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 ‘이태원참사 100일 추모제’ 광화문광장 “사용 불가” 통보
서울시가 오는 4일 열리는 10·29 이태원참사 100일 추모제에 광화문광장 사용을 불허했다. 광화문광장을 이용하겠다고 먼저 신청한 단체가 있다는 이유에서다. 유가족 단체는 ‘사용 시간이 거의 겹치지 않는데도 서울시가 불가 통보를 했다’며 서울시에 다시 협조 요청을 구할 것이라고 밝혔다.
1일 서울시와 10·29 이태원참사 유가족협의회(협의회)에 따르면 서울시는 전날인 지난달 31일 KBS 방송 프로그램 촬영을 이유로 광화문광장에서 추모제 개최가 불가능하다고 협의회에 통보했다. KBS는 3~4일 오전 8시부터 오후 6시 사이 광화문광장에서 촬영을 한다고 사용 신청을 해 놓은 상태다.
서울시가 지난달 26일 첫 사용 불가 통보를 하자 협의회는 “참사로 세상을 떠난 사랑하는 이들을 추모하기 위한 행사”라며 “온전한 추모를 할 수 있게 적극 협조해주길 요청드린다”고 재차 공문을 보냈다. 하지만 서울시는 다시 같은 결론을 내렸다.
협의회는 KBS와 직접 소통한 결과 방송 촬영이 4일 오전 중으로 대부분 마무리될 수 있다는 답변을 받았지만 서울시가 최소한의 조율 의지도 보이지 않았다고 아쉬움을 표했다. 참사 100일 추모제는 당일 오후 2시로 예정돼 있다.
이미현 10·29 이태원참사 시민대책회의 공동상황실장은 “KBS와 소통한 결과 4일 낮 12시 전에 철수하는 게 목표라고 했다”라며 “촬영 장소는 주로 이순신 장군 동상 주변이고, 추모제는 북쪽 광장에서 열 예정이라 시간과 장소 모두 겹치지 않는다”라고 말했다. 이어 “서울광장의 경우 두 개 이상 단체가 동시 사용 신청을 하면 신청 주체끼리 모여서 조율하게 해 주는데 이번 경우는 그렇지 않았다”고 했다.
협의회는 서울시에 다시 광장 사용을 신청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광화문광장 사용이 다시 불허되면 추모제는 광장 옆 세종대로 3개 차로에서 열릴 예정이다.
참사 희생자 고 이주영씨의 오빠 이진우씨는 “참사 100일을 맞아 시민들과 함께 희생자들을 추모하고 싶은 것이지, 차로를 막아서 일반 시민에 불편을 끼치고 싶은 것이 아니다”라며 “시민 불편을 가중하는 방향으로 결정이 내려진 게 잘 이해가 가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서울시는 KBS의 방송 촬영 일정 외에도 광화문광장 내 매장문화재 발굴과 관련된 전시품을 4일부터 설치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서울시 관계자는 “지난해 말부터 추진한 전시인데 일정이 자꾸 미뤄져서 4일부터 전시품을 설치하려고 한다”며 “문화재와 관련된 대형 책 구조물 10여점을 설치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KBS와 일정 조율이 충분히 가능하지 않았느냐는 질문에는 “광화문광장이 서울광장처럼 큰 지역도 아니고, 중복 신청이 됐다면 원칙적으로 불가능하다”고 답했다.
유경선 기자 lightsu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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