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생에너지 주민 수용성 높이려면 주민 참여가 가장 중요”···에너지전환포럼 세미나
재생에너지 발전시설을 설치하는 과정에서 큰 걸림돌이 될 수 있는 주민 수용성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입지 선정 이전 단계부터 주민들이 주도적으로 참여할 수 있는 체계가 마련되어야 한다는 지적이 나왔다.
지난해 12월26일 ‘주민수용성 제고를 위한 에너지 공동설계’를 주제로 열린 세미나에서 발제자로 나선 박진희 동국대 다르마칼리지 교수는 지역에서 직접 마을 주민들과 에너지 전환과정을 함께 만드는 경험이 중요하다”며 “K-ESTEEM을 통해 이해관계자, 사업자들이 서로 소통하며 합의 가능한 해결책을 찾아가는 것을 통해 많은 부분에서의 오해가 해소될 수 있었다”고 소개했다.
K-ESTEEM이란 ‘한국형 신재생에너지 수용성 향상 및 갈등예방 메커니즘’으로, 풍력이나 태양광 같은 재생에너지 발전시설을 설치하는 과정에서 지역별로 생겨날 수 있는 갈등을 막고, 주민들이 발전시설 설치 과정의 객체가 아닌 주체가 되도록 소통을 돕는 체계를 말한다. 서울 여의도 전경련회관 컨퍼런스센터에서 열린 이 세미나는 한국에너지정보문화재단이 주최했으며 에너지전환포럼이 주관했다.
‘K-Esteem 재생에너지 공동설계 프로그램 실증의 성과와 의의’라는 주제의 발제에서 박 교수는 “입지가 결정되고, 공사가 시작된 뒤 마을 경관이 훼손된 뒤에야 주민들이 사업 반대에 나서고, 이로 인해 갈등이 더욱 증폭되어가는 상황이 발생하는 것을 예방하는 측면도 있었다”고 소개했다. 그는 이어 “마을 주민들과 함께 공동설계하는 과정에서 지역을 잘 아는 주민들의 다양한 제안들이 제시될 수 있다”며 “이를 통해 사업자가 미처 생각하지 못한 부분에서 주민들의 도움을 받는 경우도 있었다”고 설명했다.
이날 세미나에는 지역별 재생에너지 공동설계에 참여한 주체들 가운데 마을 주민으로는 강종회 영광 월평햇빛발전협동조합 이사, 사업자로는 서천일 승화기술 이사, 지자체에서는 김현수 여주시 에너지자립팀 전 주무관이 참가했다.
발제 이후 진행된 토론에서는 심준섭 중앙대 공공인재학부 교수가 좌장을 맡았고, 토론자로는 최덕환 한국풍력산업협회 팀장, 이동진 GS풍력 차장, 홍수정 행정과갈등연구소 박사, 이승문 에너지경제연구원 연구위원, 이정필 에너지기후정책연구소 소장, 최충기 양평군에너지협동조합 이사장이 참석했다.
신 교수는 “지금까지 에너지를 비롯한 과학기술 정책의 수용성이 떨어진 이유는 지나치게 기술과 경제 공학적으로 접근했기 때문”이라며 “주민들을 계몽의 대상으로만 바라보고, 함께 문제를 해결해나갈 소통 파트너로 보지 않다보니 갈등이 커져왔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그런 측면에서 주민들과 함께 에너지전환 과정을 공동설계 과정을 직접 실증하고, 여러 이해관계자들과 함께 논의하는 자리라는 점에서 이번 세미나는 매우 의미가 깊다”고 평가했다.
임재민 에너지전환포럼 처장은 “처음으로 지역에서 실증된 K-ESTEEM을 앞으로 다양한 지역에서 여러 각도로 적용해 보면서 더 성숙시켜 나가는 것이 중요하다”며 “소통과 공동설계 과정 자체가 앞으로 에너지전환 과정에 새로운 패러다임을 가져올 것이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는 “실제 에너지전환에 관심이 없다가 공동설계 과정에 참여한 이후, 마을 단위에서 재생에너지 사업을 늘리기 위해 목표를 세우는 주민들도 있었다”며 “에너지전환을 함께 만들어가는 경험을 통해 지역 주도의 에너지전환 문화를 만드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임 처장은 “이를 통해 한국 사회의 에너지전환이 보다 더 성숙된 논의 위에서 이뤄지길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김기범 기자 holjjak@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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