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후초대석] MZ는 나약하다?…그들이 회사를 떠나는 이유

윤진섭 기자 2023. 2. 1. 18: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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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경제현장 오늘 '오후초대석' - 곽연선 LG경영연구원 위원 

유행어처럼 'MZ세대'라는 말을 많이 쓰곤 하죠. 이제는 사회를 끌어나가는 주역이 되었는데요. 하지만, 많은 MZ세대가 번아웃 상태를 겪는다고 합니다. 정신적·신체적 피로감과 무력감에 빠진다는 건데요. 미래의 주역들이 번아웃 상태라니 걱정이 앞설 수밖에 없습니다. 『번아웃 세대』라는 책을 쓰신 분이죠. 곽연선 LG경영연구원 연구원 모시고 MZ세대 번아웃 신드롬과 대책을 들어보겠습니다.

[앵커]

번아웃. 뭔가 열심히 일해서 체력이 다 한 것이라 할 수도 있고, 너무 많은 스트레스를 받아서 기력이 쇠한다고 볼 수도 있고. 제가 해석을 잘하고 있는지는 모르겠습니다만, 번아웃이 무슨 뜻입니까?

[곽연선 LG경영연구원 위원]

WHO에서 2019년에 번아웃에 대해 정의한 바가 있는데요. 번아웃이란 제대로 관리되지 않은 만성적 직장 스트레스 증후군으로 했습니다. 이에 대해 조금 더 설명해 드리자면 업무에 과도하게 몰입해서 갑자기 다 타버린 재처럼 아무것도 할 수 없는 무력감과 극단적 피로감을 이야기하는데요. 이런 정신적·신체적 에너지 탈진으로 인해 피로감을 느끼고, 업무에 부정적인 태도가 나타나는 냉소주의가 특징입니다. 또 업무에 대한 자신감이 떨어지거나 효율이 떨어지는 비효능감이 주요 특징으로 나타나는데요. 이는 어떻게 보면 우울증과 비슷한 게 아니겠느냐 생각하실 수도 있는데, 우울증은 삶 전반에서, 일상 전반에서 나타나는 슬픈 감정이 특징적이지만 번아웃은 정의 자체가 업무 스트레스라, 업무 영역에서 나타나는 무력감이기 때문에 구분해서 볼 필요가 있겠습니다. 그리고 스트레스와도 관련이 있지 않냐고 하시는데 어떻게 보면 만성적 스트레스는, 그러니까 지속적으로 강도 높은 업무 스트레스를 받았을 때 번아웃이 오는 거기 때문에 일상적 스트레스는 운동이나 가벼운 산책, 짧은 휴가로 리프레시될 수 있겠지만 번아웃은 회복까지 심한 경우 수개월~수년까지 걸리고, 단순히 짧은 휴가로 쉽게 해결되지 않는 걸로 볼 수 있어서 구분할 필요가 있습니다.

[앵커]

그러니까 우울증이나 일반적 스트레스와는 다르다. 과도한 업무로 인해 생기는 여러 가지 문제인데. 저도 그런 경험은 있는데, 지금 말씀하시는 번아웃 세대, 특히 MZ세대가 번아웃 세대라고 정의했는데 왜 MZ세대가 번아웃 신드롬에 시달리고 있을까요?

[곽연선 LG경영연구원 위원]

번아웃 세대일까, 질문이 드는데 통계적으로도 2030세대가 다른 세대보다 더 높은 번아웃을 호소하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습니다. 실제로 2022년 동아일보 주관 설문조사 결과에서도 20대~60대 응답자 평균 35%가 번아웃 증후군을 경험했다는데, 2030세대에서는 44%로 높은 수준이죠. 또 우리나라의 설문조사 결과뿐만 아니라, 딜로이트 글로벌 MZ세대 서베이에서도 MZ세대가 45% 이상 번아웃을 경험한다고 하는데 이는 다른 세대보다 높은 수준이거든요. 이게 전 세계적인 현상이구나.

[앵커]

MZ세대의 번아웃 경험 비율이 훨씬 높아요?

[곽연선 LG경영연구원 위원]

다른 세대보다 높습니다. 왜 발생했는지 궁금하실 수 있는데요. 이들은 이른 시기부터 강도 높은 경쟁을 경험했습니다. 심하면 초등학교 때부터 입시 경쟁을 했죠. 지속적인 학업 스트레스를 받아오면서 입시 경쟁을 뚫고 원하는 대학교에 들어가더라도 경쟁 토너먼트는 끝이 나지 않습니다. 대학교 1학년, 취업이라는 스테이지를 마주하게 되는데요. 학점 관리나 스펙 인플레이션이 발생하고, 상향 평준화되면서 예전에 했던 기준만으로는. 예를 들어 대학교 졸업장만으로도 취업할 수 있었던 시절이 있다고 했을 때 지금 같은 경우, 어떤 신문사에서는 어림없다고 말하기도 했는데요. 이런 것들이 통계적으로 나타나는 수치가 있는데, 청년층은 졸업 후에도 취업에 소요되는 기간이 평균 11개월이나 있다고 합니다. 그리고 대학교를 졸업한 신입사원 같은 경우에도 2020년 기준 신입사원 평균 연령이 31세로, 98년도 IMF 때보다 6세 증가했는데, 이는 어떻게 보면 신입사원이 되는 데에도 경력이 필요한 시대가 온 거라고 (볼 수 있습니다).

[앵커]

신입사원이 되는 과정에서 진이 다 빠진다는 이야기네요.

[곽연선 LG경영연구원 위원]

되기도 전에, 조직에 들어가기도 전에. 조기 입시 경쟁이나 취업난에 지쳐버리는데, 또 조직에 들어간다고 해도 끝이 나지는 않거든요. 과도한 업무 대비 적은 보상을 받는다는 인식이 있거든요. 특히 우리나라는 아무리 열심히 일해도 성과에 대해 합당한 보상을 받기보다는 나이나 연차에 따라서 호봉제나 연봉주의 보상 구조가 강한 편인데요. 이런 부분에서 보상이 적다고 좌절하게 되고요. 최근 인플레이션에 자산 가격이 급등하면서 더더욱 노동에 대한 보상이 상대적으로 적게 느껴지면서 보상을 적게 받는다고 생각하기도 합니다.

[앵커]

요즘 MZ세대들을 보면 자기주장도 뚜렷하잖아요. 부당한 지시에 굴복하지 않고 바로 항의하기도 하고. 그런 것들은 번아웃 신드롬 현상과 다른 특징이에요? 같은 사람들이 그렇게 달리 반응하는 겁니까? 

[곽연선 LG경영연구원 위원]

언뜻 보면 다른 특징이지만, 결국 같은 환경 속에서 기인했다고 보는 거거든요. 그렇게 뚜렷하게 자기 의사를 표현하고 불만과 불합리를 감내하지 않는 모습은 저성장 시대에서 감내하고 감수했을 때 미래에 충분히 보상받을 수 있다는 기대감이 없어진 상황에서 '무조건 감내하는 것이 답이 아니다. 그건 현명한 선택이 아니'라고 생각하는 MZ세대들이 많아지는 것이죠. 조직이 자신의 미래를 보장하지 못하고, 참는 것만으로는 좋은 결과가 없으니까.

[앵커]

MZ세대는 조직에서 한 절반이 넘을 것 같은데, 그런 MZ세대가 번아웃 세대로 분류될 정도로 번아웃에 시달린다면 그렇게 해서 조직이나 기업에서 나타나는 현상은 어떤 것들이 있습니까?

[곽연선 LG경영연구원 위원]

일단 번아웃을 겪게 되면 업무에 대한 동기부여가 떨어지고 생산성이 저하되고 부정적 태도, 아까 냉소주의라고 했잖아요? 그런 것들이 나타나면서 지각 결근이 먼저 나타나고요. 그게 심화되면 결국 퇴사로 이어집니다. 퇴사하지 못하는 상황적 요인이 있다면 '조용한 퇴사'라고 해서 심리적으로는 퇴사했으나, 물리적으로 퇴사하지 못하는.

[앵커]

한때 그런 말이 유행했죠, 조용한 퇴사.

[곽연선 LG경영연구원 위원]

그것도 어떻게 보면 번아웃을 저항하는 모습을 나타나는 건데 그런 현상이 나타나는 건 물리적 퇴사보다 심각한 것일 수 있어요. 왜냐하면 개인적 차원에서는 그렇게 큰 문제가 아니겠지만, 조직적 차원에서 그 사람들이 동기가 저하된 상태로 조직에 계속 남아있음으로써 다른 사람으로 대체하진 못하고, 다른 사람들의 동기를 저하시킨다는 면에서 심각한 영향을 미칠 수 있고요. 이런 MZ세대의 퇴사나 조용한 퇴사 현상은 MZ세대가 연대하는 특성이 있기 때문에, 연대해서 함께 행동하는 행동주의를 의미하는데요. 조용한 퇴사가 조직적으로 퍼질 수 있다는 위험성이 있다고 보입니다.

[앵커]

그렇군요. 만약 연대해서 확산되면 기업의 생산성이나 효율을 많이 떨어트리니까 기업 입장에서는 크게 우려할 현상인데요. 이러면 개인이 노력해서 극복할 수 있는 게 아니라, 조직이 노력하고 해결 방법을 찾아야 하는 겁니까?

[곽연선 LG경영연구원 위원]

물론 MZ세대가 개인적으로 노력을 안 하는 건 아닙니다. '갓생살기 운동' 이런 트랜드가 있는데요. 운동, 명상, 독서 등 스트레스를 대응하기 위한 바람직한 생활 습관을 루틴화해서 서로 공유하고 노력하는 것인데요. 이런 방식으로는 개인적으로 통제감을 회복하는 겁니다. 직장에서 얻었던 스트레스나 통제감을 못 느끼잖아요. 거기에서 삶에서 그걸 회복하려고 하는 거지만, 개인적으로는 그렇게 할 수 있어도 조직적·구조적으로 계속 발생하는 번아웃 요인을 근본적으로 해결하지 못한다면 아무리 개인이 스트레스 대응을 높인다고 해도 그런 걸 당해내긴 어렵습니다. 근본적으로 해결하기 어렵다는 것이죠.

[앵커]

개인에게 이런 번아웃 신드롬에서 벗어나라고 극복하라고 요구하기에는 이 현상이 워낙 사회적 기업적으로 문제가 되니까. 그러면 기업들도 그런 현상을 어느 정도 느끼고 있을 텐데, 어떻게 해결해야 할까요? 기업이 '아, 우리 회사의 MZ세대가 번아웃에 고통을 겪고 있다.' 해결하는 방법은 그럼 뭐가 있습니까?

[곽연선 LG경영연구원 위원]

해결하는 방법으로는 여러 가지가 있지만 정신 건강 지원 프로그램이라고 해서 심리상담 지원을 늘린다든지 아니면 정신적·신체적 건강 지원 비용을 늘린다든지. 이런 사례가 있지만, 이 방법은 어쨌든 개인에게 번아웃의 원인을 돌리는 경향이 있습니다. 그래서 정말 근본적으로 고치기 위해서는 체제 개선을 해야 하는데, 이때 중요한 게 리더의 역할입니다. 처음에 첫 번째 리더가 할 일은 번아웃 징후를 파악하는 것이 중요한데요. 구성원과 주기적으로 소통함으로써 이들이 정말 업무량이 적절한지, 업무 스트레스가 적절한지, 혹시 부정적인 직장 내 괴롭힘이나 갈등 요소가 있는지/없는지에 대해 주기적으로 체크하는 게 필요한데요. 단순히 면담뿐만 아니라, 요즘은 주기적인 서베이를 통해서도 그런 게 가능합니다.

[앵커]

리더가 현 상황을 제대로 파악해야 한다?

[곽연선 LG경영연구원 위원]

뿐만 아니라 보상을 주는 것도 중요한데요. 아까 적은 보상이 번아웃의 원인이라고 했는데 그게 단순히 금전적 보상이나 승진뿐만 아니라, 일의 의미나 중요성을 알게 해주는 것. 고객들을 만나서 자기가 한 일에 대해 어떤 영향력을 끼쳤는지 체감하게 하는 것. 그것도 일의 중요성과 의미를 느끼는 데에 도움이 되고, 이게 동기부여….

[앵커]

보람을 느끼게 해준다는 이야기예요?

[곽연선 LG경영연구원 위원]

그렇죠. 그리고 개발 기회, 경력 개발 기회를 주는 것인데, 이런 개발 기회를 주는 것만으로도 조직에서 나를 인정해주고 존중해준다는 생각이 들기 때문이죠. 그런데 단순히 번아웃을 넘어서 조직 차원에서는 긍정적인 직원 경험을 설계하는 것이 중요한데요. 직원을 마치 고객처럼 생각하고, 고객의 경험을 설계하는 고객경험설계가 있듯이 직원의 경험을 설계하는 것인데요. 이는 평생직장 개념이 희미해졌다면 단순히 번아웃이나 이직을 막는 데에서 끝나는 것이 아니고, 조직 안에 구성원들이 있을 때 최대 성과를 낼 수 있도록 환경을 조성해주는 게 기업 경쟁력을 확보하는 데 중요할 것 같습니다. 

[앵커]

긍정적인 직원 경험을 설계하라, 리더들이 주목해야 할 것 같은데. 번아웃 현상이 우리나라 기업들만의 현상은 아닐 것 같아요. 미국에도 그런 현상이 많이 있을 테고 대책을 만들어갈 텐데, 미국 기업들의 경우에는 어떻습니까?

[곽연선 LG경영연구원 위원]

미국 기업의 경우, 특히 실리콘밸리 같은 데에서는 번아웃을 많이 호소하고 있습니다. 많은 업무량으로 인해, 번아웃으로 인해 퇴사를 하기도 하는데요. 이 경우 명상 프로그램을 제공한다든지 특히 마음 챙김 명상이 유행하는데 그런 구글의 내면검색프로그램을 이용해서 구성원들의 주의력과 정서조절능력을 회복하는 데 도움이 되고 있는데요. 이 또한 어떻게 보면 근본적인 체제 개선이 아닌 개인의 스트레스 대응 능력을 높인다는 측면에서 완전한 해결책이라고 보기는 어렵습니다.

[앵커]

번아웃에 시달리는 MZ세대를 위해서는 조직이나 기업, 회사 차원에서 제대로 리더가 앞서서 해결책을 마련해야 한다, 이렇게 요약할 수 있겠네요.

[곽연선 LG경영연구원 위원]

네, 결국 MZ세대의 집단 번아웃 현상은 시대의 변화를 반영한다고 봅니다. 새로운 시대 변화에 따라 저희 조직도 변화할 때라 생각하고 단순히 MZ세대의 집단적 번아웃을 보고 MZ세대는 나약하고, 참을성이 없다고 탓하거나 편견을 가진 시선으로 보기보다는 왜 이렇게 되었을까 이해해보는 시각을 가지는 게 해결의 출발점이 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앵커]

네, 알겠습니다. 번아웃에 시달리는 MZ세대의 번아웃 현상과 대책, 잘 들었습니다. 『번아웃 세대』라는 책을 쓰신 곽연선 LG경영연구원 위원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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