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착카메라] 수억 원 들여 만들었는데…'골칫덩이' 된 조형물들
지자체가 수억 원을 들여서 야심 차게 만들었는데, '골칫덩이'가 돼 버린 조형물들이 있습니다. 드러나는 성과에만 집중을 하다보니 시민들의 공감 대신, '세금 낭비'라는 비판만 받고 있습니다.
밀착카메라 이희령 기자가 가봤습니다.
[기자]
부산 초량동 거리 한쪽에 알록달록한 조형물이 서 있습니다.
제법 큰 규모에 멀리서도 눈에 띕니다.
이 조형물은 2년 전 설치된 초량살림숲이라는 작품입니다.
주민들로부터 기증받은 살림살이를, 6m 높이로 쌓아 올려 만들었다고 하는데요.
자세히 살펴보면 주전자, 프라이팬, 밥솥 같은 것들로 구성돼 있습니다.
지자체가 1억 7천만 원을 들여 세웠지만, 지난 2021년 설치 직후부터 지금까지 '흉물' 논란이 일고 있습니다.
[원휘/서울 신림동 : 고물을 모아서 그냥 쌓아둔 게 전부잖아요. 재활용하는 게 오히려 더 도움이 되지 않을까 싶네요.]
[박한경/부산 초량전통시장 상인 : (설치 비용이) 1억7천이라 하면 도저히 납득이 안 가죠. 초량시장 전망도 망칠 뿐 아니라…]
충북 괴산군에 있는 초대형 가마솥도 애물단지입니다.
5억 원을 들여 만들었는데 제 기능을 하지 못해 2007년 이후로는 사용된 적이 없습니다.
[김인석/충북 괴산군 : 무용지물이죠. 저거. 그거 써서 군에 대한 이득이 있다든지 그러면 모르는데 실상은 그런 게 없어요.]
하지만 지자체 관계자 생각은 다릅니다.
[충북 괴산군청 관계자 : (5억원이) 어마무시한 겁니까? 대구시에서나 부산에서 CI(도시 상징물) 만든다고 몇십억씩 날린 것도 그런 것들도 있고 한데 괴산에서 가마솥을 만들어서 예산을 완전히 흥청망청 쓴 것처럼…]
서울 여의도 한강공원에도 큰 조형물이 있습니다.
한강 바로 앞에 서 있는 이 조형물은 I Seoul U, '너와 나의 서울'이란 뜻의 서울시 대표 표어를 그대로 나타내고 있습니다.
그런데 이 조형물, 곧 철거될 예정입니다. 서울시가 이 표어를 바꾸기로 했기 때문입니다.
서울시에 있는 I Seoul U 조형물은 모두 29개, 설치하는 데엔 10억 6200만 원 정도가 들었습니다.
한 개당 3600만 원꼴입니다.
비싼 돈을 들인 조형물이 쓸모없게 된 겁니다.
표어를 바꾸는 것에 대한 시민들의 생각을 들어봤습니다.
잘 쓰이면 괜찮다는 목소리도 있지만,
[김석호/서울 구로동 : 새로운 시장이 나와서 새로운 뭔가를 꾸미려고 할 때, 그 사람과 맞는 정책이라고 하면 그 정도 예산을 충분히 사용해도 되지 않을까.]
낭비라는 의견도 많았습니다.
[최의치/서울 성산2동 : 철거하는 데 돈 들고, 만드는 데 돈 들고, 그래서 쓰겠냐고. 난 그래서 반대해요.]
[류경은/서울 화곡동 : 요새 도시가스 비용이나 이런 것들이 갑자기 올라서 혼란이 많은데 차라리 민생에 관련된 정책을 조금 더 보여줬으면…]
화려한 조형물을 세우고, 상징물을 바꾸고. 여기저기서 반복되어온 일들입니다.
겉으로 드러나는 성과에만 집중하다, 결국은 시민들의 공감도 받지 못한 게 아닐까요.
(VJ : 황의연 / 영상그래픽 : 김정은 / 인턴기자 : 강석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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