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여당발 ‘국민연금 500명 공론화위’ 제안에 주목한다
여당이 국민연금 개혁 방안 마련을 위해 시민 500명의 공론화위원회 구성을 제안했다. 국회 연금개혁특별위원회 위원장을 맡고 있는 주호영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1일 “다양한 이해관계를 가진 국민 500명을 모아 공론화 과정을 거치자는 게 (연금특위) 대다수 의견이고 그렇게 될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고리원전 폐쇄 문제, 대입 수능 방안과 관련해 이미 공론화 경험이 있다”고 덧붙였다. 문재인 정부 때인 2017년 ‘신고리 원전 5·6호기 공사 재개 여부’와 2018년 ‘2022학년도 대학입학제도’를 시민들이 참여한 공론화위원회를 통해 결정한 것을 두고 하는 말이다. 과거 공론화위 경험을 살려 국민연금 개혁 방안도 마련해보자는 주 원내대표의 제안을 주목한다.
국민연금 개혁은 노동이나 복지, 그리고 생애주기 등과 얽힌 복합적이고 견해차가 많은 사안이다. 세대 간·계층 간 이해관계가 갈려 사회적 합의가 긴요하다. 전문가들의 분석과 전망, 정부의 적극적 자세도 중요하지만 보험료를 부담하는 가입자들의 뜻을 최우선적으로 반영해야 한다. 그런데 현재 국회 연금특위 논의는 ‘재정안정강화론’과 ‘소득보장강화론’이 팽팽히 맞서면서 당초 1월로 예정된 합의안 도출에 실패했다. 재정안정강화론은 소득대체율을 현행 40%로 유지하고 보험료율은 19%까지 올리자는 것이고, 소득보장강화론은 소득대체율을 50%로 보험료율을 15%로 각각 인상하자는 주장이다. 다만 양측이 정년을 연장하고 고령자 고용환경을 개선해 현재 59세인 가입연령 상한을 더 높여야 한다는 점에는 이견이 없다고 한다. 그러나 재정안정이나 소득보장 강화 어느 쪽으로 결론이 나도 반대 의견을 가진 시민들을 설득하기가 쉽지 않다.
여당에서 이런 제안이 나온 것은 그만큼 국민연금 개혁이 절박하다는 뜻이다. 시민들이 숙의를 거쳐 대책을 마련하는 공론화위 방식도 검토할 만하다. 물론 공론화위의 독립성과 중립성, 투명성이 보장된다는 전제가 있어야 한다. 공론화는 국가 권력의 민주적 행사라는 의미 외에 첨예하게 대립하는 사회적 갈등을 조정하는 효과도 크다. 법적 근거나 강제성은 없지만 공론화위의 결론은 사회적 정당성을 인정받아 정책 입안과 추진 과정에도 힘이 실린다. 시민 500명이 국민연금에 관해 학습을 하고 대안을 도출하는 과정에서 집단 지성이 발휘되고 새로운 정책 아이디어가 나올 수도 있다. 보험료율과 소득대체율 외에 군인·공무원 등의 직역연금 개혁 방안과 노인들에게 지급하는 기초연금 액수도 공론화위 논의 범위에 포함시킬 수 있다. 이 제안이 국민연금 문제 해결을 위한 하나의 돌파구가 되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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