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사날 당직자 출동 발목 잡은 용산구청장
권인숙 의원실 입수 공소장
박희영 서울 용산구청장(사진)이 ‘이태원 핼러윈 참사’ 당일 삼각지역 근처에 붙은 윤석열 대통령 비판 전단을 수거하라고 용산구청 직원들에게 직접 지시한 것으로 드러났다. 검찰은 참사 발생 후 박 구청장이 권영세 통일부 장관에게 전화를 걸어 상황을 보고했을 뿐 재난안전법 등이 정한 조처를 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경향신문이 권인숙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을 통해 1일 입수한 박 구청장 등 용산구청 관계자 4명의 공소장을 보면, 박 구청장은 참사 당일인 지난해 10월29일 오후 8시59분 비서실 직원들이 있는 단체메신저방에서 “(삼각지역 인근) 집회 현장으로 가서 전단을 수거하라”는 지시를 내렸다. 지시를 받은 비서실장은 오후 9시 용산구청 당직자 A씨에게 전화해 “구청장 지시사항이니 전쟁기념관 북문 담벼락에 붙어 있는 시위 전단을 수거하라”고 했다. A씨는 앞서 같은 날 오후 8시40분쯤 “이태원 차도, 인도에 차량과 사람이 많아 복잡하다”는 민원 전화를 받고 이태원 인파 밀집 지역에 출동하려던 참이었다.
검찰은 용산구청 당직 직원들이 사고 현장에 출동하지 못해 인파 밀집 신고 대응을 어렵게 한 책임이 박 구청장에게 있다고 했다. 박 구청장의 지시로 당직자들이 대통령실과 인접한 전쟁기념관 북문 부근으로 이동해 전단 수거 업무를 했기 때문이다. 앞서 경찰청 특별수사본부는 용산구청 당직 직원 2명이 참사 당일 오후 9시10분쯤부터 10시40분쯤까지 삼각지역 근처에서 윤 대통령을 비판하는 내용의 전단을 벽에서 떼는 작업을 한 사실을 확인했다. 참사 당일 소방에 첫 ‘압사’ 관련 신고가 들어온 시각은 오후 10시15분이었다.
용산서 제거 요청에 불응했던 직원 2명, 비서실장 통해 투입
참사 인지 후 지역구 의원에만 보고, 재난안전법상 조처 외면
용산구청 당직자들은 당일 오후 8시30분쯤 용산경찰서로부터 “전쟁기념관 북문에서 남영역 쪽 담벼락 시위 전단을 제거해달라”는 요청을 받았다. 윤 대통령이 다음날 출근길에 전단과 손팻말 등을 볼 수 있다는 이유에서였다. 이태원 인파 관련 민원 때문에 대응이 어렵겠다고 판단한 구청 담당자는 경찰 요구에 응하지 않았다. 하지만 이어진 박 구청장의 지시에 결국 전단 제거 작업에 투입된 것이다.
박 구청장은 이태원 인파 밀집의 위험성을 사전에 충분히 인지하고 있었음에도 규정이 정한 조치를 취하지 않은 것으로 조사됐다. 박 구청장은 참사 당일 오후부터 인파가 가득한 이태원 일대 사진을 전달받았고, 단체메신저방에 “이태원은 할로윈으로 난리라 신경쓰이기도 한다” “인파가 많이 모이는데 걱정이 된다. 계속 신경쓰고 있겠다” 등의 글을 남겼다. 그러나 참사를 인지한 후에도 경찰·소방 등 유관기관에 연락하는 대신 지역구 의원인 권 장관에게만 전화했고 경보 발령, 피난 권고, 현장 출동 지시 등 법이 정한 의무를 이행하지 않았다.
박 구청장의 안일한 대처는 일선 공무원의 부실 행정으로 이어졌다. 용산구청 소속 과들은 인파가 적을 때만 순찰을 돌고 참사 현장은 ‘전날 순찰했다’는 이유로 순찰하지 않았다. 인파가 많다며 현장 진입 자체를 하지 않거나 사무실에서 대기만 했다.
윤기은 기자 energyeu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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