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현송 "조달비용 늘어 수출 달러강세 덕 못봐"
이창용 "중국 의존도 낮춰야"
◆ 1월 무역적자 사상최대 ◆
세계적인 석학인 신현송 국제결제은행(BIS) 경제보좌관 겸 조사국장은 강달러가 지속되면 한국을 비롯한 각국의 수출이 타격을 입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달러 강세가 기업의 자금조달을 악화시켜 생산활동을 위축시킨다는 것이다. 다만 달러가치가 정점을 찍고 하락세인 만큼 추락 중인 한국의 무역수지 개선에 도움을 줄 것이라고 전망했다.
신 국장은 1일 대한상공회의소에서 열린 한국은행·대한상공회의소 공동 세미나에서 포괄적 달러가치와 수출 증가율을 분석한 결과 달러 강세가 금융 여건을 악화시켜 무역을 감소시킨다고 밝혔다. 신 국장은 "자국 통화가 강할 때 (달러가 약세일 때) 수출이 잘된다"며 "어찌 보면 역설적"이라고 말했다. 달러가 약세일 때 수출이 잘되는 건 금융 여건이 여유가 있으면 기업의 운전자본을 더 낮은 비용으로 운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신 국장은 작년 10월에 정점을 찍은 환율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환율은 작년 10월 21일 1440원을 돌파한 이후 하락 전환해 현재 1220원대로 안정적인 추세를 보이고 있다. 신 국장은 "주요국 인플레이션이 수그러들고 있어 추가적인 긴축이 필요 없을 것"이라며 "앞으로 (환율이) 어느 정도 안정을 찾을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답했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도 "달러가치가 추세적으로 떨어지면 우리나라 경상수지·무역수지도 개선되는 방향으로 갈 것"이라며 장밋빛 전망을 내놨다.
올해 글로벌 경기 향방의 최대 변수인 중국의 리오프닝 영향에 대해서는 다소 견해가 엇갈렸다. 신 국장은 "한국이 최종 소비재에 관해서는 많은 혜택을 받을 것"이라며 "BIS는 경제 예측을 하지 않지만 국제통화기금(IMF)처럼 올해 중국이 5% 이상 성장할 것이라고 본다"고 말했다. 신 국장은 최근의 미·중 갈등 속 공급망 차질로 중국을 떠나야 하는지 묻는 중소기업 관계자의 질문에도 "중국은 중간재 무역이 큰 비중을 차지하므로 배제시킬 수 없고 양쪽과 거래하는 한국에 기회가 될 것"이라고 답했다. 반면 이 총재는 "중국에서 임금이 오르고 경쟁이 심해져 한국으로서는 지난 20년간 누렸던 특수를 이어가기 어려워진 측면이 있다"며 "저임금을 기초로 중간재를 수출해 중국 특혜를 얻었던 구조에서 벗어나야 한다"고 강조했다.
어려운 세계 경제 속에서도 연착륙에 대한 전망이 커지고 있다. 미국이 고용시장의 균형을 찾고 경기를 가라앉힐 수 있다면 충분히 가능하다는 주장이다. 유럽 경기는 작년까지만 해도 원자재 가격 상승과 달러 강세로 냉각되다가 원자재 가격과 달러 안정화로 활력을 되찾아가고 있다. 신 국장은 "예전에 기대도 못 하던 연착륙이 거론되고 있다"고 말했다.
[양세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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