택시요금 인상 첫날…"가까운 거리는 걸어다닐래요"[TF현장]

조소현 2023. 2. 1. 17: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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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이야기 좀 그만" 서비스 개선 요구도
기사들 "손님 줄어들까 우려" vs "한결 나아"

1일 오전 시민들이 서울 서초구 지하철 3호선 고속터미널역 앞 택시승강장에서 택시를 기다리고 있다. /조소현 인턴기자

[더팩트ㅣ조소현 인턴기자] "다리가 불편해서 택시를 탈 수밖에 없어요. 몇백원 오른 것도 아니고 부담이죠."

서울 중형택시 기본요금이 3800원에서 4800원으로 오른 1일. 서울 서초구 지하철 3호선 고속터미널역 앞 택시승강장에서 택시를 기다리고 있던 한모(48) 씨는 한숨을 내쉬었다. 목발을 짚고 있던 그는 "병원이 청담동에 있다"며 "원래도 부담이었는데, 앞으로가 더 막막하다"고 토로했다.

이날 오전 4시부터 서울 중형택시 기본요금이 4800원이다. 종전 3800원에서 1000원(26.3%) 올랐다. 기본 거리도 2km에서 1.6km로 줄었고 거리·시간 요금도 조정됐다. 거리당 요금은 132m당 100원에서 131m당 100원으로, 시간 요금은 31초당 100원에서 30초당 100원으로 비싸졌다.

시민들은 대체로 부담스럽다는 반응이다. 오전 11시쯤 큰 캐리어를 끌고 고속터미널역 택시승강장에 내린 20대 박모 씨는 "동대문 쪽에서 출발해 거리가 10km가 안 되는데 가격이 1만5000원이 나왔다"며 "외국에 살아 택시를 자주 타지는 않지만 작년에는 1만2000원 정도 나왔던 것 같다. 기본 거리가 많이 준 것 같다"고 말했다.

지방에서 올라와 지리를 잘 모른다는 신모(51) 씨도 "비싸서 어떻게 타겠냐"며 "동네에서는 무조건 걸어 다닌다. 서울 택시비 인상되면 지역 택시비도 인상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덩달아 택시 서비스 개선 요구도 커지는 듯 했다. 양재역 근처에서 택시를 내린 대학생 김혜민(21) 씨는 "밤에 술 약속이 많다. 그럴 때마다 힘들어서 택시를 이용하는데, 기사님들이 정치적인 이야기를 많이 해 불편하다"며 "택시비가 올라도 이동하는 동안 편안하면 괜찮을 것 같다"고 했다.

30대 구상민 씨도 "택시들이 가까운 거리는 잘 안 가려고 하는 것 같다"며 "요금이 오른 만큼 승객을 골라 태우는 경우는 없었으면 좋겠다. 서비스 개선도 함께 이뤄져야 소비자도 계속 타지 않을까"라고 말했다.

서울 중형택시 기본요금이 4800원으로 인상된 1일 오전 서울 용산구 서울역 택시 승강장에 '택시 요금조정 안내' 문구가 붙어 있다. /박헌우 기자

'타다'나 '아이엠' 같은 조금 더 비싸지만 서비스가 좋은 고급 택시를 이용하겠다는 목소리도 있다. 송모(26) 씨는 "밤에 택시를 타려 한 적이 있는데, (택시 기사가) 대놓고 예약을 돌리고 승차 거부를 해 20~30분 기다렸다"며 "'타다' 아니면 집에 못 갔다. 어차피 둘 다 비싸니 돈을 조금 더 내더라도 만족스러운 서비스를 이용할 것 같다"고 말했다.

타다 관계자는 "업체가 주로 대형 택시, 고급 택시로 라인업이 구성돼 있다"며 "대형 택시와 고급 택시는 서비스의 질이 훨씬 좋다. 이번 인상으로 중형 택시와 가격 차이가 얼마 나지 않게 돼 반사이익이 있을 것으로 예상한다"고 밝혔다.

택시 기사 사이에서는 반응이 엇갈렸다. 일부 기사들은 요금 인상을 환영했으나, 일부는 손님이 줄 것 같다며 우려했다. 11년째 택시를 모는 60대 A씨는 "다들 좋아하는 분위기"라며 "기본요금이 3800원일 때도 어차피 일은 해야 했는데, 요금이 4800원이 되니 한결 낫다. 올려주니까 고맙다"고 전했다.

반면 법인 택시를 모는 박모(64) 씨는 "요금이 인상될 때마다 손님이 줄었다"며 "다들 힘든 시기인 만큼 줄일 수 있는 지출은 줄이려고 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택시 노조는 요금 인상을 환영하면서도 사납금(법인 택시 기사가 회사에 납부하는 당일 소득의 일부) 문제 등이 해결되어야 실질적으로 택시 기사들의 처우가 개선될 수 있다는 입장이다.

전국민주택시노동조합 관계자는 "손님이 많이 떨어졌다는 말들은 많다. 요금만 올려놓으면 손님만 떨어뜨리는 꼴"이라며 "요금 인상에 상응하는, 법인 기사들의 처우를 개선할 수 있는 현실적인 대책이 추가로 나와야 한다"고 주장했다.

sohyun@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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