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위 달변가의 진술거부와 아무말 대잔치 [핫이슈]

박봉권 기자(peak@mk.co.kr) 2023. 2. 1. 09:21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말싸움 절대 안지는 달변가 이재명
‘사필귀정’외치더니 검찰가선 함구
기축통화국·정유사‘불로소득’ 궤변
김성태 전혀 모른다더니 전화했다?
대장동몸통 국힘→유동규 말바꾸기
불리하면 “다 나는 모르는일” 일관
측근에 휘둘린 바지사장의 고백인가
[사진 = 연합뉴스]
청산유수처럼 말을 잘하는 정치인 달변가들이 많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도 그중 한명이다.

어떤 주제의 질문을 던져도 대부분 말이 막히지 않고 능수능란하게 잘 풀어나간다.

사실관계에 부합하는지, 혹세무민의 궤변인지 여부만 논외로 치면 누구랑 붙어도 말싸움에선 안 질것 같다.

이처럼 언변이 장기인 이 대표가 검찰에만 불려가면 입을 닫아버리니 묘한 일이다.

그렇게 떳떳하고 죄가 없다면 입을 열어야지 입을 닫을 이유가 없어서 하는 말이다.

무엇보다 “검찰이 있지도 않은 범죄를 조작했다”며 정의의 사도마냥 ‘사필귀정’을 외쳤던게 그다.

그런데 왜 자신의 무고함을 적극적으로 소명해야 할 자리에 가선 묵비권을 행사하는건지 이해불가다.

검찰과 한판 뜰것처럼 “당당히 맞서겠다”더니 요란한 빈수레의 허장성세에 그쳤다.

“검찰이 진술을 비틀고 거두절미하여 사건 조작에 악용할 것”이라는 진술거부 핑계는 민망한 수준이다.

“거짓말을 했다가 말이 꼬일수 있으니 아예 입을 다무는 것 아닌가”라는 없던 의구심마저 생길 정도다.

더 한심한건 검찰안과 밖에서의 행태가 너무 다르다는거다.

검찰앞에선 아무말 못하면서 검찰밖만 나서면 아무말 대잔치 수준이다.

‘망신주기’‘정적제거’‘대선패배자’라서 검찰이 불려나간다는건 언어도단이다.

말은 바로 해야 한다.

이 대표가 받고 있는 혐의는 하나 하나 모두 중한 범죄다.

중범죄 피의자이기때문에 조사를 받는것이다.

아는척을 하고 말은 많은데 발언을 하나 하나 뜯어보면 정확하지 않은 경우도 허다하다.

정유사 이윤을 ‘불로소득’으로 규정, 횡재세를 부과하겠다는건 상식이하다.

기업은 함부로 막 다뤄도 되는 만만한 존재로 보는듯한 정치인의 갑질이자 구태정치다.

수입 원유를 정제해 휘발유 등 석유제품으로 만들어 판매하고, 수출도 하는 정상적인 기업활동을 해 벌어들인 이윤이 어떻게 ‘불로소득’이 되나.

지난 대선때 우리나라가 조만간 달러와 어깨를 나란히 하는 기축통화국이 될것이라는 황당주장 만큼이나 아무말 대잔치다.

얼치기 경제상식으로 억지를 부리기전에 ‘불로소득’이 뭔지 ‘기축통화’가 뭔지 공부부터 필요해 보인다.

그때그때 필요에 의해 하도 많은 말을 내뱉다보니 수습도 제대로 못한다.

계양 국회의원 보궐선거 출마때 뜬금없이 내놓은 김포공항 이전 공약은 어디로 갔나.

대선출마를 위해 경기도지사직을 사퇴하는날 마지막으로 결재한 일산대교 무료화는 법원이 다시 원위치시켰다.

애초 민간사업자의 사업권을 강제로 빼앗는것 자체가 무리수였는데도 무책임한 선심행정을 고집했고, 그 뒷처리는 후임 경기지사가 하고 있다.

상황에 따라 현란하게 말이 바뀌고 그래도 할말이 없으면 “나는 모르는 일”로 만들어 버린다.

대장동 몸통이 국민의힘·윤석열 대통령이라더니, 유동규 전성남도개공 기획본부장이 몸통이라고 말을 바꿨다.

자신이 최종설계자이고, 단군이래 최대치적이라면서 왜 자신이 책임자인 ‘몸통’이 아니라는건지 잘 모르겠다.

자신의 측근이었던 유씨가 몸통이면 이 대표는 바지사장이었나.

오죽하면 한때 그를 위해 일했던 유씨가 “(이대표가)모든 걸 부인하고 있고 들통나면 또 다른 말을 하는 일이 반복된다”고 질타했겠나.

쌍방울 전회장 김성태씨건도 그렇다.

이 대표는 변호사비 대납과 대북불법송금에 연루된 김씨를 전혀 알지 못한다고 딱 잡아뗐다.

“쌍방울 팬티 사입은것밖에 없다”고 너무 강하게 부인하니 정말 그런가보다 했다.

그런데 얼마 지나지 않아 “누군가 (김씨 전화를) 바꿔줬다는 얘기가 있는데 저는 기억이 안 난다”고 했다.

한마디로 김씨와 전화통화 정도는 했다는거다.

거짓말을 했다는 실토나 마찬가지다.

심지어 이대표 방북을 위해 북한에 800만달러를 보낸뒤에 한 통화에서 이대표가 “고맙다”고까지 했다는 김성태의 진술까지 나왔다.

“하늘을 우러러 한점 부끄럼이 없다”는 이대표가 왜 조폭출신 사업가인 김씨에게 고마움을 표시했는지 소명해야 한다.

이것도 함구한채 모르는 일이라고 할건가.

최측근인 경기도 평화부지사가 김성태와 불법송금에 관여한것도 모르고, 성남FC불법후원금건과 관련해 복심인 정진상과 네이버가 성남시 요구안을 작성한것도 모르고, 대장동 개발 몸통은 유동규이고, 경기주택도시공사(GH)합숙소가 옆집에 있는것도 모르고, 변호사때 데리고 있던 여직원이 공무원이 된뒤에 배우자 집사역할을 하고 법인카드를 유용한것도 몰랐다고 하고, 열흘간의 해외출장때 골프도 함께친 직원도 모른다고 한다.

다 모르는 일이라면 지차제장 시절 시정·도정을 도대체 누가 한건가.

귀신이 곡할 노릇이다.

박봉권 논설위원(peak@mk.co.kr)

Copyright © 매일경제 & mk.co.kr.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