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언스카페] 물리학자가 古城의 비밀 공간 찾았다
물질 기본입자인 뮤온으로 확인
내부 손상 아니면 미지의 구조일 수도
피라미드 내부 회랑도 뮤온으로 찾아내
명나라 초기에 세워진 성벽(城壁) 안에서 비밀의 공간이 확인됐다. 고고학자들이 손으로 일일이 벽돌과 흙을 들어내 발견하지 않았다. 첨단장비로 무장한 물리학자들이 우주에서 날아온 빛으로 벽을 허물지 않고 내부를 들여다본 것이다.
중국 란저우대의 입자물리학자인 류 지이 교수 연구진은 지난 7일 국제 학술지 ‘응용물리학 저널’에 “우주에서 날아온 방사선이 만든 뮤온(muon) 입자가 시안성벽을 통과한 형태를 분석해 내부에 밀도가 다른 부분을 발견했다”고 밝혔다.
◇14세기 성벽 안에서 밀도 낮은 공간 찾아
산시성 시안시에 있는 시안성벽(西安城墙)은 높이 12m에 두께가 18m나 된다. 명나라가 건국 초기인 14세기에 당나라 도성인 장안성의 기초 위에 만들었다. 성벽 내부는 황토를 다져 쌓았으며 바깥쪽과 상부에는 구운 벽돌로 쌓았다.
연구진은 이번에 시안성벽의 한 곳에서 내부에 밀도가 다른 부분을 발견하고 그 위치와 형태, 크기를 정확하게 알아냈다. 성벽이 안에서 무너졌을 수도 있지만, 내부에 아무도 몰랐던 고고학적 구조물이 있을 가능성도 있어 학계의 관심이 집중됐다.
뮤온 입자로 피라미드 내부를 보는 것은 엑스(X)선으로 인체 내부를 보는 것과 같은 원리이다. 우주에서는 강력한 방사선 입자인 우주선(宇宙線)들이 쏟아진다. 우주선이 지구 대기에서 원자들과 부딪히면 물질을 이루는 기본 입자들이 튀어나온다. 뮤온도 그중 하나이다.
뮤온은 전자처럼 물질 내부를 잘 관통한다. 특히 전자보다 207배나 무거워 밀도가 큰 암석 내부도 수백m까지 지나갈 수 있다. 과학자들은 어디나 통과하는 뮤온의 특성을 이용해 이미 화산 내부나 후쿠시마 원전 사고 현장처럼 사람이 접근하기 어려운 곳의 내부 모습을 들여다보고 있다. 화물 컨테이너 안에 숨긴 밀수품도 같은 방법으로 찾아낸다.
란저우대 연구진은 시안성벽의 한 부분에 뮤온 검출기 6대를 설치하고 1주일 간 측정했다. 그 결과 성벽 안에서 뮤온이 다른 곳보다 많이 검출되는 곳을 찾았다. 밀도가 낮아 뮤온이 쉽게 통과한 것이다. 주변에 단단하게 다진 흙보다 밀도가 낮다면 내부가 허물어졌거나 아니면 빈 곳이라고 볼 수 있다.
◇피라미드 내부의 비밀 회랑도 찾아
고고학계는 최근 거대한 유적지를 발굴하고 보존하는 데 뮤온 측정을 활용하고 있다. 오래된 건축 구조물은 안부터 손상되는 경우가 많다. 뮤온은 그 위치를 정확히 찾아 보존 대책을 마련하도록 도울 수 있다. 류 교수는 “뮤온 측정 신기술은 문화 유적에 대한 지식을 늘리고 효과적인 보존 방법을 제공하는 친환경적이고 고해상도 방법”이라고 말했다.
뮤온이 많이 검출된 곳은 지금껏 알려지지 않은 비밀의 공간일 수도 있다. 실제로 지난 2017년 프랑스와 일본, 이집트 과학자로 구성된 국제 공동 연구진은 네이처지에 뮤온 측정을 통해 4500년 전 세워진 이집트의 대(大)피라미드에서 여왕의 방과 왕의 방을 연결하는 대회랑에 맞먹는 규모의 공간을 발견했다고 발표했다.
일본과 프랑스, 이집트 과학자들은 2015년 뮤온으로 피라미드 내부를 보기 위해 ‘스캔피라미드(ScanPyramid)’란 프로젝트를 시작했다. 나고야대의 모리시마 구니히로 교수 연구진은 2015년 12월 여왕의 방에 필름 현상액과 비슷한 용액으로 만든 뮤온 검출기를 위를 향해 설치했다. 뮤온 밀도를 보여주는 검출기 사진에서 대회랑처럼 뮤온이 많이 검출되는 공간이 발견됐다.
일본 고에너지가속기연구기구(KEK) 과학자들은 여왕의 방에 뮤온이 지나가면 빛이 나는 검출기를 설치해 같은 결과를 얻었다. 프랑스 원자력연구소는 피라미드 밖에서 기체 검출기로 같은 위치에서 회랑 구조를 확인했다. 뮤온이 검출기를 통과하면 기체 입자가 전기를 띠게 돼 감지할 수 있다. 과학자들은 대회랑을 누르는 하중을 줄이기 위해 내부에 빈 곳을 만들었다고 추정했다.
◇우주 고고학 시대 열리나
고고학자 하면 영화에 나오는 인디애나 존스를 떠올리기 십상이다. 하지만 오늘날의 고고학자들은 인디애나 존스의 카키색 작업복과 부츠, 정글도(刀)를 버렸다. 대신 적외선과 레이저, 우주 입자를 들먹이는 과학자로 탈바꿈했다.
미국 앨라배마대의 고고학자인 사라 파캑 교수는 지난 2011년 위성 영상으로 이집트 나일강 삼각주 지역에서 3000년 전의 피라미드로 추정되는 17곳과 1000여 기 무덤, 3000여 채 주택 유적을 찾아냈다. 파캑 교수는 미 항공우주국(NASA)의 랜싯 위성과 민간위성업체 디지털글로브의 퀵버드 위성이 찍은 적외선 영상을 분석했다.
이집트는 늦은 겨울이 우기(雨期)이다. 이때 땅속에 묻힌 벽돌은 수분을 많이 흡수하는데, 주변의 토양과 수분 흡수 형태가 다르다. 적외선은 그 차이를 포착할 수 있다. 파캑 교수는 이를 기반으로 30㎝ 두께의 진흙에 덮여 맨눈으로는 보이지 않던 주택과 도로의 흔적을 찾아냈다. 그는 최근 페루 정부의 지원을 받아 페루 각지를 촬영한 위성 영상 1100만여 장을 인터넷에 올리고 일반인들이 유적지로 보이는 구조물을 찾도록 하는 프로젝트도 진행했다.
중남미나 동남아시아의 밀림에 숨어있는 유적지는 위성 영상에도 드러나지 않는다. 이때는 레이저가 동원된다. 2016년 호주의 고고학자인 데이미언 에번스 박사는 캄보디아에서 항공기에 장착한 라이다(LiDAR, Light Detection and Ranging) 장비로 거대 도시의 유적지를 찾아냈다.
라이다는 공중에서 땅을 향해 레이저를 발사하고 지상의 물질에 부딪혀 반사되는 빛을 감지해 거리를 측정하는 장치다. 레이저는 파장에 따라 밀림의 맨 위층 나무에서 반사되기도 하고 일부는 나무 아래 땅까지 도달하기도 한다. 이처럼 각각 다른 곳에서 반사되는 레이저를 분석해 밀림 아래 숨겨진 유적지의 입체 지도를 만들 수 있다. 바야흐로 ‘우주 고고학(space archaeology)’ 시대가 도래한 것이다.
참고자료
Journal of Applied Physics, DOI: https://doi.org/10.1063/5.0123337
Nature, DOI: https://doi.org/10.1038/nature246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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