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트업 권고사직 '칼바람' 패스트파이브 등 잇단 단행

나현준 기자(rhj7779@mk.co.kr), 황순민 기자(smhwang@mk.co.kr), 우수민 기자(rsvp@mk.co.kr) 2023. 2. 1. 17:21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전 세계적으로 스타트업에 대한 투자가 급격히 줄어들고 구글, 메타 등 빅테크 기업들이 경기 침체에 대비하기 위해 대규모 인력 감축에 나선 가운데 해외 기업에서 감지된 '비용 감축' 현상이 한국 스타트업 업계로 옮아가고 있다. 초기 스타트업뿐 아니라 일정 규모의 인력과 투자금을 확보한 중견급 스타트업까지 인력 감원, 사업구조 재편 등 고강도 구조조정에 나선 모양새다. 기준금리 인상과 경기 침체로 인한 불확실성 여파로 벤처투자 시장이 얼어붙은 가운데 투자자들은 △수익모델 확보 △마케팅비 절감 △사무실 이전 등 비용 축소 △인력 감축 등 자구책 마련을 요구하고 있다.

1일 정보기술(IT) 업계 등에 따르면 위워크와 국내 공유 오피스 시장을 양분하고 있는 패스트파이브는 비핵심 사업 부문 직원들을 대상으로 권고사직 통보를 시작한 것으로 알려졌다. 대상자 개개인별로 면담을 진행하는 방식으로 구조조정이 이뤄질 것으로 전해졌다. 이번 구조조정은 사업·조직 개편을 겸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패스트파이브 관계자는 "구조조정은 사실이 맞고 전체 인력의 10~15% 규모"라면서 "명분은 경기 침체에 대비해 다른 회사들과 비슷하게 선제적으로 대응하는 차원과 비핵심 사업을 축소 정리하는 포트폴리오 조정"이라고 설명했다. 중소 게임사 데브시스터즈는 최근 '마이쿠키런' 프로젝트를 정리하면서 직원 20여 명에 대해 일방적인 해고를 단행했다는 논란에 휩싸였다. 데브시스터즈 측은 "일방적인 해고는 아니며, 프로젝트 소속 직원들이 본사 내부의 다른 부서 혹은 자회사 등으로 재배치될 것"이라고 해명했다. 매일경제 취재 결과, 해당 직원들의 그룹 이동의 경우 별도 면접을 통해 진행될 예정인 것으로 파악됐다. 이를 두고 게임업계에서는 사실상 권고사직이라는 의견이 제기된다.

왓챠, 탈잉, 샌드박스네트워크 등 굵직한 스타트업들도 대규모 구조조정에 나섰다. 최근 국내 스타트업들은 위기의 시간을 맞고 있다. 작년만 해도 뭉칫돈이 몰렸던 국내 스타트업 투자가 최근 급격히 줄어들면서 위기감이 고조된 탓이다. 스타트업에 대한 투자는 △각국의 금리 인상 기조 △인플레이션 공포 △경기 침체 우려 △기술주 폭락 등이 맞물리면서 급감했다. 스타트업 민관 협력 네트워크인 스타트업얼라이언스가 발표한 '스타트업 투자 리포트'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기준 국내 스타트업 투자액은 7681억원으로 전년 동기(1조1472억원) 대비 33% 급감했다. 이에 따라 스타트업 생존 환경도 급변하고 있다. 벤처투자자들이 '외형 성장'보다 '수익 실현 가능성'을 중시하면서 스타트업에 고강도 구조조정을 요구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동안 시장에 돈이 많이 풀렸을 때는 당장 수익 실현 가능성이 낮아도 미래 성장에 기댄 투자가 많았지만 지금은 유동성 한파가 거세지면서 숫자로 증명되는 투자(수익성)를 선호하는 기조로 급선회했다. 자금난에 빠져 한계에 봉착한 스타트업·벤처들이 사업 구조조정과 함께 회사 매각을 단행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자금줄이 마른 유망 스타트업에 대해 빅테크 기업들이 '이삭 줍기'에 나설 수 있다는 전망이다.

[나현준 기자 / 황순민 기자 / 우수민 기자]

Copyright © 매일경제 & mk.co.kr.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