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맛은 본능적으로 끌리는 ‘몸의 에너지원’… 쓴맛은 독 든 음식 가려내는 방어막[살아있는 과학]
짠맛, 몸 작동시키는 윤활유
감칠맛은 뼈·살 만드는 재료
맛과 향이란 무엇일까. 인간은 어떤 먹거리를 맛있고 향기롭다고 느낄까. 미각과 후각은 어떤 경로를 통해서 전달될까. 지금부터 맛에 대해 두 차례, 향에 관해 한 차례, 모두 세 차례에 걸쳐 맛과 향의 비밀을 알아본다.
인간의 오감(五感) 중에서 맛과 향은 화학 감각이다. 보고 듣고 쓰다듬는 시각, 청각, 촉각은 전기 또는 물리적 감각이지만 미각과 후각은 분자의 화학적 종류와 농도를 감지하는 센서라는 점에서 독특하다.
미각부터 살펴보자. 과학이 인정하는 미각, 즉 혀로 느끼는 맛은 단맛, 짠맛, 신맛, 쓴맛, 그리고 감칠맛의 오미(五味)이다. 한국인이 좋아하는 매운맛은 혀의 미각 수용체가 아니라 온도 수용체에서 느끼는 뜨거움이다. 흔히 아픈 맛이라 표현하기도 하는데 통각은 별도의 감각 통로가 있어 ‘맵다=뜨겁다’가 정확하다. 매운 고추를 먹으면 열이 나고 땀을 흘리는 것은 신체가 매운맛을 뜨거움으로 착각하기 때문이다. 오미 중에서 단맛과 짠맛, 감칠맛은 인체가 태생적으로 선호하는 맛이다. 달콤한 분자인 포도당은 몸과 마음을 움직이는 에너지원, 비유하자면 원유나 장작이다. 세포에서 포도당을 분해하면 ATP라는 연료가 된다. 우리가 뇌세포로 생각을 하거나 신체의 세포들로 이뤄진 손발과 몸을 움직일 때 ATP를 태워 에너지를 얻어야 한다. 그래서 사람은 본능적으로 단맛을 좋아한다.
이에 비해 짭짤한 광물질, 소금은 연료가 아니고 몸과 마음을 원활하게 작동시키는 윤활유 또는 촉매에 해당한다. 소금의 주성분인 나트륨과 염소는 세포막 안팎을 들락거리면서 전기(활동전위)를 흐르게 하거나 몸속 물의 양을 조절한다. 뇌세포에 나트륨이 부족하면 신경의 전기 전달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 뇌와 몸의 통신망이 정상적으로 가동되지 않는다. 소금은 또 삼투압 작용을 통해 세포의 수분을 적정하게 유지(체액균형)하고 염소 소독도 한다. 미네랄은 몸 안에서 생산되지 않으므로 외부에서 필수적으로 섭취해야 한다. 그래서 사람뿐 아니라 동물도 강력한 소금 선호 성향을 타고난다. 감칠맛 역시 몸을 만드는 벽돌인 단백질의 분해 성분(20종의 아미노산), 특히 글루탐산이 주는 쾌감이다. 뼈와 살을 새로 자라게 하고 몸속 호르몬, 신경전달물질, 효소를 생산하는 재료가 단백질이고 그 맛이 감칠맛이니 사람이 자연스레 찾게 되는 것도 당연하다 하겠다.
이 세 가지 맛과 반대로 신맛과 쓴맛은 인체가 싫어하는 맛이다. 야생의 먹거리 중에서 못 먹는 재료, 독이 들어 있는 동식물, 부패한 음식을 가려내 먹지 않기 위해 혀가 발달시킨 일종의 방어막인 셈이다. 동식물이 썩으면, 다시 말해 산소와 결합해 산화되면 대부분 부산물로 산성 성분의 유기산을 만든다. 화학적으로 수소이온농도(pH) 7인 물을 기준으로 이보다 낮으면 산성, 높으면 알칼리성으로 분류한다. 산성 부패물에서 시큼한 향과 맛이 나면 사람은 그 먹거리가 1차적으로 썩었다고 판단한다.
이와 비슷하지만 쓴맛은 독을 사전에 감지하는 감각이다. 못 움직이는 식물이 자신을 방어하기 위해 만드는 질소화합물(알칼로이드)은 동물이 피해야 할 천연 독약이다. 니코틴, 모르핀 같은 것들이다. 쓴 향과 맛이 나면 1차적으로 독이 있는 먹거리로 인식한다. 독을 가려내는 기능이 얼마나 중요한지 총 30종의 미각 수용체 중 25개가 쓴맛 수용체이다.
이처럼 신맛과 쓴맛을 내는 재료는 원래 먹지 말아야 할 금기 음식이다. 하지만 중세 시대 독성학의 대가 파라셀수스는 “세상의 모든 외부 물질은 모두 독이다. 다만 그 분량이 문제일 뿐”이라고 말했다. 가령, 인체에 필수적인 설탕과 소금도 과다 섭취를 하는 순간 독으로 변해 우리 몸의 면역 체계를 공격한다.
당뇨와 고혈압은 과욕으로 생긴다. 적절한 분량, 중용의 미덕은 모든 맛의 세계에서 통하는 법칙이다. 신맛과 쓴맛은 먹는 데 학습과 훈련이 필요한 어른 입맛이기도 하다. 신맛과 쓴맛은 적정한 양과 타이밍에 맞추어 잘 쓰면 오히려 입맛을 돋우어 준다. 단맛과 짠맛은 가르쳐주지 않아도 아기 때부터 본능적으로 찾아 먹는다. 몸에 안 좋다고 알려진 콜레스테롤, 카페인 등도 적절하게 섭취하면 약이 되지만 지나친 남용은 독으로 변하는 법이다.
노성열 기자 nosr@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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