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업 5년만에 매출 천억 …'흙수저' CEO의 도전

이새봄 기자(cestbon@mk.co.kr) 2023. 2. 1. 17: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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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창업한 회사 앳홈은 무자본으로 시작해 4년 만에 매출 455억원을 내는 회사로 커졌다. 올해는 전년도의 두 배가 넘는 1000억원의 매출 달성을 목표로 하고 있다. 그야말로 수직 상승하고 있는 앳홈의 매출은 창업을 꿈꾸는 이들이라면 누구나 관심을 가질 만한 숫자다. 숫자만큼 궁금한 것은 이 회사의 '사업 아이템'이다. 앳홈의 대표 판매 상품은 건조기와 빔프로젝터, 식기세척기, 베개, 매트리스, 건강식품이다. 최근에는 화장품도 팔기 시작했다.

이쯤 되면 이 회사의 정체가 뭔지 의구심이 생긴다. 가전 비중이 높지만 가전회사라고 말하기에는 식품과 침구 등 다른 카테고리 제품군이 너무 많다. 올해 앳홈이 주력으로 키우려는 분야는 화장품이다. 서울 성수동에 위치한 앳홈 사무실 내 단 하나뿐인 회의실의 화이트보드에는 '재구매율 1위 화장품을 만들겠다'는 포부와 프로젝트에 대한 내용이 빽빽이 적혀 있다.

양정호 앳홈 대표(30)는 '도대체 이 회사는 어떤 기업이냐'는 기자의 질문에 "집에서(at home) 생활하는 시간이 조금 더 나아지게 해주는 제품을 제공하는 회사"라고 설명했다. 그는 "창업 이후 우리 회사가 왜 존재해야 하는지에 대해 계속 고민했고 이제 답을 찾아가고 있다"며 "100년이 되지 않는 유한한 삶에서 가장 많은 시간을 보내는 곳이 집이고, 집에서 보내는 시간이 더 나아지게 만드는 것이 존재 이유"라고 덧붙였다.

2017년 가난에서 벗어나야겠다는 생각에 창업을 결심했지만 갓 군대를 제대한 스물다섯 살 청년의 주머니에는 제대 직전 마지막 달에 받은 월급 30만원이 전부였다. 자본금이 없다 보니 온라인 판매를 희망하는 자영업자들을 찾아가 설득하고 그들의 물건을 네이버의 온라인 쇼핑몰 '스마트스토어'에 올려 대신 팔아주는 것으로 사업을 시작했다. 선매입을 할 수 없어 팔 수 있는 물건을 고르는 게 아니라 맡겨주는 사람들의 제품을 파는 게 우선이었다. 첫 아이템은 '문어숙회'였지만 수급이 불안정해 금세 판매를 접었다. 수차례 실패를 거듭하고 난 후 뷰티기기인 'LED 마스크'로 '대박'을 냈다.

LED 마스크 판매를 통해 벌어들인 자금이 지금의 앳홈으로 키워나갈 수 있는 결정적인 기회가 됐지만, 온라인에서 인지도가 높아지자 결국 제조업체가 자체 판매를 하겠다며 판매권을 가져가 제품 공급이 끊겼다. 그는 "이러한 과정을 겪으면서 자체 브랜드가 있어야 한다는 것을 깨닫고, 2018년 후반부터 연 1~2개씩 자몬스(침구), 키첸(주방가전), 미닉스(건조기) 등 브랜드를 만들어 제품 개발을 시작했다"고 말했다. 앳홈이 아이템과 제품 콘셉트를 구상하고 제조사에 발주를 넣는 방식이었다. 감각적인 브랜드 작명과 젊은층을 겨냥한 디자인, 저렴한 가격대 등이 경쟁력으로 작용하며 시장의 관심을 끌었다.

앳홈의 제품군은 기존 대기업을 비롯해 이미 많은 기업이 출시한 것들이지만 차별화된 디자인과 제품력으로 경쟁력을 확보해나갔다. 미니 건조기시장에서는 누적 판매량으로 1위를 기록하기도 했다. 디자인과 품질, 고객관리에 보다 집중하기 위해 지난해에는 단 하나의 신제품도 내지 않았다. 그 대신 '품질연구소'를 세워 상품기획자, 산업 디자이너, 연구개발(R&D) 인력 등 신규 인력을 한 해에 40명이나 뽑았다. 현재 앳홈의 전 직원은 70여 명이다. 양 대표는 "홈라이프에서 발생하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제품을 만들고 파는데, 제품이 '문젯거리'가 되어서는 안 되지 않나. 더 좋은 품질, 더 확실한 고객관리가 이뤄져야 한다고 판단했다"고 밝혔다.

많은 분야에 투자하고 있지만 제조시설은 검토하지 않고 있다. 양 대표는 "애플처럼 신제품 개발과 핵심 기술 연구는 내부에서 이뤄지고 생산은 외주로 진행하는 게 우리 비전과 맞는 전술이라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올해는 기존 의류관리기(스타일러)보다 크기를 3분의 2 수준으로 줄인 신제품을 론칭하기 위해 준비하고 있다. 제품 개발과 디자인은 앳홈이 주도하고 이를 실현해줄 생산 공장과 협업하는 식으로 작업한다.

[이새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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