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완의' 이란 시위…수백명 죽었지만 여성들 여전히 히잡 거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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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잡 반대에서 시작해 전국적인 반정부 봉기로 발전했던 이란 히잡 시위가 대규모 거리 시위는 진압됐지만 히잡을 벗고 나서는 수천명 여성들의 조용한 저항 형태로 계속되고 있다.
이 형태의 시위는 정권을 무너뜨릴 힘은 없지만 진압이 어려운 시민불복종운동으로 계속 이어질 것으로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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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압 어려운 시민불복종운동으로 히잡 거부 계속될 것
(서울=뉴스1) 권영미 기자 = 히잡 반대에서 시작해 전국적인 반정부 봉기로 발전했던 이란 히잡 시위가 대규모 거리 시위는 진압됐지만 히잡을 벗고 나서는 수천명 여성들의 조용한 저항 형태로 계속되고 있다. 이 형태의 시위는 정권을 무너뜨릴 힘은 없지만 진압이 어려운 시민불복종운동으로 계속 이어질 것으로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지난해 9월 이란 테헤란에서 '히잡을 착용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현지 도덕 경찰에 체포된 마흐사 아미니(여·22)가 의문사하자 이란 전역에선 여성 인권 증진과 제도개혁을 요구하는 시위가 들불처럼 일어났다. 이 시위는 반정부시위로 발전했고, 정부가 강경진압으로 맞대응해 수백명이 숨졌다.
31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히잡시위는 폭력적인 진압과 경제난 때문에 거리 잦아들었다.
시위 기간 동안 이란 역시 극심한 인플레이션과 통화 급락을 겪었다. 지난 9월 중순 이후 리알화 가치가 30%가량 떨어지면서 지난주 오픈마켓에서 달러당 45만리알로 사상 최저치로 폭락했다. 인플레이션이 4년 연속 40%를 넘어섰다.
경제 위기는 반정부 운동을 지속하고 대중의 지지를 확대하는 것은 어렵게 만든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경제적 어려움은 시위를 촉발하거나 박차를 가할 수 있지만, 정권을 무너뜨릴 정도가 되려면 돈, 기술, 시간과 같은 자원이 필요하다. 그런데 개인들이 극심한 경제적 어려움에 처하면 시간이나 에너지를 시위하는데 쓰기 어려워진다.
이란의 경제는 수년간의 잘못된 관리와 부패, 미국의 제재로 악화된 상태였다. 여기에 시위 중 정부가 번번이 인터넷을 끊은 것이 민간 서비스 산업에 타격을 주었고 시위대와 보안군의 무력 충돌 때문에 외국인 관광객들이 줄어든 것도 악영향을 미쳤다.
무엇보다도 시위가 감소하게 된 직접적인 이유는 폭압적인 시위 진압이었다. 수천명이 체포되고, 수백명이 고무탄과 금속탄에 눈이 멀고, 16명이 사형을 선고받고, 4명이 실제로 처형되었다. 인권 단체들은 500명 이상의 시위자가 목숨을 잃은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점점 시위를 통해 이란 통치자들을 축출할 가능성이 약해지면서 기꺼이 목숨을 걸고 시위하려는 사람들이 줄어든 것이다.
미국 버지니아주의 윌리엄앤매리대 사회역사학자인 페이만 자파리 조교수는 "많은 이란인들은 이 정권이 살아남지 못할 것이라는 결론에 도달했지만, 그렇다고 이 저항이 살아남을 거라는 결론에는 도달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학자들, 서방 외교관들, 활동가들은 히잡 시위가 이란의 정권을 무너뜨릴 수 있는 국가적인 파업이나 대규모 시위가 될 만한 충분한 대중적 지지를 받지 못한 채로 남았다고 평가한다. 하지만 지난 몇달간의 싸움은 테헤란에서 수천명의 여성들이 히잡을 쓰지 않고 밖으로 나가는 것을 두려워하지 않을 정도로 여성들을 각성시켰다.
게다가 이번 시위의 주력들의 연령대는 매우 낮다. 이 덕분에 앞으로도 이같은 개인적인 저항이 오랫동안 지속될 가능성이 높으며 이 불만의 불씨가 꺼지지 않는 이상 시위가 다시 불붙을 가능성이 있다고 WSJ는 분석했다.
kym@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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