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서 훔쳐온 고려 불상...대전고법, 1심 뒤집고 “日 사찰에 소유권”

우정식 기자 2023. 2. 1. 16: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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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년 만에 1심 판결 뒤집어
국내 문화재 절도단이 일본에서 훔쳐 들여온 고려시대 금동관음보살좌상. /조선일보DB

2012년 절도범이 일본 사찰에 있던 것을 훔쳐 국내로 반입한 고려시대 금동관음보살좌상의 소유권이 일본 사찰 측에 있다는 2심 법원 판단이 나왔다.

대전고법 민사1부(재판장 박선준)는 1일 충남 서산 부석사가 국가(대한민국)를 상대로 낸 유체동산(불상) 인도 청구 항소심 선고 공판에서 “불상 소유권이 일본 사찰 간논지(觀音寺)에 있다”며 원고의 청구를 기각했다. 이는 부석사의 소유권을 인정한 1심 판결을 뒤집은 것이다. 이 소송은 부석사가 불상을 임시 보관중인 우리 정부를 상대로 제기했지만, 사실상 부석사와 일본 간논지간 불상 소유권 분쟁이다.

일본 쓰시마섬 간논지(觀音寺)에 있던 이 불상은 2012년 10월 우리나라 문화재 절도범에 의해 국내로 반입돼 압수됐다. 높이 50.5㎝·무게 38.6㎏인 이 불상은 1973년 일본 나가사키현 지정문화재로 등록됐고, 현재 대전 국립문화재연구소에 보관중이다. 이후 부석사는 ‘1330년경 서주(서산의 고려시대 명칭)에 있는 사찰에 봉안하려고 불상을 제작했다’는 불상 안 결연문을 토대로 “왜구에게 약탈당한 불상을 원소유자인 부석사로 돌려 달라”며 소송을 냈다.

2017년 1월 1심 재판부는 ‘왜구가 비정상적 방법으로 불상을 가져갔다고 보는 게 옳다’는 취지로 부석사 측 손을 들어줬다. 이에 대해 국가를 대리해 소송을 맡은 검찰은 ‘불상과 결연문의 진위를 명백히 밝혀야 한다’는 이유로 항소했다.

1심 판결 후 일본 간논지 측은 지난해부터 피고 측 보조참가인으로 항소심 재판에 나서 불상 소유권을 주장했다. 간논지를 창설한 종관이 1527년 조선에서 일본으로 돌아올 때 불상을 양도받아 가져왔다는 것이다. 간논지 측은 “(왜구에 의해) 약탈당했다고 하는데 누가 언제 약탈했는지도 모른다”며 “설사 탈취됐다하더라도 불상을 도난당하기 전까지 60년동안 점유해 왔으므로 취득 시효가 인정된다”고 주장했다. 검찰은 “일본에 있던 문화재를 훔쳐 온 사안으로, 간논지의 취득시효가 완성돼 소유권이 인정되는 만큼 법리적 판단이 필요하다”고 했다.

이에 대해 부석사 측은 “1352~1381년 사이 5차례 왜구의 서주 침탈 시 불상이 탈취된 것”이라며 “간논지 측이 약탈 사실을 알고도 불상을 무단 점유해 왔다면 대법원 판례에 따라 점유 취득 시효가 성립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2심 재판부는 “간논지 측이 1953년 1월 6일부터 절도범에 의해 불상을 절취당하기 전까지 소유한 점이 인정된다”며 “민법에 의해 간논지의 불상 취득시효가 완성됐다”고 판단했다. 이어 “불상이 불법 반출된 것이라도 점유 취득 원인이 된 사실관계 성질상 취득시효 완성에 영향을 미치지 못하고, 이는 우리나라 민법도 마찬가지”라며 “원고가 주장하는 문화재보호법, 유네스코 협약 등은 불상의 취득시효 적용을 배제하는 근거가 될 수 없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다만 민사소송은 단지 소유권의 귀속을 판단할 뿐이며, 최종적으로 문화재 반환 문제는 유네스코 협약이나 국제법에 따라 결정해야 할 것”이라고 했다.

부석사 측 김병구 변호사는 “재판부의 결론을 인정할 수 없고 대법원에 상고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에 따라 불상 소유권에 대한 최종 판단은 대법원에서 가려질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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