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전히 실패가 두려운 황연주 “야스민 없이 거둔 14승보다 4패가 더 아파요”
웃으며 인터뷰실에 들어선 황연주에게 ‘요즘 인터뷰 많이 하죠?’라고 묻자 “근래에 많이 했다. 좋고 감사하긴 한데, 어색하고 민망하기도 하다”라면서 “어린 후배들이 제가 인터뷰 많이 하는 것을 못 봤으니 ‘언니, 인터뷰했으니 커피 쏴요’라고도 해요”라고 답했다.
현대건설의 1~4년차 선수들에겐 황연주의 인터뷰가 생소할 법 하다. 2005년 V-리그 출범 때 신인으로 데뷔한 이래 2017~2018시즌까지 황연주는 항상 주전이었다. 그러나 2018~19시즌부턴 황연주의 포지션에 외국인 선수를 뽑으면서 코트보다 웜업존을 지키는 시간이 많아졌다. 주전으로 뛴 마지막 시즌인 2017~2018시즌에 378득점을 올렸지만, 이후 2018~2019시즌부터 2021~2022시즌까지 네 시즌 동안 올린 전체 득점이 280점에 불과했다.
코트가 익숙했던 그에게 웜업존을 지키는 시간을 ‘견뎠다’라고 표현해도 될까 묻자 “처음에는 인정하는 게 쉽지 않았어요. 항상 코트 위가 익숙했으니까. 견뎠다란 표현이 맞죠”라면서 “그래도 기회를 기다리며 제가 해야 할 것을 충실히 했어요. 내가 아직 배구 유니폼을 입고 있는 존재의 이유를 보여주고 싶었으니까요. 이 악물고 견뎠죠”라고 말했다.
황연주가 네 시즌 간의 인고의 시간을 기다린 덕분에 현대건설은 외국인 선수 야스민의 오랜 공백 속에서도 올 시즌 순항하고 있다. 그러나 오랜만에 돌아온 주전 기회만큼 부담감은 더 크게 다가온다. 황연주는 “야스민이 뛸 때는 한 번도 지지 않았는데, 제가 뛰고 4번이나 졌잖아요. 그런 게 아프죠”라고 말했다. ‘야스민 없이 뛰며 거둔 14승보다 4패가 더 아픈거냐’라고 묻자 “처음엔 부담 없이 자리를 잘 메꾸자고만 생각했는데, 주변에서 ‘잘한다, 잘한다’ 하니까 ‘이제 좀 못하면 죽겠는데?’라는 생각이 들더라. 그래서 14승보다는 그 4패가 더 아프게 다가와요”라고 설명했다.
◆ “은퇴란 단어는 아직 막연하게 다가와. 2세는 아직”
‘은퇴’란 단어가 어른거릴 시기지만, 그 단어를 받아들이기는 쉽지 않다. 황연주는 “은퇴에 대한 생각은 항상 하지만, 아직은 막연하게 다가와요. 그만두고 싶다고 생각한 적도 있긴 하지만, 중학교 때부터 시작해서 24~25년을 해온 게 배구 하나라서요”라고 말했다.
은퇴 후 진로도 그려보지 않았다. 2020 도쿄올림픽에서 해설위원을 맡아 좋은 모습을 보여준 것이 하나의 방향이 되지 않겠느냐 묻자 “제가 완벽하지 않은 완벽주의자라 확실하지 않으면 불안해하는 스타일이에요”라고 답했다. 이어 해설에 대해선 “2018 자카르타 아시안게임 때부터 해설 제의가 왔는데, 제 스타일이 내성적이고 아직 현역이다 보니 부담이 많이 됐어요. 선수들의 플레이를 지적했다가 제가 뛸 때 그런 실수를 할 수도 있으니까요. 그럼에도 2~3달에 한 번씩 PD님이 안부 물으며 제안해주셔서 맡았아요. 차분하게 실수 없이 마쳐서 다행이에요”라고 덧붙였다.
2020년 프로농구 KCC의 가드 박경상(33)과 백년가약을 맺은 황연주는 어느덧 결혼 4년차다. 황연주는 “남편도 저도 아직 현역으로 뛰고 있으니 결혼했다고 달라진 점이 크게 없어요. 마음의 안정이 더 생긴 것 정도? 휴일을 받으면 돌아갈 집이 있다는 것. 이 정도인 것 같아요. 남편도 운동선수니 서로 응원하고 이해해주고 이런 게 좋아요”라고 답했다.
◆“잘 하면서도 오래한 선수로 기억되고 싶어요”
황연주는 별명도 많다. ‘기록의 여왕’, 꽃사슴‘ 등등. 황연주는 “예전엔 꽃사슴이란 별명이 약해보이고, 놀림도 많이 받아서 싫었는데, 이젠 트레이드마크가 된 것 같아서 마음에 들어요. 상징적인 별명이 있는 선수가 많지 않잖아요”라면서 “저를 팬들에게 각인시킨 게 백어택이랑 서브니까, 이 기록만큼은 지키고 싶어요. 그럴려면 더 열심히 해야죠”라고 답했다. 현재 백어택(1228득점)과 서브득점(458개)에서 황연주는 통산 1위를 지키고 있다.
끝으로 어떤 선수로 기억되고 싶냐고 물었다. 잠시 뜸을 들인 황연주는 답했다. “잘하면서도 오래했던 선수, 그래서 대단했던 선수. 이렇게 기억되고 싶어요”
용인=남정훈 기자 che@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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