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6년간 거인병 앓다 떠났다… 비운의 농구스타 김영희 별세
전 농구선수 김영희(60)씨가 지난달 31일 세상을 떠났다. 그는 전성기였던 1987년 거인병·거인증 등으로 불리는 ‘말단비대증’ 판정을 받고 지금까지 투병 생활을 계속해왔다.
숭의여고 출신의 김씨는 키 200㎝의 최장신 센터로 1982년 뉴델리 아시안게임에 국가대표로 출전했다. 1984년 미국 로스앤젤레스(LA) 올림픽에서는 은메달 쾌거를 이룬 주역으로 활약했다. 그 공로로 이후 체육훈장 백마장과 맹호장 등을 수상하기도 했다.
그러나 실업농구 한국화장품에서 뛰던 중 1987년 11월 말단비대증 판정을 받았고 머지않아 운동을 그만둬야 했다. 말단비대증은 성장호르몬의 과잉 분비로 인해 생기는 병이다. 뼈 성장으로 손발과 안면 등은 물론 혀와 같은 연부 조직까지 커진다. 뇌종양, 저혈당 및 갑상선 질환, 장폐색 등 합병증도 김씨를 괴롭혔다.
앞서 고인은 2021년 유튜브 채널 ‘근황올림픽’ 영상에 출연해 투병 근황을 전한 바 있다. 당시 그는 2개월 동안 입원 치료를 받았던 소식을 전하며 “장기가 커지는 병이기 때문에 예전에 수술했던 자리에 피가 많이 고여 있었다. 너무 힘든 고비를 병원 안에서 넘겼다”고 말했다.
은퇴 후 사람들 시선에 힘들었던 기억을 회상하면서는 “뇌수술 받고 집에 있을 때 가끔 답답해 백화점이나 구경할까 싶어 나가면 등 뒤에서 남자분들이 ‘와 거인이다. 저게 남자야 여자야. 저것도 인간인가’ 하며 큭큭 웃었다”며 “중학생 20명이 몰려와 ‘거인 나오라’며 문을 두들긴 적도 있다”고 했다.
김씨는 그런 상황 속에서도 장애인 봉사를 이어가며 아픈 마음을 치유했다고 고백했다. 그는 “어린 꼬마들이 기어서 내 무릎 위에 올라와 ‘과자, 과자’ 하더라”며 “눈물을 막 흘렸다. 내가 겪는 아픔과 우울증은 아무것도 아니구나 싶었다”고 했다.
또 도움의 손길을 내민 농구계 인사들을 언급하며 고마움을 드러내기도 했다. 그는 “서장훈이 몇 번 도움을 줬다. 은행 통장으로 입금해줬다. 너무 고맙더라”며 “대표팀에서 같이 운동했던 허재 감독도 힘내라면서 돈을 보내줬다”고 했었다. 이후 해당 영상이 화제를 모으자 문화체육관광부는 같은 해 12월 김씨에게 특별보조금 1000만원을 지원했다.
한편 고인의 발인은 4일 부천 다니엘 장례식장에서 진행될 예정이다. 현재 빈소는 별도로 차려지지 않았다. 김씨의 비보가 전해진 뒤 1일 충북 청주에서 열린 여자프로농구 청주 KB와 부천 하나원큐 경기에서는 시작에 앞서 고인을 기리는 추모 묵념이 진행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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