥은 사흘만 불에 넣어 보아도 품질을 알 수 있지만 사람은 7년은 족히 기다려야 가릴 수 있다”고 했다. 아니, 7년도 부족할 수 있다. 20년 넘게 믿고 의지하던 사람에게 뒤통수 맞는 일도 있으니 말이다. 그 사람과 오랫동안 지내오며 잘 안다고 생각했는데, 나의 예상을 깨뜨리는 일들이 얼마나 많은가. 그러므로 공자의 이 가르침은 한 번에 판단하고 결론을 내라는 것이 아니라 꾸준히 계속 이렇게 상대를 살펴보라는 당부로 봐야 한다.
더욱이 공자의 이 말은 그 사람이 좋은 사람인지 나쁜 사람인지를 판가름할 때만 쓰이는 것이 아니다. 누군가와 친해지고 싶다면 그 사람의 성향을 파악하고 그 사람의 스타일에 맞춰줘야 한다. 그럴 때 그가 어떻게 행동하는지, 그렇게 행동하는 이유는 무엇인지, 그가 편안하게 생각하고 즐기는 것은 무엇인지를 파악하는 것만큼 효과적인 방법은 없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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