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경찰 “관중 통제 잘못 인정”…‘힐즈버러 참사’ 34년 만에 첫 공식 사과
당시 경찰 “훌리건 난동 탓”
경찰 윤리규정 손보기로
영국 경찰이 최악의 인명 사고로 꼽히는 힐즈버러 참사 발생 34년 만에 희생자와 가족들에게 사과하며 경찰의 윤리 규정을 재검토하겠다고 밝혔다.
영국 경찰청장협의회(NPCC)와 경찰협회는 지난달 31일(현지시간) 공동 입장문을 내고 “경찰의 실패가 비극의 주요 요인”이라며 유족들이 겪은 고통에 대해 공식 사과했다. 경찰의 입장 표명은 2017년 정부 의뢰로 참사에 대한 독립 조사보고서가 발표된 후 보고서 관련 정부 기관의 첫 공식 답변이다.
두 단체는 입장문에서 경찰의 윤리 규정을 재검토할 것이며, ‘진실을 말할 의무’가 핵심 주제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다만 보고서의 권고사항을 바탕으로 한 힐즈버러법 제정 요구에는 의회 소관이라고 선을 그었다. 마틴 휴잇 NPCC 의장은 “법적 절차 때문에 대응을 빨리 할 수 없었다”면서도 경찰의 사과가 늦어져 유족들의 고통이 커진 점을 인정했다.
힐즈버러 참사는 1989년 4월15일 셰필드의 힐즈버러 축구 경기장에서 97명이 압사하고 760여명이 다친 사건이다. 이날 리버풀FC와 노팅엄포리스트FC의 준결승전이 열린 경기장에는 수용 인원을 훨씬 넘어선 관중이 몰려들었지만 경찰이 관중을 통제하기는커녕 문을 더 개방해 압사 사고가 발생했다. 경기는 6분 만에 중단됐지만 이미 돌이킬 수 없는 인명 피해가 발생한 뒤였다.
경찰은 참사 후 술 취한 훌리건들의 난동에 책임을 돌렸다. 사고 발생 넉 달 뒤인 1989년 8월 로드 테일러 판사가 이끄는 조사위원회가 발표한 ‘테일러 보고서’는 참사 원인을 경찰 통제의 실패라고 지적했지만, 어떤 경찰관도 징계나 유죄 판결을 받지 않았다. 사건 진상을 밝히기 위한 유족들의 긴 싸움 끝에 참사 발생 23년 만인 2012년 경찰의 잘못이 확인됐다. 2016년 법원이 참사의 책임이 경찰에 있다고 판결하자 데이비드 캐머런 당시 총리는 참사에 대해 공식 사과했고, 참사 발생 27년 만에 희생자들의 명예가 회복됐다.
선명수 기자 sms@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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