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러시아, 핵군축 협정 이행 거부해…사찰단 받아라”

이본영 2023. 2. 1. 11: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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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이 러시아와 맺고 있는 유일한 핵군축 협정인 신전략무기감축협정(New START)에 따른 사찰을 러시아가 계속 거부하고 있다며 약속 이행을 요구했다.

미국 국무부는 31일 의회에 제출한 보고서에서 러시아가 핵무기 저장 시설을 점검하기 위한 사찰단 방문을 계속 허용하지 않고 있다고 밝혔다.

국무부는 이날 성명에서도 "러시아의 사찰 활동 거부는 미국이 협정에 따른 권리를 행사하는 것을 차단하고 미-러 핵군축 실현 가능성을 위협하고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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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년 4월 체코 수도 프라하에서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과 드미트리 메드베데프 러시아 대통령이 ‘신전략무기감축협정’(New START)에 서명하고 있다. AFP 연합뉴스

미국이 러시아와 맺고 있는 유일한 핵군축 협정인 신전략무기감축협정(New START)에 따른 사찰을 러시아가 계속 거부하고 있다며 약속 이행을 요구했다.

미국 국무부는 31일 의회에 제출한 보고서에서 러시아가 핵무기 저장 시설을 점검하기 위한 사찰단 방문을 계속 허용하지 않고 있다고 밝혔다. 국무부는 이날 성명에서도 “러시아의 사찰 활동 거부는 미국이 협정에 따른 권리를 행사하는 것을 차단하고 미-러 핵군축 실현 가능성을 위협하고 있다”고 했다. 이어 러시아 정부가 협정에 따라 핵군축을 논의하기로 한 양자 협의회 소집에도 응하지 않고 있다며 사찰단 수용과 핵군축 협의회 소집 규정 준수를 촉구했다.

지난해 2월 말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러시아는 그해 8월 미국 사찰단의 방문을 불허했다. 양국은 2020년 3월 코로나19 사태에 따라 사찰단 교환을 잠정 중단했는데, 미국이 이를 재개하려 했지만 수용하지 않은 것이다. 미-러 핵군축 협의회 역시 2021년 10월에 마지막으로 열린 뒤로 소집되지 않았다. 미국은 지난해 11월에는 이집트 카이로에서 만나자고 제안했으나 거부당했다.

신전략무기감축협정은 실전 배치 전략 핵탄두를 각각 1550기로 제한하고,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 중폭격기 등 실전 배치 핵탄두 운반 수단을 700기씩으로 한정하는 게 주요 내용이다. 미사일 수는 기종별로도 제한한다. 미국 국무부는 러시아는 훨씬 많은 전략 핵탄두를 실전 배치할 수 있지만 이 협정에 따라 1447기만 배치한 상태라고 2020년에 밝힌 바 있다.

2010년 미-러가 서로 핵 공격 위험을 낮추려고 맺은 이 협정은 내용이 중요할 뿐 아니라 양국 사이에 남아 있는 유일한 핵군축 협정이기도 하다. 이 협정은 미-러 관계 악화로 연장이 불투명하다가 조 바이든 행정부 초기인 2021년 5월에 협정 만료를 이틀 앞두고 간신히 5년간 연장됐다.

러시아 정부는 우크라이나 전쟁을 이유로 한 미국의 강력한 제재 탓에 상호 사찰 활동이 어려워졌다고 주장하고 있다. 미국 국무부는 이에 대해 “아무것도 러시아 사찰단의 미국 여행을 가로막지 않는다”고 반박했다.

공화당은 바이든 행정부가 러시아를 순진하게 믿은 게 잘못이라고 비난하고 나섰다. 마이크 로저스 하원 군사위원장은 “바이든 대통령은 러시아가 협정에 의한 제한을 넘어서는 많은 핵탄두를 배치할 경우에 대비하라고 국방부에 지시해야 한다”고 밝혔다.

미-러는 유럽 지역에 대한 핵 사용 위험을 낮추기 위해 1987년 ‘중거리핵전력협정’(INF)도 맺고 있었다. 그러나 2019년 8월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가 러시아가 협정을 지키지 않는다며 이 협정을 파기했다. 미국은 이후 동아시아 안보의 큰 위협으로 떠오른 중국의 중거리 미사일 능력을 견제하기 위해 미·중·러 3개국 모두를 포괄하는 새 협정이 필요하다는 견해를 밝혀왔지만, 중국은 일절 응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그러자 미국은 동맹국 일본의 ‘적기지 공격 능력’ 보유를 적극 지원하는 쪽으로 방향을 전환하는 중이다.

워싱턴/ 이본영 특파원 ebo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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