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리서 춤추는 영상 SNS에 올리면 '징역 10년' 받는 나라는?

'히잡 시위' 이란서 춤추는 영상 올린 연인 중형

최근 테헤란의 아자디(자유) 광장의 기념탑 앞에서 춤을 추는 동영상을 인스타그램에 올렸다가 징역형에 처해진 이란 청년들의 모습. BBC 캡처

이란 길거리에서 춤추는 영상을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올린 20대 연인이 징역 10년을 살게 된 것으로 알려졌다.

영국 BBC방송은 지난달 31일(현지시간) 테헤란의 아자디(자유) 광장의 기념탑 앞에서 춤을 추는 동영상을 인스타그램에 게시한 이란 청년들이 체포됐다고 전했다. 아스티아즈 하키키(21)와 약혼자 아미르 모하마드 아마디(22)에게는 각각 10년6개월의 징역형이 내려졌다. 부패 및 국가 안보 위협, 선동 혐의가 적용됐다.

200만 명 가까운 인스타그램 팔로워를 가진 온라인 유명 인사인 이들은 2년간 SNS 사용 및 출국 금지 처분도 받았다. 현지 매체인 이란 인터내셔널은 "하키키와 아미르는 변호사도 만나지 못 했고, 보석 요청도 받아들여지지 않았다"라고 전했다.

춤을 추는 모습을 인스타그램에 올렸다는 이유만으로 받는 처벌은 지난해 9월 이후 이란에서 계속되는 '히잡 시위'와 관련이 있다. 이란 인터내셔널은 하키키와 아미르가 히잡 시위를 지지하는 의미로 광장에서 춤추는 영상을 올렸다고 보도했다.

이란에서는 시위와 관련 있는 이들을 무차별적으로 잡아들여 진압에 나선 상황이다. 인권단체 등에 따르면 올해 들어 지난달 26일까지 이란에서 최소 55건의 사형 집행이 있었다. 또 반정부 시위 혐의로 기소된 최소 107명이 사형 선고를 받고 처형될 위험에 처해 있다는 주장도 나온다.

이란은 시위를 향한 사법의 칼날을 더욱 서슬 퍼렇게 갈고 있다. BBC에 따르면 이란 의회는 '범죄 영상'의 촬영·공유를 범죄로 간주하는 법안을 검토하고 있다. 히잡 시위 관련 영상도 범죄 영상에 포함될 것으로 보인다. 또 유명인이 불안을 유발하는 허위 진술을 할 경우 최대 15년 징역형에 처하는 형법 개정안도 준비 중이다. 이는 시위대 지지 발언을 내놓는 유명인에게 재갈을 물리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전혼잎 기자 hoihoi@hankook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