묵묵히 자기 몫 감당하는 사람들에 애착… 그들을 그리는 정신 존경[자랑합니다]
‘일상에서 만난 사람들’이란 전시회가 서울 북촌 전시실에서 지난 1월 20일부터 30일까지 열렸다. 설날 연휴를 맞아 많은 사람과 함께 전시실을 찾았다.
“전시 제목처럼 일터에서 만난 청소부, 공원에서 만난 환경미화원, 전철역에서 만난 노점상 등 각자의 영역에서 열심히 살아가는 분들의 일면을 만날 수 있어 좋았다.” “새벽에 공원을 쓸고 있는 환경미화원이 세상을 쓸고 있는 첫 사람이라든가, 별을 쓸고 있는 사람이란 표현은 너무 멋진 거 같아요.”
관람객들은 전시회에서 직접 작가의 설명에 귀 기울이며 다양한 소감을 표현하고 있다. 옆에서 듣고 있던 내가 덩달아 신이 난다. 일용직 건설노동자인 그가 그린 노동 일기는 이미 책으로도 나왔다. 게다가 전시회는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꾸준히 그림을 그리고 함께 써내려간 글을 모아 기회가 될 때마다 전시회를 열어 세상 사람들에게 노동현장의 참모습을 소개하고 있다. 노동일을 시작하면서 나태해질까 봐 적어도 매월 책 10권을 읽고, 매일 1만 보 이상을 걸으며, 매일 한 장의 그림을 그리기로 작정을 했단다.
처음에는 몸이 피곤해 쉽지 않았지만, 목표를 달성하려고 몸부림치면서 스스로 부축하고 지탱할 수 있었던 것은 매일 그림을 그리는 일이었다고 한다. 그의 그림 그리는 작업은 단순히 시대의 단상을 풍자하고 비판하는데 머무르지 않고 자아를 단련하고 사유를 확장하는 절차탁마(切磋琢磨)의 도구로 활용되고 있었다.
그는 원래부터 건설노동자는 아니었다. 일본이 동일본대지진의 후유증으로 아파하고 있을 때, 큰 피해를 본 일본 동북지역 오가쓰(雄勝)중학교 학생들을 서울에 초청해 그들의 마음의 상처를 보듬어주었다. 또 주일 대사관에서 주최하는 한일고교생 우정 캠프에도 참여해 한·일 청소년 교류에 각별한 관심과 열정을 보여주는 등 국제 NGO 활동가로서, 일본의 청소년들에게 이웃 나라의 따뜻한 정을 오롯이 전해주며 한·일 양국 국민의 마음과 마음을 이어주는 진정한 민간교류의 모범이었다.
특히, 아프리카·아시아 난민교육후원회(ADRF)에 근무하면서 개발도상국 경제사회발전의 원동력이라 할 수 있는 교육 분야를 지원하는 국제 NGO 활동에도 관여했다. 그러니까 그가 건설노동 현장에 뛰어든 것도 그동안 활동해 왔던 NGO 활동과 전혀 무관하지 않은 것이다.
그는 현재도 건설현장 미장공으로 일하면서 주로 함께 일하는 노동자들의 뒷모습을 그렸는데 동료들의 묵묵하고도 반복되는 모습을 그의 시선과 감정을 묻혀서 생생한 현장의 생기를 불어넣었다. 또 그는 내 몫을 중요하게 여긴다. 내가 일하기 전 누군가는 나의 길을 준비하고 있다는 것이다. 철근공이 들어가기 전 목수가 터를 잡고, 목수가 일하기 전에 먹줄을 놓는 사람의 수고가 있어야 한다. 내 역할(몫)을 다해야 다른 사람이 일하기 편하단다.
그래서 그가 생각하는 노동현장의 직접적인 활동과 생각에 깊은 공감을 가지게 됐다. 하지만 그는 전혀 노동운동가가 아니다. 오히려 일반적인 노동운동에 대한 일정 부분 반감도 가지고 있는 듯하다. 노동 현장에서 느낄 수 있는 인생의 참모습을 느끼고 표현해서 다른 사람들과 공유하고 싶은 선한 마음이 전부인 듯하다. 어쩌면 그것이 진정한 노동운동인지도 모른다.
그가 쓴 ‘뒷모습만 봐도 그의 하루가 보인다’는 책 제목처럼 오늘도 그는 묵묵히 자기 몫을 감당하며 일상에서 만난 사람들의 뒷모습을 그려가고 있다. 아주 평범하지만 특별한 현장 일용직 노동자이자 작가인 이두수 씨를 진심을 담아 칭찬하며 소개하고 싶다.
(재)이랜드재단 이사 정희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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