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동칼럼] 연금전문가들은 왜 의견이 갈릴까

기자 2023. 2. 2. 03: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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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 연금특위 민간자문위원회가 요청받은 1월 말까지 연금개혁안을 만들지 못했다. 국민연금 보험료율은 올리지만 소득대체율에서 ‘유지’와 ‘인상’을 두고 첨예하게 의견이 갈렸다. 사실 이는 아주 오래전부터 형성된 평행선이다. 왜 이리 연금전문가들은 소득대체율을 두고 의견이 갈릴까?

오건호 내가만드는복지국가 정책위원장

무엇보다 국민연금의 미래 재정에 대한 평가가 다르다. ‘유지론’은 미래 재정이 무척 불안하다고 본다. 올해 국민연금기금이 900조원을 넘지만 2055년에는 소진되고, 현재 20세인 신규 가입자가 연금을 받는 2070년대에는 당시 연금지출을 가입자 기여로만 충당할 경우 보험료율이 35%에 이른다.

여기서 논점은 세대 간 형평성이다. 우리 손주들과 아직 태어나지도 않은 아이들은 우리와 같은 40% 소득대체율을 적용받으면서 보험료는 몇 배를 내야 한다. 유지론이 보험료율을 단계적으로 인상하면서도 소득대체율은 올릴 수 없다고 단언하는 이유이다. 비록 소득대체율을 더하지는 못하지만 현세대의 책임인식으로 보험료율 인상 동의를 구하자고 말한다. 노후소득보장이 부족하다는 비판에 대해서는, 국민연금을 넘어 기초연금, 퇴직연금 등 다층연금으로 보완하자고 대답한다. 이미 의무제도로 세 연금이 존재하므로 노후소득보장의 시야도 계층별 다층연금체계로 확대하자는 제안이다.

‘인상론’은 국민연금 미래 재정을 그리 심각한 상황으로 보지 않는다. 2080년대 국민연금 지출은 최대로 많아져도 GDP 9.4% 수준이다. 현재도 OECD 회원국의 연금지출 평균이 GDP 9%이고 2060년에도 10.4%를 전망한다. 다른 나라들이 이미 GDP 10% 수준에서 관리하고 있으므로 우리도 이를 감당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필자가 수치를 보완하면, 외국 수치가 공적연금 지출이므로 우리도 국민연금 외에 특수직역연금, 기초연금을 포함하면 미래 연금지출은 14% 수준으로 추정된다.

여기서도 논점은 지출의 절대 수준보다는 현재와의 격차이다. OECD 회원국들은 현재 공적연금 보험료로 평균 18.4%를 내고 있고 다양한 연금개혁으로 미래에도 연금지출을 평균 GDP 10% 수준으로 유지할 것으로 전망된다. 반면 현재 우리는 소득의 9%만 보험료로 내고 있고 GDP 대비 공적연금 지출은 3%대 수준이다. 결국 미래 GDP 10~14%를 감당할 수 없다는 게 아니라 지금부터 기여 확대의 힘겨운 사다리를 만들어야 하는데 소득대체율 인상이 이를 더 어렵게 한다는 게 비판의 핵심이다. 이에 대해 인상론은 미래에는 보험료 부과 대상소득을 넓히고 국고 지원도 결합하자고 제안한다. 질문에 답하기보다는 어떤 소득에 추가로 부과하고 당시 국고지원은 얼마나 가능한지의 주제로 초점을 넘긴다.

한편 국민연금 재정개혁의 목표 지표에서도 두 의견이 상이하다. 유지론은 현재 신규 가입자가 나중에 연금을 받을 기간까지 재정안정을 도모한다. 앞으로 70년 후에도 2년치 연금지급액을 확보하는 ‘70년 적립배율 2배’가 장기 재정목표이다. 청년들에게 당신도 받을 수 있다는 증표를 보여주려니 고강도의 재정안정화가 뒤따른다. 인상론은 기금소진연도의 연장을 강조한다. ‘더 내고 더 받으며’ 기금소진연도까지 뒤로 늦추는 개혁안을 제안한다. 언뜻 선명한 재정안정화로 보이지만, 기금소진연도의 착시 효과라는 비판이 제기된다. 국민연금은 내는 보험료와 받는 급여에서 장기 시차가 존재하는 제도이다. 보험료 인상은 곧바로 연금재정을 늘리지만, 소득대체율 인상은 계좌에서만 계상되다가 은퇴 이후 실제 지출로 구현된다. 즉 기금소진연도만 보면 소득대체율 인상의 효과가 발생하는 후반 기간을 제대로 진단할 수 없다. 문재인 정부의 개혁안도 더 받는 만큼 더 내는 것이어서 현행 40% 소득대체율의 재정 부족은 그대로 놔두는 방안이었으나 기금소진연도가 뒤로 가니 마치 재정안정화처럼 보였을 뿐이다. 인상론의 대답이 필요한 대목이다.

연금전문가들의 이해가 왜 이리 다를까? 연금 선진국들은 나름의 연금재정 방법론을 정립하여 미래 재정을 평가하고 있건만 우리는 재정진단에서 연금개혁 지표까지 각각이다.

이런 현실에서, 전문가들이 단일안을 만들 수 있을까? 애초 진단과 기준이 다르다면 절충하여 차이를 가리기보다는 시민들에게 논점을 명확히 보여주는 게 생산적이지 않을까? 연금개혁이 한번으로 끝나지 않을 연속개혁이라면 이번에 시민들이 토론하며 연금 인식을 높이고 현세대 책임을 이야기하도록 말이다. 전문가들이여, 모든 질문에 응답할 수 있도록 더 논리와 논점을 분명히 하라, 그리고 시민들이 판단하게 하자.

오건호 내가만드는복지국가 정책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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