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평]한미동맹 70년…核동맹 원년 돼야 한다

2023. 2. 1. 11: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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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연봉 한국국가전략연구원 부원장, 前 육군 참모차장
국민 76% 핵무장 필요성 인정
미 핵우산 의구심 크다는 반증
한미 국방장관 회담에 실망감
확장억제 실효적 강화가 절실
핵무기 공동운용 틀 마련해야
협의체 아닌 공유체제 불가피

북한 핵 위협이 심각 단계로 접어든 것은 물론 중국·러시아의 호전적 전체주의 경향 등으로 대한민국 안보 환경이 최악으로 치닫고 있다. 이런데도 지난 문재인 정부는 안보태세를 허물다시피 했다. 윤석열 정부가 적극적 안보 강화와 한·미·일 3각 협력에 나서고, 국민 여론도 이에 호응하는 것은 그나마 다행이다. 지난달 30일 문화일보에서 보도한 최종현학술원-한국갤럽의 인식조사에 따르면 국민 76.6%가 ‘독자적 핵무장’에 찬성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국민 4분의 3 이상이 ‘독자적 핵무장’을 지지한 것은, 역설적으로 미국의 확장억제 공약에 대한 의구심이 그만큼 크다는 반증도 된다. 이런 가운데 로이드 오스틴 미 국방장관이 방한해 양국 국방장관회담, 윤 대통령 예방 등의 일정을 갖고 확장억제수단운용연습(DSC TTX) 준비 상황을 점검할 것으로 알려져 상당한 기대를 갖게 했다. 특히, 회담 전 언론에 공개한 기고문에서 “나는 한국에 대한 미국의 확장억제 공약이 철통 같다는 점을 재확인하고자 한국에 왔다”는 내용은 큰 울림을 줬다.

그러나 지난달 31일의 한·미 국방장관회담 결과는 실망스럽다. 확장억제 실행 의지를 적극 강조한 것을 제외하면, 공동기자회견 내용은 지난해 5월 양국 정상회담과 11월 제54차 한미안보협의회의(SCM) 합의의 재확인에 불과했다. 핵·미사일 위협을 억제·대응하기 위한 동맹의 능력과 정보공유, 공동기획 및 실행, 동맹 협의 체계 등을 지속 강화해 나가는 것과 더불어 한·미 맞춤형억제전략(TDS)의 연내 개정, DSC TTX 2월 실시, 적시적이고 조율된 전략자산 전개, 연합연습 강화 등이 주요 내용이다.

윤 대통령이 지난달 11일 외교·국방부 업무 보고에서 언급한 것처럼 북핵 대비의 가장 현실적 방안은 ‘확장억제의 실효적 강화’이다. 이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다양한 방법이 있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한반도에서 핵 운용에 한국의 참여를 보장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 한반도에서 핵을 공동으로 운용하기 위한 ‘틀’부터 마련해야 한다. 확장억제 공약의 실행력 제고를 위해 한·미 양국은 국방 협의체인 억제전략위원회(DSC)와 외교·국방 협의체인 확장억제전략협의체(EDSCG)를 운영하고 있다. 이것만으로는 효과적 대응이 어렵다. 북한은 이미 실제 작전에서 운용 가능한 핵능력을 갖춘 상태에서 지속적으로 그것을 증강한다. 한·미의 대비도 협의체 수준을 넘어 실제 작전이 가능한 ‘공유체제’로의 변환이 필요하다.

이를 위해 DSC를 근간으로 연합 ‘핵기획실무그룹(NPWG:Nuclear Planning Working Group)’을 창설해야 한다. 연합 NPWG는 한반도에서 한·미가 공동으로 핵 운용을 기획·계획·전개·훈련하는 ‘한국형 핵공유 체제’를 뒷받침할 상설조직으로서 정보팀, 기획·계획팀, 운용·연습팀, 전략자문단으로 편성해야 한다.

정보팀은 북한의 핵능력·배치·구성, 사용 시나리오, 사용의 임박성 등과 관련한 정보를 수집하고 위기단계별 경보를 제공한다. 기획·계획팀은 그런 경보를 기초로 위기단계 및 시나리오별 대응전략 수립, 전략자산 전개계획 수립, 핵 타격 표적·우선순위 등을 검토한다. 운용·연습팀은 실제 상황에서 집행을 담당하며 평시에는 연습 업무를 담당한다. 전략자문단은 핵무기 운용 전반에 걸쳐 NPWG와 한·미 결심권자에게 전문적 조언을 제공하기 위해 각 분야의 전문가들로 구성한다. NPWG 건의 사항에 대한 결심은 기존 연합지휘체계를 활용함으로써 지휘체계의 중복을 방지한다.

확고한 대북 핵 억제력 구축에 대한 국민적 요구가 날로 거세지고 있다. 오스틴 장관 방한을 계기로 한반도에서 핵 공유를 위한 ‘틀’ 마련에 박차를 가해야 한다. 최근 한 달여 잠잠한 상황이지만,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북한의 핵·미사일 질주는 계속될 것이다. 연합 NPWG를 조기에 창설해 운영한다면 북한에 강력한 메시지를 전달할 수 있고 확장억제의 신뢰성도 제고할 수 있다. 반면, 늦어지면 늦어질수록 확장억제의 신뢰성과 동맹의 신뢰도 크게 훼손될 수 있다. 한반도에서 핵 운용 틀을 협의체에서 공유체제로 하루빨리 바꿔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올해는 동맹 70주년이다. ‘핵 동맹’으로 나아가는 원년으로 삼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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