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쩐’ 재벌집 용두사미 엔딩만 피하면 된다 [TV와치]

이해정 2023. 2. 1. 15: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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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엔 이해정 기자]

'재벌집 막내아들'의 위성에 비하긴 어렵지만 안방극장 흥행 보증수표라는 두 자릿수 시청률을 돌파하는 데에 성공한 '법쩐'이 인기 가도를 달리고 있다.

흥행에 성공한 두 복수극, 그리고 그 복수를 이끄는 복수남(男) 이선균, 송중기가 갖춘 공통 인기 비결을 분석해 봤다.

시작은 가난하나 끝은 부유하리라, 짜릿한 인생역전

지난해 복권 판매액이 사상 최초 6조를 넘어섰다. 아이러니하게도 4조원 대를 유지하던 복권 판매액이 코로나19가 확산한 2020년을 기준으로 5조4천억원으로 뛰었는데 전문가들은 경기가 어려워지자 인생역전을 노리는 기대 심리가 작용한 것으로 분석했다.

경기가 어려울수록 이른바 한방을 기대하는 심리는 단지 복권뿐 아니라 안방극장에도 반영된다. 어느새부터인가 고구마 먹은 듯 느리고 답답한 전개는 설 곳을 잃었고, 역경을 딛고 일어선 주인공의 성공기를 담은 드라마가 베스트셀러에 등극했다.

이러한 흐름의 선두주자로는 20% 시청률을 돌파한 JTBC 흥행작 '재벌집 막내아들'을 빼놓을 수 없다. 재벌 총수 일가 오너리스크를 관리하는 비서가 이들 중 누군가에게 죽음을 당한 뒤 다시 재벌가 막내아들로 태어나 인생 2회차를 사는 내용이다. 비서 윤현우에서 막내아들 진도준이 된 송중기는 '인생 다시보기'라는 시간적 우위를 이용해 재벌가를 주무른다. 가난한 고졸 출신 비서에서 서울대 법대 출신 사업가로 신분 상승을 한 건 물론, 막대한 자본에 비리에 젖은 재벌가와는 상반되는 도덕성과 인격까지 갖췄다.

SBS '법쩐'은 '법'과 '쩐'의 카르텔에 맞서 싸우는 '돈장사꾼' 은용(이선균 분)과 '법률기술자' 준경(문채원 분)의 '통쾌한 복수극'으로 아예 드라마 설명에서부터 사이다 전개를 내걸었다.

'재벌집' 송중기와 마찬가지로 '법쩐' 이선균은 부모 없는 소년원 출신으로 시작해 불법 용역, 사채업 등을 거쳐 타고난 수완으로 막대한 부를 축적하는 데에 성공한다. 한때 선배로 따랐던 명동 사채 시장 큰손인 명인주 회장에게 버림받은 것을 계기로 조카인 검사 장태춘(강유석 분)이 명 회장을 비롯한 거물이 엮인 주가 조작 사건을 파고들자 이를 돕기로 결심, 힘을 합쳐 반격에 나서는 내용이다.

이선균 역시 좋은 머리와 함께 불운을 타고난 캐릭터로 출발해 몽골의 너른 초원을 두고 '땅따먹기'를 하는 갑부, 나아가 복수를 위해 '법'과 '쩐'을 자유자재로 활용하는 플레이어로 활약하며 통쾌함을 선사하고 있다.

로맨스보다 끌리는 브로맨스, 과몰입 부르는 남남케미

한국 드라마는 기승전'로맨스'라지만, 달라진 대중의 입맛을 아는 똑똑한 작가들은 진부한 키스신을 두 남자의 신경전으로 대체하고 있다.

'재벌집'의 보는 재미는 뭐니 뭐니 해도 송중기와 진양철 회장 역의 이성민이 붙는 신이었다. 이성민은 눈 밖에 난 아들 진윤기(김영재 분) 둘째 아들인 송중기를 달가워하지 않지만 끝내 비상한 능력을 알아보고 '내 손주'로 인정한다. 이 과정에서 복수의 칼날을 숨긴 송중기와 이를 모른 채 상속 전쟁을 조율해야 하는 이성민의 대치 구도는 손에 땀을 쥐는 긴장감을 안겼다.

'법쩐'에서는 조카 강유석과 삼촌 이선균의 협력이 풍성한 볼거리를 선사한다. 1회에서 이선균이 불법 용역 일로 번 돈으로 조카 강유석에게 책을 선물하는 등 아빠 노릇을 하는 모습이 그려지며 두 사람이 평범한 삼촌과 조카 그 이상이라는 배경이 공개된다. 이러한 인연은 추후 검사가 된 강유석이 이선균의 복수 대상이기도 한 명 회장 관련 사건을 수사하게 되면서 빛을 발하는데, 강유석은 '법'을 이선균은 '쩐'을 무기 삼아 적군을 물리치는 동맹군이 된다. 할아버지와 손주만큼은 아니겠으나 이선균의 조카 사랑 역시 절절하게 다가와 피 튀기는 복수극 속에서도 잔잔한 감동마저 준다.

'법쩐', 시청률 2배 '재벌집'을 타산지석 삼을 것

공통점이 많은 두 작품이지만 '법쩐'이 제발 '재벌집'을 따라가지 말았으면 하는 점도 있다. '재벌집'은 성공한 드라마이긴 하지만 용두사미 엔딩이라는 혹평이 일기도 했던 만큼 '법쩐'도 시청률에 불이 붙은 지금이 아닌 종영을 위한 연착륙을 준비할 때 더욱 심혈을 기울여야 한다.

'재벌집'은 송중기가 승계 전쟁에서 승리하던 찰나 다시 죽게 되고 비서였던 윤현우로 돌아오면서 '모든 게 꿈'이라는 결말을 맞았다. "빙의도 시간 여행도 아닌 참회였다"는 내레이션은 묵직한 여운 대신 허탈감을 남겼고 주인공의 완전한 성공을 바랐던 시청자에 대한 무거운 참회로 남게 됐다.

시청자들이 '재벌집'에 그토록 열광했던 건 불공정, 몰상식의 피해자였던 '을'의 뒤집기가 시간 여행이라는 허황된 설정을 뛰어넘을 만큼 짜릿했기 때문이다. 이런 와중에 '을'이 다시 '을'로 태어나 개인적인 참회에 그친다는 결말은 시청자의 마음을 송두리째 내던지기에 충분했다.

물론 위기 없는 승승장구, 역경 없는 성공기는 없다. 그러나 "드라마에서마저 스트레스 받지 말자"는 말이 나오는 판국 아닌가. 애당초 '재벌집'의 인생 2회차나 '법쩐'의 반전 스토리나 말이 안 되는 건 마찬가지인데 고구마 전개만 현실을 닮아가려 애쓰지 말자. 출사표로 던진 '통쾌한 복수극'의 길을 정진해 복권 대신 '법쩐'을 택하게 만들어주길 바란다. 또 누가 아나. '법쩐'이 '재벌집'만큼은 아니어도 '대감집'급 성공을 거둘지.

(사진=SBS '법쩐', tvN '재벌집 막내아들')

뉴스엔 이해정 haeju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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