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반떼 자동차세가 테슬라보다 많은 이유
자동차세 아우성이다. 6월과 12월에 나눠내는 자동차세를 1월에 몰아 내면 10%의 세액할인(연납 할인)을 해줬지만, 당장 올해부터 그 혜택이 축소되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2023년 7%로 낮아진 연납 할인율은 2024년 5%, 2025년에는 3%까지 떨어진다.
그나마 세금 한 푼이라도 아낄 수 있는 혜택이 사라진다고 하니, 답답한 납세자들의 불만은 다른 쪽으로 집중된다. 불합리한 자동차세 과세기준이다.
우리나라는 현재 승용차 자동차세를 단순히 배기량의 차이에 따라서만 부과한다. 값비싼 차와 그렇지 않은 차, 연비가 좋은 차와 좋지 않은 차, 국산차와 수입차 그 어느 구분도 자동차세와는 무관하다.
일괄적으로 배기량이 적으면 세금을 적게 내고, 배기량이 크면 세금을 더 낸다. 자동차세 납세자들이 조세형평의 불만을 갖는 이유다.
1.6억 테슬라가 0.2억 아반떼보다 적게 낸다
실제로 현행 자동차세는 보유한 사람에게 부과하는 재산세로 본다면 상당히 불공평한 세금이다.
배기량이 비슷한 현대자동차의 소나타 2.0 가솔린 모델과 벤츠 A220 모델의 자동차세(30% 지방교육세 포함)를 비교해 보면 그 차이가 금방 눈에 들어 온다.
이 모델 소나타의 차값은 2592만원, 벤츠의 차값은 4450만원으로 갑절의 차이가 난다. 하지만, 자동차 보유에 따른 자동차세는 소나타가 51만9740원, 벤츠는 51만7660원으로 오히려 소나타가 조금 더 많다. 소나타의 배기량이 8cc 더 크기 때문이다.
배기량 구분이 없는 전기차와 내연기관 차량을 비교하면 그 차이는 더욱 커진다.
차값 2143만원의 아반떼 1.6가솔린 모델의 자동차세는 29만원이 넘지만, 차값이 1억6000만원에 달하는 테슬라X 모델의 자동차세는 그 절반도 안 되는 13만원에 불과하다.
전기차와 수소차는 그밖의 자동차로 구분돼 10만원으로 일괄 과세되기 때문이다. 전기차는 지방교육세 30%를 더해도 13만원의 자동차세만 내면 된다.
이에 전기차끼리도 형평의 문제가 생긴다. 기아차 니로EV(4640만원), 현대차 아이오닉5(5005만원), 테슬라Y(8499만원), 테슬라X(1억5999만원)는 가격은 각자 다르지만 자동차세는 13만원으로 모두 동일하다.
1970년대식 세금에 제조사도 "세금만 피하자"
자동차세를 왜 배기량 기준으로 부과하느냐는 지적은 오랫동안 계속되고 있지만, 개선되지 않고 있다.
지방세에 자동차세 세목이 신설된 것은 1976년인데, 당시 소형 승용차에 대해 배기량으로 매기던 과세기준이 지금까지 이어져 오고 있는 것이다.
배기량 구분은 2000년대에 들어 800cc 이하, 800~1000cc, 1000~1600cc, 1600~2000cc, 2000cc 초과의 5단계에서, 2011년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을 반영해 1000cc 이하, 1000~1600cc, 1600cc 초과의 3단계로 단순화 됐다.
단순히 배기량으로만 세금을 부과하면서 편법적인 현상도 나타났다. 자동차 제조사들이 가성비를 높이기 위해 자동차세를 덜 내는 방법으로 신차를 출시하기 시작한 것이다. 1.6 모델은 1599cc, 2.0 모델은 1999cc 등으로 출시해 자동차세 부과기준인 배기량의 문턱을 한끗 차이로 넘지 않도록 설계했다.
2011년 자동차세의 경차 기준이 800cc에서 1000cc로 바뀌면서 대표적인 경차모델 마티즈가 799cc에서 999cc로 덩치를 키운 것도 같은 흐름이다.
친환경과 부의 분배 모두 놓친 세금
자동차세를 자산가치가 아닌 배기량만으로 매기고 있는 이유를 찾자면, 환경문제를 꼽을 수 있다. 배기량이 클수록 탄소배출이 늘고, 환경오염을 유발한다는 논리다.
하지만, 탄소배출량은 내연기관 차량의 배기량만 고려해서는 안 된다. 연비, 연료의 종류까지 변수가 다양하다. 수십년간 발전해 온 차량 제조 기술도 고려해야 한다.
특히 휘발유와 경유 중 어느 쪽이 대기오염물질을 많이 배출하는 지에 대해서는 차량의 연령도 고려해야 한다. 연식이 오래된 차량의 배출가스 등급이 낮을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최신 경유차가 10년 된 휘발유차량보다 배출가스 등급이 좋다는 연구결과도 있다.
하지만 우리나라에서는 자동차세를 부과할 때, 오히려 차량의 연령에 따른 감가상각을 적용하고 있다. 차량이 출시된 지 3년부터 11년까지 매년 5%씩 감가해서 11년이 넘은 차량은 자동차세의 50%만 낸다.
차령에 따른 자산가치의 하락을 반영하는 셈인데, 환경문제 때문에 배기량을 기준으로 과세한다고 한다면 앞뒤가 맞지 않는 기준이다.
전기차·수소차는 '아묻따' 그냥 '10만원'
현행 자동차세 과세기준은 전기차 등 친환경차량이 급증하고 있는 시대의 변화를 반영하지 못하고 있는 문제가 가장 크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2022년말 기준 전기차의 누적등록대수는 39만대로 전년대비 68.4%나 급증했다. 수소차 역시 3만대가 등록돼 전년도보다 52.7%가 늘었다.
하지만 전기차와 수소차의 자동차세는 지방세법상 '그밖의 승용자동차'로 구분돼 10만원으로 일괄부과된다.
그밖의 승용 자동차에 10만원의 자동차세를 일괄 부과해온 것은 32년 전인 1991년부터다. 전기차가 생산되기도 전에 구분하던 기타 차량 기준에 최신식 모델인 전기차와 수소차를 끼워 넣어 세금을 부과하고 있는 것이다.
또 다른 친환경차량인 하이브리드차 역시 출시되기 시작한 지는 오래됐지만, 별도의 과세기준은 마련되지 않고 있다. 상대적으로 고가차량이지만 외형상의 적은 배기량때문에 상대적으로 적은 자동차세를 부담한다.
②편에 계속
이상원 (lsw@bizwatch.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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