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은-대한상의 경제세미나] 이창용 "中 의존도 낮출 시기"… 신현송 "올 달러 환율 안정적"

문혜현 2023. 2. 1. 1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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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경제 대응방안' 주제로 대담
신 "달러 가치 안정땐 수출 증가"
美·유럽 경기 연착륙 기대 높아져
이창용(왼쪽) 한국은행 총재와 신현송 국제결제은행(BIS) 수석 이코노미스트 겸 조사국장이 대담하고 있다. 연합뉴스

미 달러화 가치가 지난해 10월 정점을 찍은 후 안정될 것으로 전망되면서 한국의 무역수지도 개선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신현송 국제결제은행(BIS) 경제보좌관 겸 조사국장은 1일 서울 중구 대한상의 회관에서 열린 '제1회 한국은행(BOK)-대한상의(KCCI) 세미나'에서 포괄적 달러 가치와 수출 증가율을 분석한 결과, 달러가 약세를 나타냈을 때 금융 여건이 개선돼 수출이 오히려 성장했다며 "달러 약세가 지속된다고 하면, 지난해 가을 무역이 급속도로 악화했던 것과 반대로 예상보다 더 빨리 수출이 개선될 계기가 될 수도 있다"고 내다봤다. 이같은 분석은 자국 통화 가치가 절하(환율 상승)됐을 때 수출이 늘어난다는 통념과는 반대다. 신 국장은 "역설적으로 들릴 수 있겠지만, 결국 달러 기반 가치사슬 하에서 달러가 약세를 나타내면 금융 여건에 여유가 생겨 무역이 급속도로 성장할 수 있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신 국장은 올해 달러 전망에 대해 "인플레이션이 안정되면 추가로 금융긴축은 하지 않아도 될 상황이 올 텐데, 그렇다면 달러도 지난해 가을을 정점으로 더 큰 폭으로 뛸 가능성은 크지 않다"며 "바람 반 예측 반이지만, 어느 정도 안정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라고 말했다.

이날 세미나에는 최태원 대한상의 회장(SK그룹 회장), 이창용 한은 총재를 비롯해 기업, 학계 등 관계자 200여명이 참석했다. 주제 발표전 이 총재와 신 국장은 대담 형식으로 한국과 글로벌 경제에 대한 의견을 나눴다. 경제학을 전공한 이 총재(서울대)와 신 국장(옥스퍼드대)은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간판 이코노미스트로 꼽힌다. 이 총재도 국제금융기구인 IMF에서 일한 바 있다.

이 총재는 먼저 "앞으로 달러가 어떻게 될 것인지 전망을 부탁한다"고 운을 뗐다. 이에 대해 신 교수는 "인플레이션(물가 상승)이 정점을 찍고 안정된다면 추가 금융 긴축은 하지 않아도 될 상황이다"며 "달러도 작년 가을이 정점으로 다시 큰 폭으로 뛸 가능성은 많지 않다고 볼 수 있다"고 대답했다. 미 연방준비제도(연준·Fed)의 가파른 기준금리 인상 조치로 인한 '킹 달러 시대'는 저물었다는 뜻이다.

중국 경제의 향방도 관심사였다. 이 총재는 "미·중 무역갈등 심화로 중국 수출이 어려워지는 한편으로 중국 자체 생산의 확대가 이뤄질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우리가 중국을 포기할 수 있을까"라는 화두를 제시했다.

신 교수는 "중국이 중간재 무역에서 큰 비중을 차지하기 때문에 중국을 완전히 배제하는 것은 불가능하다"며 "지정학적으로 많은 흐름이 있지만 실제 한국 기업 입장에서 몇몇 아주 전략적인 종목 외에는 미·중간의 갈등이 큰 영향을 미칠 것인가 하는 의문이 있다. 한국엔 오히려 기회가 될 수 있다"는 입장을 개진했다.

이 총재는 "IMF(국제통화기금)가 올 중국 경제 성장률을 지난해 10월 4.4%에서 5.2%로 상향 조정했다. 한국 경제가 중국 회복 혜택을 받을 수 있을까"라는 질문을 이어갔다. 신 국장은 "최종 소비재에 한해선 많은 혜택을 볼 것이다. 하지만 결국 한국과 중국 무역 관계는 중간재 수출입이고 세계 경제가 어떻게 움직이느냐가 제일 중요할 것 같다. (중국 경제 성장률과 관련해) 저희(BIS)도 (IMF와) 견해가 비슷하다"고 전했다. 이 총재는 "저희가 기대하는 것은 중국 관광객이 와서 경상수지를 회복하는 것"이라고 했으며, 신 국장은 "그것은 한국 뿐 아니라 동남아시아도 마찬가지일 것"이라고 응답했다.

신 국장은 '미·중 갈등으로 지정학적 분절화가 빨라질 경우 수출 상대로 중국을 포기해야 할 수도 있느냐'는 질문에 "리스크 관리를 위한 거래 상대 다변화는 항상 중요하다"면서도 "미·중간 마찰이 있더라도, 각각과 관계를 계속 유지하는 한국에선 기회가 될 수 있다는 마음도 있다"고 답했다. 하지만 이 총재는 "중국 자체 경쟁력이 높아진 만큼 중국에 대한 의존도를 낮춰가야 할 시기로 보고 있다"고 했다. 신 국장과 이 총재는 올해 중국 경제 성장률이 5%대를 넘어설 것으로 예상되고, 미국과 유럽에서도 연착륙 기대가 높아지고 있다는 데 공감했다.

이 총재가 "중국 경제가 회복되면 실물경제가 좋아지지만 소비 수요가 늘어나 유가를 올리는 쪽으로 작용하지 않을까 하는 걱정이 있다"며 유가 전망을 묻자 신 국장은 "유가 뿐 아니라 전반적인 에너지 원자재 가격을 총괄적으로 생각할 필요가 있다. 한 가지 분명한 점은 최근 한 몇 십년 동안 원유 의존도가 많이 내려갔다는 것이다. 1973년 오일쇼크 때만 하더라도 GDP(국내총생산) 대비 원유 의존도가 높았지만 최근 지속적으로 떨어졌다. 원유 자체를 두고는 일부 충격이 있겠지만 크게 걱정할 것은 아닌 것 같다"고 전했다.

마지막으로 이 총재는 "미국과 유럽이 경제침체 국면으로 가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하는가"고 질문을 던졌다. 이에 대해 신 국장은 "최근 원자재 가격과 달러 가치가 안정돼 지금 유럽에서는 예전에 기대도 하지 못했던 연착륙이 가능하지 않을까 하는 기대가 나오고 있다. 미국도 고용시장의 균형을 다시 찾는다면 미국도 연착륙이 가능할 것 같다"는 희망적인 견해를 피력했다.

문혜현기자 moone@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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