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안보 불감증, 이제는 도려내야

2023. 2. 1. 18: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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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준규 안민정책포럼 청년분과위원·한반도청년미래포럼 대표

2002 월드컵 4강 신화는 대한민국 건국 이래 국가 전체가 가장 행복했던 순간 중 한순간으로 꼽힌다. 2002년 6월 29일 한일 월드컵 폐막 하루 전날, 대한민국과 터키는 3위와 4위를 가르기 위한 경기를 진행했다. 모든 국민들의 시선은 경기가 열린 대구월드컵경기장에 집중되었다. 그리고 경기 시작 전 선수들 모두가 묵념에 들어갔다.

무슨 일이었을까? 당일 오전 10시 25분 서해상 연평도 부근 북방한계선에서 북한군 초계정의 기습 포격으로 남북 간에 전투가 벌어졌다. 25분간 치열한 전투가 이어졌다. 북의 기습도발에 대한민국 해군 장병 6명이 전사했다. 윤영하 소령, 한상국 중사, 조천형 중사, 황도현 중사, 서후원 중사, 박동혁 병장이 전투 중 전사했고 18명이 부상을 입었다. 그리고 처참한 모습으로 참수리급 고속정 357호가 침몰했다.

북한측 초계정 등산곶 684호는 약 30명의 사상자가 나온 뒤 반파된 채 북으로 회항했다. 기습을 막기 위해 대한민국 해군 장병들은 끝까지 싸웠다. 한쪽 팔이 잘려 나가도 다른 팔로 총을 고정시킨 채 방아쇠를 당겼다.

왜 북측은 기습 포격을 가했을까. 한국전쟁 이후 약 70년, 국방 전력 대부분이 서로를 겨누고 있는 만큼 국지전은 전쟁으로 확대될 위험이 있기 때문에 더욱 조심스럽다. 무력도발은 언제든지 전면전으로 비화될 수 있다.

미시적으로 들여다보자. 북측 군인들은 자신들이 공화국을 위해, 그리고 미제 앞잡이들에 의해 미국에 식민지배를 당하고 있는 남조선을 해방시키기 위해, 위대하신 장군님을 떠받들어 남조선 괴뢰군 격파를 목적으로 기습공격을 펼치는 것이라고 생각했을 것이다.

즉 당에 대한 충성이자, 공화국 전사로서 이룩해야 할 사명으로 받아들였을 것이다. 바로 이것이다. 북한 군인들의 정신을 보자. 북의 수뇌부가 체제 유지를 위해 끝없이 반복해온 사상교육의 결과물, 날 것 그대로의 모습이 이러한 순간에 그 본 모습을 드러낸다. 그들은 말 그대로 강력하고 철저하게 북 수뇌부의 사상교육에 '세뇌'되어 우리 군 장병들을 향해 방아쇠를 당겼다.

그들이 수뇌부로부터 철저하게 박탈당한 알 권리, 표현의 자유, 그리고 교육이라고 할 수 없는 사상 주입, 즉 복합적인 인권 침해의 결과물이 결국 우리의 장병들에게 포탄을 발포하고, 방아쇠를 당기게 만든 근원이 되었다. 이렇게 북한 인권 문제와 안보는 불가분의 관계인 것을 알 수 있다.

인간의 인지능력과 사고방식의 형성은 누구로부터 어떠한 교육을 받는지에 따라 완전히 다르게 된다. 다시말해 다른 유형의 생명체로 다시 태어나는 것이다. 하얀 도화지 위에 어떠한 그림을 그리는지에 따라 그 성질은 완전히 다르게 나타난다.

북한은 폐쇄된 국가이다. 물리적으로도 폐쇄되었지만 가장 무서운 것은 정신적 폐쇄이다. 이러한 폐쇄 공간 속에서 당으로부터, 혹은 당 수뇌부, 즉 김씨 일가로부터 철저한 연구 끝에 부여되는 주입식 사상교육은 같은 모양의 세상을 볼지라도 외부 사람들과는 전혀 다른 세상을 보게 만든다. 북 수뇌부의 사상 주입은 주민 전체가 동일하게 작동하도록 인간들을 기계화시켜버린다. 그리고 고장 난 기계들은 무자비하게 파괴된다.

이러한 현실 속에서 연평 해전, 천안함 폭침, 연평도 포격이 일어났다. 우리의 가족이자 아버지이자 아들들은 산화되어 뼈조차 찾지 못한 채 우리의 곁을 떠났고 우리 역시 그들을 울며 떠나보내야 했다.

북한의 무인기가 서울 상공에 침투했다. 만약 그 무인기에 생화학 무기나 탄이 장착되어 서울에 떨어졌다면 우리의 운명 역시 앞을 장담할 수 없었을 것이다. 정부는 다행히 강력히 대응하고 있다. 하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국민들의 안보 의식이다. 장병들이 나라를 지키는 것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그리고 우리가 분단에 익숙해져 안보 감각을 상실한 것이 아닌지 돌아봐야 한다.

일제 강점기, 한국전쟁 때 우리가 어떠한 수모를 겪어야 했었는지를 기억하자. 대대적인 안보 교육이 필요하다. 북한 인권과 안보가 동일선상에 있다는 것을 인지해야 한다.

역사는 되풀이된다. 우리에게는 안 일어날 것이라는 생각은 역사를 소설로 생각하는 행위와 같다. 일제 강점기 때도, 전쟁 때도 사람들은 나라를 빼앗길지, 가족을 잃을지 미리 알고 있지 않았다는 점을 명심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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