깜짝 성장한 유로존, 48년만에 美·中 제쳤다
'기업 천국' 아일랜드도 한몫
브렉시트 3주년 영국은 울상
올해 전망치 러시아보다 낮아
유로존이 지난해 깜짝 성장하며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에서 미국과 중국을 제쳤다. 중국이 뒤늦은 코로나19 확산에 고전한 반면 유럽은 예상보다 따뜻한 겨울 덕에 에너지난을 무난히 넘긴 것이 주효했다는 평가다.
지난달 31일(현지시간) 유럽연합(EU) 통계청인 유로스타트는 지난해 4분기 유로존(유로화를 사용하는 20개국) 경제가 3분기보다 0.1% 증가했다고 발표했다. 2022년 유로존 GDP 성장률은 3.5%로 미국(2.1%), 중국(3%)보다 높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세계 경제 3대 엔진이 수십 년간 중국, 미국, 유로존 순이었던 점을 감안하면 드문 일"이라며 "팬데믹이 전 세계 성장 패턴을 뒤섞고 있다"고 평했다. 이 매체는 유럽이 중국과 미국보다 빠르게 성장했던 마지막 시기가 1974년이라고 전했다.
이번 유로존의 '선방'은 일시적이라는 평가가 많다. 유럽은 코로나19 피해를 다른 지역보다 먼저 더 크게 겪어 2021년 경제 규모가 쪼그라들었다. 지난해 성장률에는 기저효과가 반영된 것이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불거진 에너지난도 에너지 수급 다변화 정책과 예상 밖의 따뜻한 겨울 날씨 덕에 우려했던 것보다는 경제에 미치는 영향이 작았다. 코로나19 이후 리오프닝으로 관광산업이 재개된 것도 지난해 상반기 유럽의 주요 경제 동력으로 작용했다.
유로존 국가인 아일랜드 GDP가 12.2% 성장하면서 유로존 GDP 상승에 힘을 보탰다. 알파벳, 트위터, 화이자 등 다국적기업의 유럽 본사를 다수 보유한 아일랜드가 두 자릿수로 성장하며 4분기 유로존 경제성장률이 0.1%포인트 올라갔다고 블룸버그 이코노믹스는 분석했다. 자산운용사 DWS의 마틴 모리슨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세금 회피를 위해 아일랜드에 본사를 둔 기업들 때문에 수치가 다소 왜곡됐다"며 "유럽 주요 경제국인 독일과 이탈리아 GDP 성장률은 각각 0.2%, 0.1%에 그쳤다"고 지적했다.
40여 년 만에 팬데믹이 흐트러뜨린 경제성장률 순위는 팬데믹 때문에 원상 복귀할 가능성이 높다. 전문가들은 작년 말 제로 코로나 정책을 폐지한 중국 경제가 올해 빠르게 반등할 것으로 봤다. 유엔은 올해 중국 경제성장률을 4.8%, 국제통화기금(IMF)은 5.2%로 예상했다. 반면 유엔은 미국과 유로존 경제성장률은 각각 0.4%, 0.2%로 지난해보다 줄어든다고 내다봤다.
이런 가운데 유로존 물가 상승률이 3개월 연속 둔화된 것으로 나타났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1월 유로존 인플레이션은 8.5%로 전달(9.2%)보다 둔화돼 로이터 예상치인 9%를 크게 밑돌았다. 코어 인플레이션은 5.2%로 전월에 이어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유로존 인플레이션은 지난해 10월 10.6%로 정점을 찍은 뒤 둔화됐지만 유럽중앙은행(ECB) 목표치인 2%에는 한참 못 미쳐 2일 ECB는 통화정책회의에서 기준금리를 0.5%포인트 올릴 것이 확실시된다.
한편 1월 31일로 EU와 결별 3주년을 맞은 영국은 올해도 경제 반등을 기대하기 어렵다는 전망이 나온다. IMF는 올해 영국 경제성장률을 -0.6%로 예상했다. 경제 제재를 받는 러시아(0.3%)보다도 낮다.
[이유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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