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횡재'했으니 세금 내라는 野… 억울하다는 정유사 [ISSUE &]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3. 2. 1. 17: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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팩트체크
이재명發 '횡재세' 논란… 정유사 '과도한 불로소득' 챙겼을까
횡재세 왜 나왔나… 배경은?
난방비 폭등에 국민적 '분노의 화살' 성과급 잔치 벌인 정유업계로 향해
영업이익률 10% 육박, 횡재 아닌가?
16년치 영업이익률 평균 내면 2.0%
같은기간 제조업은 6%대… 사실상 ⅓
횡재세, 세계적 흐름이다?
영·프·독 등 유럽 선진국 중심으로 도입
'원유값 급등이 횡재인가' 원론적 질문도
국내 휘발유·경유 가격의 '고공행진'이 계속된 지난해 3월 28일 서울의 한 주유소 유가정보판에 휘발유가 2590원, 경유가 2490원을 나타내고 있다. 뉴스1
"에너지 관련 기업들이 과도한 불로소득, 과도한 영업이익을 취한 것에 대해서 전 세계에서 이미 시행하는 것처럼 '횡재세' 개념의 부담금을 부과하는 것도 검토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지난달 26일 국회에서 열린 '난방비 폭탄 민주당 지방정부·의회 긴급대책회의'에서 이같이 발언했다. 이에 파이낸셜뉴스는 대표적인 에너지 기업으로 꼽히는 정유사들의 영업이익률과 횡재세 채택 국가를 조사해 과연 에너지 기업들이 과도한 불로소득과 영업이익을 챙겼는지, 아울러 전 세계적으로 횡재세를 시행하고 있는지 등을 따져봤다.


■작년만 보면 맞지만 16년간 따져보면 아니다

1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지난해 3·4분기 대형 정유4사로 불리는 '빅4'(SK에너지, 에쓰오일, GS칼텍스, 현대오일뱅크)가 정유 부문에서 벌어들인 영업이익은 약 11조6900억원으로 영업이익률이 9.6%에 달했다.

이는 빅4의 최근 3년(2019년 1조459억원, 2020년 영업손실 5조5140억원, 2021년 3조4897억원) 영업이익과 비교하면 객관적으로 봐도 크게 증가한 수치다. 따라서 단순히 지난해 3·4분기 누적 데이터만 놓고 보면 이 대표의 말이 맞다.

하지만 범위를 15년 이상으로 늘리면 이는 사실이 아닌 것으로 확인됐다.

파이낸셜뉴스와 대한석유협회가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을 통해 2007~2022년 3·4분기까지 약 16년간 빅4의 정유 부문 매출과 영업이익을 모두 분석한 결과, 이 기간 평균 영업이익률은 2.0%에 불과했다. 영업이익률이 2.0%라는 것은 기업이 매출 100을 기록했을때 영업외 비용으로 98을 사용했다는 의미다. 빅4가 이 기간 기록한 정유 부문 매출은 1530조원이다. 하지만 영업이익은 30조3100억원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1500조원가량을 추가 투자나 비용 처리 등에 사용했다는 뜻이다.

지난해 1·4~3·4분기 누적 영업이익률이 9.6%로 역대 최대 영업이익률을 냈음에도 평균 영업이익률이 2.0%에 불과하다는 것은 그동안의 영업이익률이 그만큼 낮았다는 의미다. 실제로 빅4가 영업손실을 기록한 해는 2009년, 2012년, 2013년, 2014년, 2020년 등 5년이나 된다. 16년간 빅4의 영업이익률이 2.0%를 초과한 것은 9번, 그렇지 못한 것은 7번이었다.

■같은 기간 제조업 영업이익률, '빅4'의 3배

언뜻 보면 영업이익률 2.0%는 낮지 않은 비율처럼 보일 수 있다. 하지만 같은 기간 한국의 대표 산업인 제조업 영업이익률이 6%대를 상회한다는 것을 감안하면 결코 높은 수치라고 할 수 없다.

산업연구원이 매년 발표하는 '국내 산업별 영업이익률'에 따르면 2022년을 제외한 2007~2021년 15년간 국내 제조업의 평균 영업이익률은 6.47%로 나타났다. 이는 빅4의 영업이익률보다 3배 이상 높은 것이다. 여기서 제조업이란 반도체, 컴퓨터, 화학, 자동차, 철강 등을 모두 포함한다. 16년간 제조업이 기록한 가장 낮은 영업이익률은 2019년도의 4.7%였다. 빅4의 정유부문 영업이익률에 대입하면 4번째로 높은 수치다. 코로나19가 시작됐던 2020년도에는 5.0% 수준이었다.

결국, 이재명 대표의 '에너지 기업들이 과도한 불로소득과 영업이익을 취하고 있다'는 발언은 단순히 지난해 3분기 동안만을 적용하면 맞는 말이다. 하지만 정유4사의 16년간 평균 영업이익률을 따져보면 과도한 불로소득 및 영업이익을 챙기고 있다는 주장은 맞지 않다. 만약 이 발언이 맞다면 빅4보다 영업이익률이 높은 국내 제조사 절반 이상도 모두 과도한 불로소득과 영업이익을 취하고 있다는 의미가 된다.

■현재 횡재세 시행 국가는 10여개국 불과

두 번째로 따져볼 점은 과연 전 세계적으로 횡재세를 시행하고 있는지 여부다. 그전에 한 가지 짚고 넘어가야 하는 것은 '전 세계를 어디까지 봐야하는지'다.

국립국어원 표준국어대사전에 '세계'를 검색하면 '지구상의 모든 나라. 또는 인류 사회 전체' '집단적 범위를 지닌 특정 사회나 영역' '대상이나 현상의 모든 범위' 등 3가지 뜻이 나온다. 이 중 이 대표가 말한 '전 세계'는 1번과 가깝다. 세계 각국과 국경 등을 다루는 폴지오나우에 따르면 지난해 유엔이 전 지구상에서 '나라'로 지정한 곳은 195곳이다.

이 중 지난달 기준 현재 횡재세를 시행하고 있는 나라는 오스트리아, 불가리아, 체코, 핀란드, 프랑스, 독일, 그리스, 이탈리아, 네덜란드, 노르웨이, 폴란드, 루마니아, 스페인, 영국, 슬로바키아, 헝가리 등 대부분 유럽 국가들로 10여개국에 불과하다.

미국에서는 지난해 11월 초 관련 내용이 의회에서 한 차례 논의된 바 있지만 아직 시행 결론이 나지는 않았다. 아시아 국가인 중국과 일본은 해당 내용을 논의조차 하지 않고 있다. 따라서 전 세계가 횡재세를 시행하고 있다는 이 대표의 발언은 사실이 아니다.

■전문가들 대부분 횡재세 도입에 반대 의견

그렇다면 횡재세에 대한 전문가들 의견은 어떨까. 대부분은 '반대' 의견을 냈다.

김형건 강원대학교 경제학과 교수는 "국내 정유사들은 원유 시추 등을 하는 게 아니라 원유를 수입한 후 가공해서 파는 사업을 하기 때문에 원유 가격 인상이 횡재라고 볼 수 없다"면서 "현재 나오고 있는 횡재세 논의는 논리적 타당성이 부족하다"고 말했다. 그는 경제학적으로 봐도 한계가 명확하다고 지적했다. 김 교수는 "사실 초과이윤을 어디서부터 볼 것인지도 문제"라면서 "원가를 정확히 알기 전에는 각각의 초과이윤세가 얼마인지 알기 힘들다"고 덧붙였다.

현재 정부가 벤치마킹하고 있는 유럽연합(EU)의 횡재세 모델과 우리나라의 상황은 전혀 다르다는 지적도 있었다.

김갑순 동국대학교 회계학과 교수는 "쉽게 말하면 EU는 일부 에너지 가격에 상한제를 두고 그 이상 벌어들인 기업이득을 초과이윤으로 지정하는 등 '에너지 가격 안정'에 목적이 있다"면서도 "하지만 국내에서는 기업들의 초과이윤을 걷어 서민들에게 나눠주려는 게 목적"이라고 비판했다. 이어 "국내에 논의되고 있는 횡재세는 이름을 가져다 쓰는 것에 불과하다"고 주장했다.

향후 횡재세 적용 범위가 다양해질 수도 있다는 점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왔다. 주원 현대경제연구원 실장은 "지금은 정유업계에만 횡재세 관련 목소리가 나오지만 (이 법이 통과되면) 범위가 은행 등으로 넓어질 수 있다"면서 "만약 (정유)기업이 불법으로 이익을 크게 남겼다면 문제가 되겠지만 그러지 않았는데 영업이익 일부를 초과이윤으로 규정해 세금으로 거둬들인다는 것은 맞지 않다"고 말했다.

김태환 에너지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만약 국회에서 입법이 완료되더라도 과연 조세 도입 취지를 달성할 수 있을지 의문"이라며 "무작정 '도입하면 안된다'라기보다는 아직 성급한 결정이라고 생각하며, 충분한 사회적 논의가 더 필요하다"고 말했다.

kjh0109@fnnews.com 권준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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