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실리콘밸리 변신… ‘4차 산업 메카’ 꿈 이룬다 [지방기획]

오상도 입력 2023. 2. 2. 01: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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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남, 시 승격 50년 맞아 도약 선포
4차 산업 특별도시 ‘원년’
판교 입주 업체 91%가 IT·CT·BT기업
2030년까지 K반도체 ‘팹리스 밸리’로
유니콘펀드 5000억원… 청년 창업 지원
민관합동 특별도시 추진단 본격 활동
‘시민’ 위한 스마트도시로
지능형 교통체계·AI 민원 안내 등 주목
2022년 스마트도시 국제 인증 발급받아
문화·교육·행정 등 혁신적 서비스 제공
트램 신설 등 낙후된 원도심 개발 추진
#1. 지난달 30일 경기 성남시청사. 바다 건너 미국 캘리포니아에서 찾아온 ‘특별한 손님’들이 밝은 표정으로 세미나실에 들어섰다. 한인 밀집 지역인 오렌지카운티 풀러턴시의 제임스 고 정책보좌관 등 경제사절단이 시를 방문한 것이다. 이들은 ‘4차 산업 특별도시’를 주제로 실리콘밸리 인근에 있는 풀러턴과 판교밸리가 둥지를 튼 성남의 다양한 협력 방안을 논의했다. 이번 방한은 지난달 9일 성남시 대표단이 풀러턴을 방문해 우호협약을 교환한 데 따른 답방의 성격이 짙었다. 시는 인구 15만의 물류도시인 풀러턴에 전용관 등을 마련해 관내 기업과 청년 창업가들의 미주 지역 거점으로 삼을 계획이다.

#2. “명실상부한 4차 산업 도시로 만들겠습니다.” 지난달 26일 신년 기자회견에서 신상진 성남시장은 이처럼 포부를 밝혔다. 시스템반도체와 인공지능(AI), 자율주행, 바이오·헬스 등 첨단 산업에 특화한 스마트도시 구축에 방점이 찍혔다. 신 시장은 “시스템반도체는 대한민국의 미래 먹거리로 전국 110곳 팹리스(반도체 설계) 기업 가운데 44곳(40%)이 성남에 모여 있다”며 “야탑밸리와 제3판교테크노밸리에 시험평가와 인큐베이팅, 인력 양성을 위한 테스트베드를 조성하겠다”고 했다. 앞서 신 시장은 지난해 7월 민선 8기를 시작하며 성남의 미래 청사진을 ‘대한민국 4차 산업의 메카, 스마트도시’로 설정한 바 있다.
◆4차 산업의 메카·시민 중심 산업도시… 올해, 시 승격 50주년

시 승격 50주년을 맞은 성남시가 한국의 실리콘밸리를 꿈꾸며 4차 산업 특별도시의 원년을 선언했다. ‘공감’, ‘역동’, ‘미래’를 중심 가치로 새로운 50년을 설계하겠다는 복안이다.

1일 성남시에 따르면 시는 첨단산업의 집약을 보여주는 대표적 도시다. 자율주행 시험장과 다양한 연구시설을 갖추고 드론과 로봇 등의 분야에선 이미 산업 생태계를 이끌고 있다. 반도체 관련 기업 200여곳과 한국전자기술연구원(KETI) 등이 자리한 여건을 살려 반도체 클러스터를 구축하고 바이오·헬스 산업의 생태계를 확장해 성장 동력으로 삼겠다는 계획도 최근 내놨다.

현재 판교테크노밸리의 입주 기업 1697곳 가운데 1544곳(91%)은 정보기술(IT)·문화산업기술(CT)·바이오기술(BT) 관련 기업이다. 연매출 109조원 이상을 올리며 하루 유동 인구 250만명을 자랑한다.

시 관계자는 “2030년까지 세계 최대 반도체 공급망인 K반도체 벨트를 구축하겠다는 정부 발표의 핵심은 판교를 ‘한국형 팹리스밸리’로 조성하는 것”이라며 “시는 유니콘펀드 5000억원을 모으고 2028년까지 분당구 정자동 주택전시관 부지 9만9098㎡에 바이오·헬스 첨단 클러스터를 유치하겠다”고 설명했다.
시는 바이오·헬스 첨단 클러스터의 속도감 있는 추진을 위해 올해 민간사업자 공모를 거쳐 시행자를 지정할 예정이다. 아울러 시공간의 제약이 없는 소통 창구인 메타버스 플랫폼 구축을 위해 온라인에 가상의 성남시를 만드는 ‘메타시티 디지털 트윈 프로젝트’를 추진한다.

첫 단추는 지난해 10월 출범한 4차 산업 특별도시 추진단이다. 70명 규모의 추진단은 교수, 기업가 등 민간 자문단 40명과 관계 부서 공무원 등으로 이뤄진 지원단 30명으로 꾸려졌다.

자문단의 경우 시스템반도체와 바이오·헬스, 미래 모빌리티, 공간 디지털 콘텐츠, 산업 고도화의 5개 분야 전문가들로 채워졌다. 이들은 5개년(2023∼2027년) 종합계획을 수립하고, 정책 자문을 맡는다. 지원단은 정책 연구를 통해 추진 전략을 수립하고 자문단을 뒷받침한다. 지원단이 수행할 정책 연구에는 게임·콘텐츠·문화 특화 생태계 조성과 AI 기반 자율주행차·드론·도심항공교통·로봇 활성화, 2026년까지 5000억원 규모의 판교 유니콘펀드 조성 등이 담겼다.

판교 유니콘펀드는 시 출자금 120억원과 정부 주도의 한국 모태펀드 출자금 1000억원, 민간자본 680억원에 기존 운용 펀드 3560억원을 더해 5360억원 규모로 조성된다. 운용 기간은 8년 이상이다. 시 출자금의 2배 이상이 시 소재 기업에 투자돼 증강현실(AR)과 가상현실(VR) 등의 분야에서 청년·창업 기업을 지원한다.
◆스마트도시 인증·스마트빌리지 보급… 판교밸리 연계 원도심 개발로 확대

앞서 지난해 12월에는 시스템반도체 클러스터 조성을 목표로 9개 기관이 협약을 맺고 설계와 개발, 테스트, 인재 육성까지 전 분야를 망라하는 협력에 들어갔다. 같은 달 국제표준화기구(ISO)인 영국표준협회(BSI)는 성남시에 스마트도시 국제인증(ISO 37106)을 발급했다.

지능형 도시 건설과 역량, 시민 중심 서비스 등 22개 항목을 평가하는데 시의 지능형 교통체계 고도화와 AI 기반 폐쇄회로(CC)TV 관제, 독거노인 스마트케어, 쓰레기 수거 스마트시스템, AI 민원 안내, 공공와이파이 확대 등이 주목받았다.

시는 지난해 11월에도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의 ‘스마트빌리지 보급 및 확산 사업’과 국토교통부의 ‘사물지능 융합기술(AIoT) 개발사업’ 등 대형 공모사업에 잇달아 선정된 바 있다. 시 관계자는 “이미 AI와 사물인터넷(IoT), 드론과 같은 첨단 기술로 도시 문제를 해결하고, 다양한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는 스마트시티라는 지향점과 잇닿아 있다. 신 시장은 “미래 도시행정을 선도하는 스마트시티를 구축하겠다”며 “산업·도시·문화·관광·교육·행정 등 전 분야에서 혁신 서비스를 제공하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 같은 정책의 지향점은 결국 ‘시민’이다. 지난해 11월 급격한 도시화로 고통받는 도시생태계의 건강성 회복을 위해 카이스트(KAIST)와 손잡은 것이 대표적 사례다. 이광형 카이스트 총장과 신 시장은 업무협약을 통해 분당구에 있는 카이스트 부지를 기반으로 △도심 생태 연구 △탄소 중립 및 산림자원 활용 연구 △기후변화 대응 융합 연구 등을 진행하기로 했다.

아울러 시는 드론을 활용해 지역난방 열 수송관을 감시하고, IoT를 적용해 저소득 고위험군 중장년층 300여명의 고독사 예방을 위한 감지 시스템도 운영하고 있다.

낙후된 원도심(수정·중원구)을 판교밸리와 연계하는 건 4차 산업 생태계 확장과 관련이 깊다. 삼평동 일대 테크노밸리 조성으로 떠오른 판교는 이제 단순한 산업 집적지가 아닌 젊은이들이 선망하는 공간으로 변모했다. 이에 시는 제2테크노밸리 조성에 이어 제3테크노밸리 개발도 추진하고 있다. 시 관계자는 “판교밸리의 주택 부족으로 인근 도시로 유출된 청년층이 지하철 8호선 연장과 트램 신설 등을 계기로 재개발되는 원도심으로 돌아오도록 하겠다”며 “신·원도심 간 상생을 꾀할 것”이라고 밝혔다.
◆신상진 성남시장 “판교라는 큰 자산 활용해  기업하기 좋은 도시 조성”

“판교밸리가 있는 성남시와 교류한다니, 사사건건 트집을 잡던 백인 시의원들도 이의를 제기하지 않았다고 합니다.”

신상진(사진) 경기 성남시장은 지난달 미국 방문 때 마주한 프레드 정 풀러턴 시장과의 일화부터 끄집어냈다. 5세 때 한국을 떠나 한인 최초의 풀러턴 시장에 오른 정 시장을 비롯해 다양한 정치인과 교류하며, 달라진 성남시의 위상을 실감했다고 했다. 그는 “조만간 캘리포니아의 다른 도시들과 자매결연을 맺을 것”이라며 “전략적 유대 관계를 확대하겠다”고 덧붙였다.

신 시장은 지난달 27일 세계일보 인터뷰에서 “성남시에는 판교라는 큰 자산이 있다. 판교를 대한민국 4차 산업의 메카로 키우고, 성남을 기업하기 좋은 도시로 만들겠다”고 다짐했다.

그는 지난해 9월 민선 8기 시정 구호를 ‘첨단과 혁신의 희망도시 성남’으로 지었다. 취임 100일과 신년 기자회견에선 잇달아 4차 산업 특별도시를 향한 의지를 표출했다. “취임 후 7개월간 시정을 돌아보니 현실이 녹록지 않았다”면서도 “올해는 지난해보다 한 단계 도약해 시민이 체감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미래 도시행정을 선도하는 스마트도시, 성장과 복지가 선순환하는 경제복지 1번지로 성남을 탈바꿈하겠다”고 했다.

4선 국회의원 출신인 그가 올해 내놓은 사자성어는 ‘해현경장(解弦更張)’이다. ‘느슨해진 거문고 줄을 바꿔 맨다’는 뜻이다. 신 시장은 “시정을 혁신해 92만 시민의 희망이 현실이 되도록 모든 공직자와 함께 노력하겠다”면서 “시 승격 50주년을 맞는 올해가 새로운 성남의 50년을 위한 원년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4차 산업 특별도시로 가기 위한 그의 로드맵에는 다양한 발전 전략이 담겨 있다. 자격증 취득 등을 지원하는 ‘청년취업 올-패스’ 사업을 제안한 그는 구직자와 기업이 실시간으로 채용 정보를 교환하는 쌍방향 플랫폼도 구상하고 있다.

성남=오상도 기자 sdoh@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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