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스템 오너 일가 CB 콜옵션 증여에 과세당국 주시 [시그널]

국세청, 콜옵션부CB 전수조사에 오스템도 포함
과세당국 횡령 사태 이어 세무조사 불가피 관측

[서울경제]

최규옥 오스템임플란트 회장이 지분 매각 과정에서 전환사채(CB) 매도청구권(콜옵션)을 활용해 자녀에게 증여하자 국세청도 향후 과세를 위해 예의 주시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최 회장 측은 증여 재산을 투명하게 신고해 납부한다는 입장이지만 국세청은 2021년 CB 콜옵션을 활용한 부의 승계 사례를 전수 조사한 바 있어 이번 거래를 주목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1일 세무 당국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최 회장 측은 두 자녀에게 증여한 CB 콜옵션에 대해 재산 증가분만큼 신고하고 증여세를 납부할 계획이다. 최 회장은 지난달 19일 두 자녀에게 약 200억 원 상당 CB의 콜옵션만 떼어 증여했고 이들은 21일 이를 오스템임플란트 지분 공개 매수를 선언한 유니슨캐피탈컨소시엄에 주고 대신 신주인수권부사채(BW) 776억 원어치를 받기로 했다. 최 회장 자녀들이 받는 BW는 유니슨 등이 오스템임플란트를 지배하기 위해 설립하는 덴티스트리인베스트먼트가 발행한다.

오스템이 2020년 발행한 CB의 주식 전환가액은 주당 3만 8736원으로 이를 전환 가능 주식 수(51만 6315주)로 셈하면 196억 원에 해당한다. 그러나 공개 매수 중인 오스템임플란트의 주가는 19만 원에 근접해 있어 증여한 CB의 가치는 최근 시세로 980억 원에 달한다. 유니슨 측은 CB 콜옵션의 대가로 최 회장 자녀에게 CB 인수에 필요한 금액을 제외한 776억 원어치의 BW만 넘기는 셈이다.

이에 따라 최 회장 일가는 BW의 현재 가치인 776억 원을 증여 재산으로 보고 이에 따른 세금을 낼 것으로 알려졌다. 상장 주식은 증여일 전후 2개월간 시세 가액의 평균을 과세 대상으로 보는데 오스템임플란트는 현재 주가가 19만 원에 근접한 상황으로 CB 전환가액(3만 8736원)에서 상승한 주식 가격이 증여 대상이라는 논리다.

특히 업계는 최 회장과 두 자녀가 오스템임플란트의 경영에 참여하며 주가 상승에 베팅한 것으로 해석한다. 이들은 매각 대금을 현금으로 받지 않고 사실상 오스템임플란트 최대주주인 덴티스트인베스트먼트 BW로 받았기 때문이다. 계약 조건을 보면 최 회장은 오스템임플란트의 이사 2명을 직접 선임하고 1명은 선임에 관여할 수 있다. 또한 유니슨컨소시엄이 지분을 되팔 때 우선협상권을 갖고, 제3자에 매각할 때 매각 차익도 공유한다.

국세청도 최 회장 일가의 이번 증여 사례가 특수해 주시하고 있다. 국세청은 2021년 주가 상승이 확실한 상장사 최대주주가 CB콜옵션만 따로 떼어 자녀에게 증여한 후 이들이 주가 상승 차익을 본 경우 편법 증여로 보고 세무 조사를 실시했다. 당시 국세청은 모 상장사 최대주주가 주가 하락 시점에 회사 명의로 CB를 발행한 후 콜옵션만 자녀에게 무상 양도한 9건의 사례를 조사해 세금을 추징했다. 최대주주의 자녀가 주가 상승 초기에 회사 대신 콜옵션을 부여받은 후 주가 상승 시점에 주식으로 전환해 시세 차익을 편취했기 때문이다.

당시 국세청은 2017년부터 2021년 10월 26일까지 기업이 공시한 콜옵션부 CB를 전수조사했다. 오스템임플란트 역시 콜옵션이 붙은 CB를 2020년 발행해 과세 당국이 이를 인지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세무 당국의 한 핵심 관계자는 “(최 회장 일가가) 증여일 기준으로 성실히 신고해 납부하면 그 내용을 살펴볼 것이며 향후 주식 양도 차익에 대해서는 발생 시점에 납부하면 될 것”이라며 “세무 조사 여부는 신고 내용에 따라 달라지기 때문에 확답할 수 없다”고 말했다.

임세원 기자 why@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