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거주 안해도 돼죠?”…“우린 몰라요” 분양상담사들 왜?

이선희 기자(story567@mk.co.kr), 김유신 기자(trust@mk.co.kr), 이석희 기자(khthae@mk.co.kr) 2023. 2. 1. 20: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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규제해제에 분양 앞둔 단지들 ‘들썩’ [사진 = 연합뉴스]
“실거주의무 폐지한다면서요. 그러면 실거주안해도 되는거죠?”

과천제이드자이 청약을 준비중인 주부 이모씨는 최근 분양상담사에 “왜 모집공고문에는 실거주의무 5년이 나와있느냐”고 문의했다. 이 단지 모집공고문에는 실거주의무 5년을 지켜야한다고 나와있다.

그러나 분양상담사는 “모집공고문에 나온 것이 원칙이다. 실거주의무 폐지는 우리는 모르겠다. 나중에 실거주해야하더라도 우리가 책임질 수 없다”고 했다.

이씨는 정부가 실거주의무 폐지를 밝혔는데 왜 건설사는 ‘모른다’고 하느냐고 되물었지만 소용이 없었다. 이씨는 “실거주의무나, 전매제한 기간은 청약 대기자들에게 매우 중요한 문제인데 아무도 명확하게 알려주지 않아 혼란만 부추긴기고 있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정부가 부동산 규제완화를 추진하고 있지만 법이나 시행령 개정이 완료되지 않은 것들이 많아 실수요자들은 각별한 주의를 해야할 것으로 보인다. 건설업계는 “청약을 할때는 무조건 모집공고문을 기준으로 한다”면서 “법 개정이 될 것을 전제로 청약을 했다가 나중에라도 안되면 우리가 책임질수 없다”고 했다. 실수요자들은 “정부가 개정을 약속했으면 건설업계와 소통해서 혼란이 덜하도록 현장에서 안내를 해달라”고 호소하고 있다.

혼란을 부추기는 대표적 사례가 실거주의무 폐지다. 정부는 이달 초 수도권 분양가 상한제 주택 실거주 의무를 폐지하겠다고 밝혔다. 또한 법 개정 이전에 실거주 의무가 부과된 경우에도 개정 법률을 소급해 적용할 것이라고 했다. 정부는 이 규제완화를 발표하면서 사례로 둔촌주공을 언급하며 이미 모집공고가 나온 단지도 실거주의무 폐지가 소급적용될 것이라고 했다.

이에따라 청약 실수요자들은 ‘실거주의무’가 없을 것으로 기대하고 청약을 넣고 있는데, 현장에서는 전혀 다른 얘기를 하고 있는 것이다.

최근 모집공고가 나온 과천 제이드자이는 모집공고문에 실거주의무 5년이 부과된다고 밝혔다. 이 곳은 2020년 분양한 곳이다. 공공택지 분양가상한제 적용 아파트인데, 이번에 계약 취소분이 재공급되는 것이다. 건설업계 관계자는 “아직 법이 개정된 것이 아니다. 법 개정 안되면 실거주의무가 살아있는 셈인데, 우리가 단정적으로 실거주의무는 없을 것이라고 안내할 수는 없다”고 했다.

정부는 수도권 분양가 상한제 주택과 공공재개발 일반분양에 적용되는 실거주 의무를 이른 시일내 폐지하겠다고 밝혔다. 또한 이 규정을 소급적용하겠다고 했다. 수도권은 분양가상한제 적용지역이 해제되면서 앞으로 수도권 분양 아파트는 실거주의무가 필요없는 상황이지만, 이미 실거주의무를 부여받은 실수요자들은 소급적용을 받기 위해 ‘법 개정’을 기다리고 있다.

정부는 이른 시일내 실거주의무 폐지를 시행하겠다고 밝혔지만 상황은 요원해 보인다. 분양가 상한제 적용 주택에 대한 실거주 의무 폐지는 주택법 개정 사항이다. 하지만 2월 임시국회에서 관련 법안 논의가 이뤄지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관련 주택법 개정안이 아직 발의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법안 발의 이후에도 본회의 통과까지는 난항이 예상된다. 법안 통과를 위해서는 국회 의석 과반 이상을 차지한 야당의 동의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민주당 관계자는 “2월 임시 국회에서 논의될 법안이 정해지지 않아 실거주 의무 폐지와 관련해 당 차원의 찬반 여부가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고 말했다.

건설사 관계자는 “법 개정이라는게 100% 된다고 보장할 수 없다. 추후 법적 문제가 발생했을때 기준은 모집공고문이 되기 때문에 청약을 준비하시는 분들은 보수적으로 생각하시는게 좋다”고 했다.

정부는 다른 규제완화도 소급적용된다고 밝혔지만, 아직 시행된 것은 아니기 때문에 청약 실수요자들은 각별한 주의가 요구된다. 전매제한 완화와 주택 처분 조건 폐지, 무순위 청약시 무주택 요건 폐지, 특별공급 9억원 분양가 폐지는 시행령 개정사항으로 관련 시행령 개정이 입법예고중이다. 중도금대출 보증 분양가 기준 폐지는 HUG(주택도시보증공사) 내규 개정 사항으로 1분기내 시행 예정이다.

청약 관련 법이나 제도가 ‘불확실성’이 높은 가운데 분양 심리는 위축되면서 분양 연기는 더욱 많아질 전망이다.

실거주 의무 폐지와 관련해 한 달이 지나도록 관련법이 발의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공사가 진행중인 서울 강동구 올림픽파크포레온 전경. [사진 = 연합뉴스]
분양 관련 규제를 대거 완화한 1·3 대책 이후에도 시장은 좀처럼 살아날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부동산 빅데이터 업체 부동산R114에 따르면 2월 분양예정 물량은 지난해 12월 조사 대비 절반으로 줄어들었다. 12월 말 조사 당시만해도 2만5620가구가 분양예정이었지만 지난달 말 기준 1만2881가구로 급감했다.

실제 1월 분양도 2만1989가구가 예정돼있었지만 실적은 54.5% 줄어든 1만5가구에 그쳤다. 통상 사업주체들은 청약 1~2주 전에 입주자모집공고를 내는데 청약홈에 따르면 아직까지 2월 청약예정인 단지는 단 한 곳도 없다.

시행사·정비사업 조합들이 선뜻 분양에 나서지 못하는 이유는 집값 하락세가 멈추지 않으면서 분양가산정에 난항을 겪고 있기 때문이다. 비교적 대기수요가 풍부한 서울마저도 재건축·재개발 조합들의 셈법이 복잡해지고 있다. 강북 신흥 뉴타운인 이문·휘경뉴타운 중 이문1구역의 경우 당초 평당 분양가(공급면적 기준)을 2950만원으로 목표했지만 현재는 낮추는 방향으로 검토 중이다. 이문3구역과 휘경3구역도 아직까지 분양가와 분양일정을 확정하지 못했다.

윤지해 부동산R114 리서치팀장은 “규제지역 해제로 분양가 산정이 자유로워졌지만, 선별 청약과 미분양 역풍을 고려해 섣불리 분양가를 높게 책정하기 어려운 실정”이라며 “집값 하락세가 거듭되면서 적정 분양가에 대한 수요자들의 잣대가 엄격해지고 있기 때문”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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