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란치스코 교황 “부유한 국가들, 아프리카 목 조르지 말라”
아프리카 순방에 나선 프란치스코 교황이 부유한 국가들의 ‘자원 식민주의’를 비판했다고 로이터통신 등이 31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이날 프란치스코 교황은 콩고민주공화국(민주콩고) 수도 킨샤사에 도착해 대통령궁을 방문했다. 이 자리에서 그는 “(민주콩고를 향한) 전세계 ‘탐욕의 독’이 다이아몬드를 피로 물들이고 있다”며 “인류에 합당하지 않은 끔찍한 형태의 착취”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부유한 국가들은) 민주콩고에서 손을 떼라. 아프리카에서 손을 떼라. 아프리카의 목을 조르지 말라. 아프리카는 빼앗아야 할 광산도, 약탈해야 할 땅도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민주콩고는 세계에서 가장 풍부한 금, 다이아몬드, 구리, 코발트, 주석, 리튬 광산 등을 보유하고 있다. 그러나 이처럼 광대한 광물 자원은 외국 침략자, 정부군, 반군 등의 이전투구를 촉발했고 그 결과 민주콩고는 전쟁과 난민, 기아에 시달리게 됐다. 유엔에 따르면 민주콩고의 국내 실향민은 약 570만명에 달하며, 2600만명은 극심한 굶주림에 처해 있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민주콩고, 더 나아가 아프리카 대륙 전체가 다양한 형태의 착취를 계속 견뎌내고 있다는 것은 비극”이라고 말했다. 이어 “국제사회가 민주콩고를 포기했다는 인상을 받는다. 이 나라에서 수십년 동안 수백만명의 죽음을 초래한 유혈사태에 익숙해져선 안된다”고 했다.
펠릭스 치세케디 민주콩고 대통령 또한 “무장 반군 뿐만 아니라 우리 땅의 광물에 굶주린 외국 세력이 르완다의 도움을 받아 잔학행위를 저질렀다”고 언급했다. 민주콩고는 동쪽으로 이웃한 르완다가 M23 반군을 지원하고 있다고 주장하고 르완다는 이를 부인한다. 이날 교황은 르완다를 별도로 거론하지 않았다.
이날 교황의 방문을 맞아 킨샤사 공항에서부터 시내까지 환영 인파가 들어섰으며 시내에 교황의 포스터와 배너 등이 걸렸다고 외신은 전했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1일 킨샤사 공항에서 대규모 미사를 집전할 예정이다. 아프리카 곳곳에서 온 가톨릭 신자 등 100만명 이상이 모일 것으로 예상된다. 이후 분쟁 지역 피해자들을 만난다.
민주콩고의 가톨릭 신자는 인구 약 1억명 중 49%로, 아프리카에서 가장 많다. 교황의 민주콩고 방문은 1985년 요한 바오로2세 이후 38년 만이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2019년 이후 처음 아프리카 순방에 나섰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3일까지 민주콩고에 머문 이후 남수단으로 이동한다. 남수단은 무슬림이 다수인 수단에서 2011년 독립하며 진통을 겪었다. 이후 내전으로 약 40만명이 사망했다.
김서영 기자 westzero@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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