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실리콘밸리 변신… ‘4차 산업 메카’ 꿈 이룬다 [지방기획]
4차 산업 특별도시 ‘원년’
판교 입주 업체 91%가 IT·CT·BT기업
2030년까지 K반도체 ‘팹리스 밸리’로
유니콘펀드 5000억원… 청년 창업 지원
민관합동 특별도시 추진단 본격 활동
‘시민’ 위한 스마트도시로
지능형 교통체계·AI 민원 안내 등 주목
2022년 스마트도시 국제 인증 발급받아
문화·교육·행정 등 혁신적 서비스 제공
트램 신설 등 낙후된 원도심 개발 추진
#2. “명실상부한 4차 산업 도시로 만들겠습니다.” 지난달 26일 신년 기자회견에서 신상진 성남시장은 이처럼 포부를 밝혔다. 시스템반도체와 인공지능(AI), 자율주행, 바이오·헬스 등 첨단 산업에 특화한 스마트도시 구축에 방점이 찍혔다. 신 시장은 “시스템반도체는 대한민국의 미래 먹거리로 전국 110곳 팹리스(반도체 설계) 기업 가운데 44곳(40%)이 성남에 모여 있다”며 “야탑밸리와 제3판교테크노밸리에 시험평가와 인큐베이팅, 인력 양성을 위한 테스트베드를 조성하겠다”고 했다. 앞서 신 시장은 지난해 7월 민선 8기를 시작하며 성남의 미래 청사진을 ‘대한민국 4차 산업의 메카, 스마트도시’로 설정한 바 있다.
시 승격 50주년을 맞은 성남시가 한국의 실리콘밸리를 꿈꾸며 4차 산업 특별도시의 원년을 선언했다. ‘공감’, ‘역동’, ‘미래’를 중심 가치로 새로운 50년을 설계하겠다는 복안이다.
1일 성남시에 따르면 시는 첨단산업의 집약을 보여주는 대표적 도시다. 자율주행 시험장과 다양한 연구시설을 갖추고 드론과 로봇 등의 분야에선 이미 산업 생태계를 이끌고 있다. 반도체 관련 기업 200여곳과 한국전자기술연구원(KETI) 등이 자리한 여건을 살려 반도체 클러스터를 구축하고 바이오·헬스 산업의 생태계를 확장해 성장 동력으로 삼겠다는 계획도 최근 내놨다.
현재 판교테크노밸리의 입주 기업 1697곳 가운데 1544곳(91%)은 정보기술(IT)·문화산업기술(CT)·바이오기술(BT) 관련 기업이다. 연매출 109조원 이상을 올리며 하루 유동 인구 250만명을 자랑한다.
첫 단추는 지난해 10월 출범한 4차 산업 특별도시 추진단이다. 70명 규모의 추진단은 교수, 기업가 등 민간 자문단 40명과 관계 부서 공무원 등으로 이뤄진 지원단 30명으로 꾸려졌다.
자문단의 경우 시스템반도체와 바이오·헬스, 미래 모빌리티, 공간 디지털 콘텐츠, 산업 고도화의 5개 분야 전문가들로 채워졌다. 이들은 5개년(2023∼2027년) 종합계획을 수립하고, 정책 자문을 맡는다. 지원단은 정책 연구를 통해 추진 전략을 수립하고 자문단을 뒷받침한다. 지원단이 수행할 정책 연구에는 게임·콘텐츠·문화 특화 생태계 조성과 AI 기반 자율주행차·드론·도심항공교통·로봇 활성화, 2026년까지 5000억원 규모의 판교 유니콘펀드 조성 등이 담겼다.
앞서 지난해 12월에는 시스템반도체 클러스터 조성을 목표로 9개 기관이 협약을 맺고 설계와 개발, 테스트, 인재 육성까지 전 분야를 망라하는 협력에 들어갔다. 같은 달 국제표준화기구(ISO)인 영국표준협회(BSI)는 성남시에 스마트도시 국제인증(ISO 37106)을 발급했다.
지능형 도시 건설과 역량, 시민 중심 서비스 등 22개 항목을 평가하는데 시의 지능형 교통체계 고도화와 AI 기반 폐쇄회로(CC)TV 관제, 독거노인 스마트케어, 쓰레기 수거 스마트시스템, AI 민원 안내, 공공와이파이 확대 등이 주목받았다.
시는 지난해 11월에도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의 ‘스마트빌리지 보급 및 확산 사업’과 국토교통부의 ‘사물지능 융합기술(AIoT) 개발사업’ 등 대형 공모사업에 잇달아 선정된 바 있다. 시 관계자는 “이미 AI와 사물인터넷(IoT), 드론과 같은 첨단 기술로 도시 문제를 해결하고, 다양한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고 말했다.
아울러 시는 드론을 활용해 지역난방 열 수송관을 감시하고, IoT를 적용해 저소득 고위험군 중장년층 300여명의 고독사 예방을 위한 감지 시스템도 운영하고 있다.
“판교밸리가 있는 성남시와 교류한다니, 사사건건 트집을 잡던 백인 시의원들도 이의를 제기하지 않았다고 합니다.”
신상진(사진) 경기 성남시장은 지난달 미국 방문 때 마주한 프레드 정 풀러턴 시장과의 일화부터 끄집어냈다. 5세 때 한국을 떠나 한인 최초의 풀러턴 시장에 오른 정 시장을 비롯해 다양한 정치인과 교류하며, 달라진 성남시의 위상을 실감했다고 했다. 그는 “조만간 캘리포니아의 다른 도시들과 자매결연을 맺을 것”이라며 “전략적 유대 관계를 확대하겠다”고 덧붙였다.
신 시장은 지난달 27일 세계일보 인터뷰에서 “성남시에는 판교라는 큰 자산이 있다. 판교를 대한민국 4차 산업의 메카로 키우고, 성남을 기업하기 좋은 도시로 만들겠다”고 다짐했다.
그는 지난해 9월 민선 8기 시정 구호를 ‘첨단과 혁신의 희망도시 성남’으로 지었다. 취임 100일과 신년 기자회견에선 잇달아 4차 산업 특별도시를 향한 의지를 표출했다. “취임 후 7개월간 시정을 돌아보니 현실이 녹록지 않았다”면서도 “올해는 지난해보다 한 단계 도약해 시민이 체감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미래 도시행정을 선도하는 스마트도시, 성장과 복지가 선순환하는 경제복지 1번지로 성남을 탈바꿈하겠다”고 했다.
4선 국회의원 출신인 그가 올해 내놓은 사자성어는 ‘해현경장(解弦更張)’이다. ‘느슨해진 거문고 줄을 바꿔 맨다’는 뜻이다. 신 시장은 “시정을 혁신해 92만 시민의 희망이 현실이 되도록 모든 공직자와 함께 노력하겠다”면서 “시 승격 50주년을 맞는 올해가 새로운 성남의 50년을 위한 원년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4차 산업 특별도시로 가기 위한 그의 로드맵에는 다양한 발전 전략이 담겨 있다. 자격증 취득 등을 지원하는 ‘청년취업 올-패스’ 사업을 제안한 그는 구직자와 기업이 실시간으로 채용 정보를 교환하는 쌍방향 플랫폼도 구상하고 있다.
성남=오상도 기자 sdoh@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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