高유가 덕본 엑손모빌, 창사 이래 최대 수익...95조원 현금 보유

미국 최대 석유메이저 엑손모빌이 지난해 557억 달러(약 68조8000억원)의 순익을 기록했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1월 31일(현지 시각) 보도했다.

뉴욕 증권거래소(NYSE) 전광판에 등장한 엑손모빌 로고.

WSJ에 따르면, 엑손모빌은 이날 공시를 통해 지난해 에너지 가격 급등으로 창사이래 가장 큰 규모의 수익을 올렸다고 전했다. 엑손모빌이 기록한 지난해 수익 557억 달러는 화이자 등 대형 제약업체는 물론이고 금융이나 정보기술(IT) 분야의 대표적인 업체들을 넘어선 규모다. 이제까지 실적을 발표한 기업 중 엑손모빌보다 수익이 많은 미국 기업은 애플과 마이크로소프트(MS) 정도다.

엑손보빌의 보유현금은 지난해 말 기준 768억 달러(약 94조9000억원)로 애플과 MS에 이어 미국 기업 중 3번째로 많았다.

WSJ은 엑손모빌의 지난해 수익은 지난 2020년 코로나19 팬데믹(전염병의 세계적인 대유행) 사태 발생 이후 에너지 수요 급감으로 인한 가격 폭락으로 인한 손실을 메우고도 남는 규모라고 덧붙였디. 2020년 엑손 모빌은 220억 달러(약 27조1000억원)의 순손실을 기록했다. 40여 년 만에 첫 연간 적자였다.

엑손모빌은 당시 주가가 55% 가까이 하락하면서 뉴욕증권거래소(NYSE)에서 30개 우량기업의 성적을 합산하는 다우지수에서 한 세기 만에 퇴출당하는 수모를 겪기도 했다. 하지만 지난해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에너지 가격이 급등하면서 엑손모빌을 비롯한 에너지 기업들의 수익이 함께 늘어났고, 지난해 엑손모빌의 주가는 80%가량 급등했다.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 지수에 포함된 기업 중에서 네 번째로 높은 성적이다.

지난해 S&P500 지수는 9% 하락했지만, 에너지 분야는 37%나 상승했다. 앞서 엑손모빌의 경쟁업체인 셰브런은 최근 365억 달러(45조1000억 원)의 연간 순익을 기록했다고 최근 발표했다.

WSJ는 석유 대기업들의 역사적인 실적은 조 바이든 행정부와 정치권의 비판을 초래할 것으로 봤다. 바이든 대통령은 지난해 6월 엑손모빌에 대해 “신보다도 많은 돈을 벌었다”며 에너지 업계의 이익이 소비자에게 환원돼야 한다며 횡재세(초과이윤세) 부과하겠다고 엄포를 놨다.

이 같은 횡재세 논란 대해 엑손모빌의 캐서린 미켈스 최고재무책임자(CFO)는 “글로벌 수요 증가에 맞추기 위해 신규 투자가 무엇보다 중요한 시점”이라고 강조했다.

- Copyright ⓒ 조선비즈 & Chosun.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