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FINANCE] 꽁꽁 언 IPO 시장, 슬슬 입질이 온다

이윤희 2023. 2. 1. 18:25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兆단위 대어급 상장 철회에 잔뜩 위축
연초 중소형주들 예상밖 '따상' 릴레이
'미래반도체' 다음 거래일까지 31% ↑
'오브젠' 장 초반 상승세로 상한가 마감
'삼기EV' '꿈비' 등 예비상장사들 기대

지난해 하반기부터 '조(兆)단위 대어급' 기업들의 상장 철회가 잇따르며 잔뜩 위축됐던 IPO(기업공개) 시장에서 잇딴 '따상'(공모가의 두 배로 시초가 형성 후 상한가) 소식이 들려오고 있다. 지난달 상장한 중소형주가 연달아 강세를 보이면서 공모시장 분위기도 조금씩 되살아나는 분위기다.

올해 첫 '따상'을 기록한 미래반도체는 지난 1월 27일 코스닥 시장에 상장했다. 미래반도체는 공모가의 2배인 1만2000원에 시초가를 형성한 후 가격제한폭(30%)까지 직행하며 1만5600원에 거래를 마쳤다. 다음 거래일인 30일에도 24,31% 연속 상승하며 시장 분위기를 주도했다.

같은달 마케팅솔루션 기업 오브젠도 상장 첫 날 따상에 성공했다. 30일 코스닥에 상장한 오브젠은 공모가 1만8000원으로 시초가는 3만6000원에 형성됐다. 장 초반 '따상'에 성공한 오브젠은 상한가(30%)까지 올라 4만6800원에 장을 닫았다.

올해 첫 따상의 주인공인 미래반도체는 반도체 제조사로부터 D램, 낸드플래시, SSD(솔리드스테이트드라이브) 등 메모리 반도체와 터치 컨트롤러 IC(집적회로), 카메라 이미지센서, PMIC(전원 관리 집적 회로) 등 비메모리(시스템) 제품 등을 사들여 고객사에 납품하는 유통회사다. 1996년 삼성전자 출신 반도체 전문가들을 주축으로 설립된 회사는 삼성전자, 삼성디스플레이의 공식 국내 대리점이라고 보면 된다. 전체 유통 제품의 99%가 삼성전자 제품이고, 삼성전자와 메모리 AS(사후 관리) 서비스 대행 계약을 맺어 세계 유일의 메모리 AS센터를 운영하고 있다.

미래반도체는 지난달 10~11일 진행된 기관투자자 대상 수요예측에서 1576.56 대 1의 경쟁률을 기록해 공모 희망밴드(5300~6000원) 상단에서 공모가를 확정했다. 공모금액은 216억원이다. 같은 달 16~17일 진행한 일반 청약에선 경쟁률 938.26대 1을 달성하며 흥행을 예고했다. 증거금으로 2조5333억원이 모였다. 공모가 기준 예상 시가총액은 866억원이지만 지난달 30일 현재 시가총액은 2811억원이다.

오브젠은 기업용 소프트웨어를 제공하는 마케팅 솔루션 전문기업이다. 고객 행동 정보와 빅데이터 등을 수집한 뒤 인공지능(AI) 기반으로 분석해 초개인화 마케팅을 위한 토탈 솔루션을 공급한다. 전략적투자자(SI)이자 오브젠 2대 주주인 네이버클라우드와 협력해 자체 고객 데이터가 부족한 기업에 고객 데이터를 제공하는 사업도 준비하고 있다.

하지만 오브젠은 얼마 전까지만 해도 상장 성적을 자신할 수 없는 처지였다. 1월 16일부터 17일까지 이틀간 일반투자자 대상으로 진행한 공모 청약에서 5.97 대 1의 청약률을 기록하며 흥행에 실패했다.기관투자자 대상으로 진행한 수요예측 경쟁률도 98.5 대 1 수준으로 큰 관심을 받지 못하자 공모가를 희망가 하단인 1만8000원으로 결정하기도 했다.

연초 예상치 못한 '따상'이 연이어 나타나자 2월 들어서도 분위기를 이어갈 수 있을지 상장 예비 기업들이 주목받고 있다. 부품 제조기업 삼기이브이(EV)가 오는 3일 코스닥에 신규 상장한다. 삼기이브이는 2020년 10월 코스닥 상장사인 삼기에서 물적분할돼 설립됐다. 전기차(EV)용 2차전지 부품을 만든다. 2차전지의 안전성 강화 부품을 생산하고 있는데 주력인 엔드플레이트는 국내 점유율 1위다. 삼기이브이는 수요예측에서 희망 공모가(1만 3800원~1만 6500원)에도 못미치는 1만1000원에 공모가를 확정했지만 일반 청약에서는 100대 1이 넘는 경쟁률을 기록하며 기대를 받았다.

올들어 처음 1000대 1이 넘는 일반 청약 경쟁률을 기록한 애니메이션 제작사 스튜디오미르와 유아동 가구 제작사 꿈비 등도 흥행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스튜디오미르는 지난달 26~27일 일반 청약에서 1582.89 대 1의 경쟁률을 기록했다. 16~17일 기관투자가 대상 수요예측에서도 1701.62 대 1의 경쟁률을 나타내 올해 IPO에 나선 회사 중 가장 높았다. 당시 참가 기관 1704곳 중 1702곳이 희망가 상단 이상의 가격을 써내며 공모가를 희망 밴드 상단인 1만9500원에 결정했다. 스튜디오미르는 미국에서 흥행한 '코라의 전설'과 '분덕스' '도타 : 용의피' '볼트론 : 전설의 수호자' '위쳐 : 늑대의 악몽' 등 애니메이션 제작사다. 오는 7일 코스닥 시장에 상장할 예정이다.

꿈비는 지난 26~27일 기관투자자 대상으로 수요예측에서 큰 관심을 모으면서 공모가도 희망밴드(4000원~4500원)의 상단을 초과한 5000원으로 확정됐다. 전체 공모 물량의 70%인 140만주 모집에 총 1590개 기관이 참가하면서 1547.13대 1의 경쟁률을 기록했다. 꿈비는 유아용 매트와 침구류, 원목 가구 등을 제조·판매하는 업체다. 보유 중인 특허·디자인권만 344건에 달한다. 꿈비는 이번 IPO에서 80억~90억원을 공모한다. 이중 12.5%는 구주매출이며, 나머지는 신주 발행이다. 오는 9일 상장할 예정이다.

지난달 12일 증권신고서를 제출한 새벽배송업체 오아시스도 2월 내 코스닥 상장을 목표로 하고 있다. 공모 예정가 기준 시가총액이 약 1조원의 '대어'다. 오아시스는 오는 7~8일 공모주 수요 예측, 14~15일 일반청약을 거쳐 이달 하순쯤 코스닥 시장에 상장할 계획이다.

새해에는 '뻥튀기 청약' 예방책 등 공모 투자자를 보호하는 장치가 마련돼 IPO 시장에도 적잖은 변화가 있을 전망이다. 금융당국에 따르면 올해부터 IPO 수요 예측에 참여하는 기관들의 뻥튀기 청약(허수성 청약)을 막기 위해 사전 수요조사가 허용된다. 증권신고서를 내기 전 수요조사를 해 공모가가 터무니없이 높아지는 것을 막는다. 당국은 주관사가 주금납입능력 확인 기준을 자체적으로 마련해 수요예측 참여기관의 능력을 확인한 뒤 물량을 배정하도록 했다.

또 상장 당일 가격 변동폭은 공모가 대비 기존 63~260%에서 60~400%로 확대된다. 그동안 상장 당일 제한된 가격 변동폭에 대한 불만의 목소리가 컸다. 상장 직후 '따상', '따상상'이 나타나는 경우가 적지 않아 투기적 베팅을 야기하고, 개인 투자자의 피해 또한 커졌기 때문이다.

금융위원회는 공모주를 배정받은 기관투자가들의 공모주 매도 내역을 일정 기간 들여다보고 있는 'IPO 트래킹 시스템'(가칭) 도입도 검토하기로 했다. 또 물적분할을 반대하는 소액주주들에게 분할 이전 주가로 주식을 상장사에 팔 수 있는 주식매수청구권이 주어진다. 주식매수청구권 행사시 매수가격은 주주와 기업이 협의해 결정한다. 금융위는 상반기 중 관련 규정 개정 등 주요 제도 개선 작업을 마무리할 계획이다. .

오광영 신영증권 연구원은 "올해 투자자의 관심이 높은 기업들이 상장 가능성이 높고, 정부의 IPO 건전성 제고 방안 시행 등도 예정돼 IPO 환경이 개선될 전망"이라면서 "IPO 시장은 상반기보다 하반기가 더 기대되는 상저하고의 모습을 보일 것"이라고 전했다. 이윤희기자 stels@dt.co.kr

Copyright © 디지털타임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