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보험료 18% 인상…국회는 방치할 것인가

한겨레 2023. 2. 1. 18: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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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영등포구 국민건강보험공단 영등포남부지사 모습. 연합뉴스

[왜냐면] 유재길 | 공공운수노조 국민건강보험노동조합 정책연구원장

지난해 말 국민건강보험법 제108조와 국민건강증진법 부칙 제2항에 따라 해당 연도 건강보험료 예상 수입액의 20%에 상당하는 금액(국고 14%, 건강증진기금 6%)을 지원토록 하는 조항이 일몰되고 말았다. 그런데도 현재까지 임시국회에서는 아무런 논의가 이뤄지고 있지 않다. 정녕 이대로 정부 지원금이 중단된다면 국민은 18%의 보험료를 더 부담해야만 한다.

정부의 건강보험 지원은 1988년 농어촌의료보험 확대로 지역 재정 적자 보전을 위한 목적으로 시작됐다. 최초 의료보험법에 의한 지역 재정 50% 지원을 시작으로, 건강보험 통합 이후 2001년 의약분업 등 재정위기로 인해 2002년에 재정건전화특별법을 제정했다. 이로써 지역 재정의 50%를 2006년 말까지 지원하고, 다음 해 국민건강보험법에 5년 한시적 지원 규정을 제정해 정부 지원 기준을 보험료 예상수입액의 20%로 설정했다. 현재까지 3차례 기간 연장을 통해 지속 지원이 가능했다. 그러나 올해 정부 지원이 가능한 예산이 약 11조 원 책정돼 있음에도 법적 근거가 사라져 지출 불가한 무용지물 예산으로 전락해버렸다.

정부 예산은 세워져 있지만 지금 국회는 화물차 운전자 안전운임제, 30인 미만 사업장의 주 8시간 추가연장근로, ‘사법리스크 방탄용’이란 주장 등 정치적 소용돌이 속에서 정부 지원의 방향을 예상하기가 여간 어려워졌다. 이처럼 정부는 어지러운 정치적 상황을 기회로 삼아 정부 지원을 할 수 없으니 건강보험 보장성을 줄이고 보험료를 대폭 인상할 것이다. 특히 11조 원 예산은 국가 경제 위기를 핑계로 경정예산으로 다시 회수할 수도 있는 노릇이다. 윤석열 정부가 어떤 정부인가? 재정 긴축을 지상과제로 선정하고 복지, 건강보험 등 서민을 위한 재정은 긴축 일변도다. 기업과 부자에게는 법인세, 종부세, 상속증여세를 깎아주고 아낌없는 재정 지원을 뒷받침하는 전형적인 신자유주의 정권이기에 불안감을 감출 수가 없다.

이렇듯 정부 지원금이 지원되지 않는다면, 그 부담은 고스란히 국민이 짊어져야 한다. 첫째로 급격한 건강보험료 인상이 야기된다. 지난해 정부 지원금 10조5천억원은 보험료 예상수입액의 14.4% 수준이다. 그러나 정부 지원이 중단될 경우, 이 부분을 국민 부담 보험료로 충당해야 해 보험료 18% 인상이 불가피하다. 이는 직장가입자 월평균 4천원 인상하던 것을 2만1천원을 인상해야 하고, 지역세대는 월 3천원 인상하던 것을 1만5천원을 인상해야 한다는 것이다. 둘째로 보험료 대폭 인상이 없다면 약 20조원의 누적 적립금은 단기간 내 고갈돼 요양기관에 진료비 지불 중단 사태가 발생한다. 마지막으로 기업도 보험료 부담이 커져 고용 인센티브 저하 등 고용구축 효과 감소 및 국가 경쟁력 약화를 야기할 것이다.

2020년부터 발생한 코로나19 세계적 대확산(팬데믹)으로 보험료 경감, 검사, 치료비, 백신 접종비, 의료 인력 감염관리 등 8조 원가량 건강보험 재정에서 지출한 바 있다. 감염병예방법 제4조는 감염병 환자 등의 진료 및 보호는 국가 및 지방자치단체 책무로 정하고 있고, 제67조는 감염병 환자의 진료 및 보호에 드는 경비는 국가 부담을 명시하고 있다. 또한 이 법 제3조는 ‘감염병의 예방 및 관리에 관하여서는 다른 법률에 특별한 규정이 있는 경우를 제외하고는 이 법에 따른다’라고 다른 법률보다 우선시하고 있다. 이같이 감염병예방법에 따라 법정 감염병 진료비는 국가가 지급해야 하지만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건정심) 의결을 거쳐 불법적으로 건강보험 재정에서 지출했다. 하물며 2021년 5월7일 건정심 부대의견서에 ‘건정심은 코로나19로 인한 보험료 경감 2092억원, 예방접종 3579억원, 의료인력지원 480억원 등 총 6151억은 건정심 절차와 과정을 거치지 않고 건강보험 재정으로 사용하기로 결정한 것에 대해 유감을 표한다’라고 낼 정도였다. 건정심 위원과 정부가 배임죄 구성 요건이 되는지도 살펴봐야 한다.

정부는 120대 국정과제 가운데 66번 과제로 필수의료 기반 강화 및 의료비 부담 완화를 선정했다. 국민에게 ‘정부 지원 확대’를 약속한 만큼 정부 지원 관련 한시 지원 삭제, 불명확한 규정 명확화, 지원율 현실화 등 법 개정을 통해 정부 지원의 안정성을 확보해야 한다. 또한 보장성을 강화해 국민 의료비를 대폭 줄이고 국민 건강권을 보장하는 사회안전망을 마련해야 한다. 국가의 역할을 공고히 하기 위한 첫걸음으로 국회에서 잠자고 있는 건강보험 정부 지원 법안을 조속히 처리하기를 촉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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