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러, 핵 통제 ‘뉴스타트’ 사찰 거부…협정 위반”
러시아가 미국과의 핵무기 통제 조약인 신전략무기감축협정(New START·뉴스타트)에 따른 핵사찰 요구를 거부하는 등 협정을 위반하고 있다고 미 국무부가 밝혔다.
월스트리트저널(WSJ) 등 외신들은 31일(현지시간) 미 국무부가 이날 러시아가 뉴스타트에 근거한 핵사찰 수용은 물론 미국 측의 협정 이행 관련 협의 요청도 거부하고 있다는 내용을 의회에 보냈다고 밝혔다.
2010년 체결된 뉴스타트는 미국과 러시아가 실전배치된 핵탄두 수를 1550개 이하로 줄이고 이를 확인하기 위한 상호 핵시설 사찰을 허용하는 것을 골자로 한다. 1991년 미·소 전략무기감축협정(START·스타트)의 후신으로 미·러 양국의 핵무기 실전배치 규모를 제한하는 것이 목표다.
미국이 러시아가 뉴스타트를 위반하고 있다고 주장한 것은 2011년 협정 발효 이후 처음이라고 WSJ는 전했다. 러시아는 앞서 지난해 8월 우크라이나 전쟁에 따른 서방의 제재, 코로나19 재확산 등을 이유로 핵 사찰을 잠정 중단한다고 밝힌 바 있다.
그러나 코로나19 사태가 개선됨에 따라 상호 사찰을 재개하자는 미국 측의 요청을 러시아가 거부했다는 것이다.
국무부는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미국 주도로 전개되는 서방의 대러시아 제재, 우크라이나에 대한 안보 지원에 불만을 품고 사찰 요구를 거부한 것으로 분석했다. 실제로 세르게이 랴브코프 러시아 외무차관은 최근 코메르산트와의 인터뷰에서 “미국이 러시아에 대한 극도로 적대적 태도를 재고하고 러시아의 국가안보를 위협하는 정책을 포기하지 않는 한” 뉴스타트 이행과 관련한 긍정적인 신호를 보기 어려울 것이라고 주장한 바 있다.
미 국무부 관리는 파이낸셜타임스(FT)에 “러시아의 핵사찰 거부는 뉴스타트에 따른 미국의 권리 행사를 막는 것은 물론 양국 간 핵무기 통제 약속의 지속가능성을 위협한다”고 말했다.
10년 기한의 뉴스타트는 2021년 2월 5년간 연장돼, 2026년 2월까지 유효하다. 하지만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추가 연장 협상은 답보 상태다. 특히 러시아는 2026년 기간 만료 후 대체 조약 없이 종료될 수 있다는 경고까지 한 상황이다. 지난해 11월말에는 조약 이행을 위한 양자협의위원회(BCC)는 러시아의 막판 연기 통보로 개최되지 않았다.
워싱턴 | 김유진 특파원 yjkim@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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