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 사기 규정 허점, 이미 알고도 덮었다…왜?

박영민 2023. 2. 1. 23: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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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부풀린 감정평가서를 주택보증공사 등 전세보증기관에 제출해 인정받고 금융기관으로부터 과도한 전세 자금을 대출받아 챙기는 게 전세 사기의 기본 구조인데요.

이렇게 엉터리 감정평가가 받아들여지는 건 전세보증기관들의 허술한 규정 때문이었습니다.

KBS 취재결과 당국은 이런 허점을 몇 년 전부터 인식했지만 손보지 않았습니다.

이어서 박영민 기자의 보도입니다.

[리포트]

주택도시보증공사의 전세 보증보험에 가입한 뒤 사고가 난 경우를 분석했습니다.

감정평가를 통한 가입은 2018년 5건에 불과했습니다.

그러다 2021년 251건으로 전년보다 10배 가까이 증가하더니 지난해에는 7개월 동안에만 4백 건을 넘어섰습니다.

집주인 대신 보증공사가 돌려줘야 할 전세금 규모는 천7백억 원을 넘었습니다.

대부분 전세 사기 조직들의 먹잇감이 된 다세대와 연립, 다가구 주택입니다.

이 때문에 감정평가를 부풀리는 문제는 국정감사에서 지적되기도 했습니다.

[한준호/국회 국토교통위원/지난해 10월 : "감평사하고 계약을 하고 집값 가치를 의도적으로 높이는 경우들도 있어요."]

[이병훈/주택도시보증공사 부사장/지난해 10월 : "예, 많이 보고 있습니다."]

그런데도 보증공사 규정은 바뀌지 않았습니다.

연립주택 등의 가격을 정할 때 공시가격이나 최근 매매가 등을 기준으로 삼지만 외부 감정평가가 있을 때 이를 우선 적용할 수 있다는 이른바 다 조항입니다.

KBS 취재 결과 보증공사도 이미 여러 해 전 문제점을 인식했습니다.

이른바 '세 모녀 사건'으로 전세 사기 문제가 불거진 2021년, 불과 1년 만에 보증보험 사고가 급증한 그때입니다.

'전세 사기 비상대응 계획'.

전세 사기 사전 대응을 위한 7가지 방법 중에 '감정평가'보다 공시가격이나 KB시세 등을 우선 적용하는 방안을 국토교통부와 협의한다고 돼 있습니다.

하지만 이 방안, 최종 계획에서는 빠졌습니다.

논의가 더 필요하다는 이유였습니다.

[당시 국토교통부 관계자/음성변조 : "기존에 진행 중인 (계약) 건들이라든가 기존에 계약이 된 사람들이라든가 이런 게 있을 수 있어서 신중하게 검토를..."]

뻥튀기 감정을 악용한 전세 사기를 막을 기회를 놓친 겁니다.

[장석호/공인중개사 : "정책이 바뀌지 않는다면 이런 문제는 앞으로도 계속 일어날 거고, (지금까지) 정부에서 나온 대책들로는 절대 막을 수 없다. 싹 다 미봉책이다."]

알고도 방치한 허술한 규정이 서민들의 피해를 키웠다는 비판을 피할 수 없게 됐습니다.

정부는 내일 관계부처 합동회의를 열고 전세 사기 피해방지 대책을 내놓습니다.

KBS 뉴스 박영민입니다.

촬영기자:허용석/영상편집:김선영/그래픽:김지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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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영민 기자 (youngmin@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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