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인의 성(性), 여전히 갈 길이 멀다②[정윤하의 러브월드]

정윤하· 기자 2023. 2. 1.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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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모두에게는 성욕이 있다, 그래서 사람이다

대한민국 법률은 장애인 차별 금지법 29조를 통해 장애인의 성을 보장하고 있다. 성 욕구를 향유할 공간과 기타 도구의 사용을 제한할 수 없다. 박탈할 수도 없다. 또한 장애를 이유로 성에 대한 편견과 관습이 생겼다면 교육을 통해서 개선하라고도 돼있다.

하지만 현실은 다르다. 차갑다. 우린 아직 장애인의 성을 모른다. 아니, 정확히는 인식조차 하지 않고 있다. 대중의 시선 속에서 장애인이란 그저 도와야 할 이웃 정도다. 이러다 보니 장애인 성 권리는 전혀 보장받지 못한다. 많은 숫자의 장애인이 성 욕구 해소를 위해 음지로 빠지고 있다.

발달 장애 딸의 자위 행위를 보고 충격에 빠진 일, 자폐성장애 10대 아들이 바닥에 성기를 문지르자 소리를 지르며 화를 냈던 일화, 장애인 커플의 성관계에 대해 놀라움을 금치 못하는 세간의 시선, 장애인 아들 방에 있던 성인용품을 흉물스럽다며 버린 어머니의 사연 등은 그들의 삶에 무심했던 사회 일면을 그대로 보여준다.



시각, 청각장애는 물론이고 전신마비, 뇌성마비 등 장애인도 똑 같은 성기능과 욕구를 가지고 있다. 척수가 손상돼 운동신경이 마비된 장애인도 그렇다. 노년부터 동성애에 이르기까지 성에 대한 많은 담론이 있어왔지만 장애인의 성은 처음부터 터부시됐다. 도대체 왜?

장애인푸른아우성을 오랜 기간 후원했던 바나나몰 대표이사가 이런 말을 한 적이 있다. “장애인들의 성적 요구와 권리는 ‘먹고 살기만 하면 되지. 장애인이 무슨 성이야’라는 차가운 주변의 시선과 정부의 냉대, 때로는 가족의 성 정체성 묵살 등으로 인정되지 못하는 것이 현실이다”

선진국은 이미 움직이고 있다. 유럽은 장애인에 대한 성욕 해소 도우미를 인정하는 국가가 하나 둘씩 늘어나고 있으며, 일본 역시 민간 단체가 이미 존재한다. 성인용품의 계발이나 연구도 진행된다. 장애인을 위한 성인용품, 리얼돌 제조 등의 사회적 논의가 이뤄지고 있다. 반면 우리는 지난 10년간 성 도우미에 대한 성매매 논란, 장애인 성욕을 표현한 영화에 대한 퇴폐성 논란 등이 반복될 뿐이었다.

무성(無性)적 존재.

우리는 장애인을 이렇게 판단하고 있었던 것은 아닐까?

정윤하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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