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프] "일본에 소유권"…뒤집힌 판결, 기구한 운명의 고려 불상

김민표 D콘텐츠 제작위원 2023. 2. 1. 18:21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두 가지 주장이 있습니다. "왜구가 약탈해 갔으니 원래 주인에게 소유권이 있다"(충남 부석사) "약탈한 적 없고 한국 절도범이 훔쳐갔으니 돌려달라"(일본 관음사) 고려시대 금동 불상을 두고 서로 '자기 것'이라고 주장하는 소유권 분쟁이 10년 넘었는데요, 오늘(1일) 2심 선고에서 재판부가 일본 관음사 손을 들어줬습니다. 1심 판결과는 정반대였습니다.
 

뒤바뀐 판결…고려불상 소유권 일본으로

한국과 일본 문화재 관련 학계의 관심이 집중된 재판이 있었습니다. 고려말에 제작된 것으로 추정되는 금동 불상의 소유권을 충남 서산의 부석사가 갖느냐, 일본 대마도의 관음사(觀音寺/간논지)가 갖느냐를 결정하는 중요한 재판이었죠.

먼저 불상 사진부터 보시죠. 불상의 이름은 금동관음보살좌상입니다.

이 불상을 놓고 10년 넘게 한국과 일본의 사찰이 소유권 분쟁을 벌였는데요, 지난 2017년 1심 재판에서는 부석사가 승리했지만 오늘(1일) 2심에서는 정반대 결과가 나왔습니다.

2심 법원인 대전고법 민사1부는 1심을 뒤집고 불상을 일본에 돌려줘야 한다고 선고했습니다. 소유권이 관음사(觀音寺/간논지)에 있다는 겁니다. 

6년 만에 판결이 뒤집히자 부석사 전 주지인 원우 스님은 "용기 있는 대한민국 판사가 있었으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면서 반발했고요, 부석사 측 변호사도 판결을 받아들일 수 없다며 대법원에 상고하겠다고 했습니다.
재판부가 왜 부석사 패소 판결을 내렸는지 설명드리기 전에, 불상 소유권이 어쩌다 법정 사건이 됐는지부터 설명드리겠습니다.
 

충남 부석사 "왜구가 약탈했으니 돌려줘야"

불상은 고려말인 1330년대에 제작된 뒤 부석사에 봉안된 것으로 역사 자료에 기록돼 있습니다. 이후 부석사에서 사라지고 행방이 묘연했는데요, 왜구가 약탈해 간 것으로 추정만 하고 있었죠.

이 불상이 지난 2012년에 국내에 모습을 드러냈는데요, 절도 범죄와 관련 있습니다. 한국의 문화재 절도범들이 일본 대마도에서 이 불상 등을 훔쳐 국내에 반입하다 세관에 적발된 거죠.

다른 문화재는 일본으로 반환됐지만, 이 금동관음보살좌상은 반환되지 않았습니다. 부석사 측이 '왜구의 침략에 의해 불법 반출된 문화재'라면서 한국 정부를 상대로 돌려달라는 소송을 제기했기 때문이죠.

부석사는 2017년 1심에서 소유권을 인정받았는데요, 일본이 불상을 약탈했다는 주장이 법원에서 받아들여진 겁니다.

당시 1심 판결에 중요한 영향을 미친 건 불상 내부에 있던 결연문이었습니다. '1330년경 서주(서산의 고려시대 명칭)에 있는 사찰에 봉안하려고 이 불상을 제작했다'는 내용이 불상 결연문에 적혀 있었던 거죠. 그래서 법원은 '왜구가 비정상적 방법으로 불상을 가져갔다고 보는 게 옳다'는 취지로 부석사의 손을 들어줬습니다.

하지만 한국 정부는 불상의 진위를 명백히 밝혀야 한다는 등의 이유로 항소했죠.
 

일본 관음사 "불상 약탈한 적 없다"

항소심은 6년 가까이 이어졌는데요, 일본의 관음사 측은 1심보다 적극적으로 소유권을 주장했습니다.

관음사는 크게 두 가지 이유를 들었습니다. ▲ 불상을 조선으로부터 적법하게 들여왔고 ▲ 오래 봉안한 만큼 취득시효 완성에 의한 소유권이 인정된다는 겁니다. (취득시효: 타인의 물건을 일정 기간 점유하는 사람이 그 물건의 소유권을 취득하는 제도)

지난해 6월에는 관음사의 다나카 세쓰료 주지승이 우리 항소심 법원에 나와 이런 주장을 펴기도 했습니다.

다나카 주지는 "1527년부터 자리해 있던 불상은 지난 1953년 관음사 종교 법인 설립 후 명확하게 소유 의사를 갖고 공공연하게 불상을 소유해왔으며 일본과 한국 민법상 취득시효가 적용돼 소유권이 성립된다"고 주장했습니다.

항소심 재판 과정에서 진품 여부 감정도 있었는데요, 문화재청이 불상과 결연문의 진위를 확인하기 위해 탄소 연대측정도 했습니다. 그 결과 1330년대에 제작된 진품으로 밝혀지면서 논란이 일단락됐죠.
 

입증 어려운 약탈, 입증 쉬운 취득시효

2심 재판부가 일본 관음사 손을 들어준 건 자료와 증거의 한계 때문으로 보입니다. 재판부는 "1330년 서주(서산의 고려시대 명칭)에 있는 부석사가 불상을 제작했다는 사실관계는 인정할 수 있으며, 왜구가 약탈해 불법 반출했다고 볼 만한 증거도 있다"면서도 부석사 소유권은 인정하지 않았습니다. 

우선, 고려시대 부석사와 현재의 부석사가 동일한 사찰인지 입증이 어렵다는 점을 들었습니다. 소유권을 주장할 자격이 있는지부터 흔들린 거죠.  


[ https://premium.sbs.co.kr/preview/article/d8M7U-ZAAg ]

김민표 D콘텐츠 제작위원minpyo@sbs.co.kr

Copyright © Copyright ⓒ SBS.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