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값 아파트 잡아라”… 두 차례 유찰 겪은 아파트 경매시장서 ‘인기’
경매 시장이 얼어 붙은 상황에서도 수십명의 경쟁 끝에 낙찰되는 아파트들이 있다. 연이은 유찰로 최저입찰가가 감정가의 반값 수준으로 낮아지자 매수세가 몰린 것이다.
1일 지지옥션에 따르면, 지난달(30일 기준) 전국에서 입찰이 진행된 아파트는 총 1609개다. 이 중 입찰된 아파트는 589개인데, 이 중 약 4%인 23개 아파트의 응찰자가 30명 이상으로 집계됐다. 응찰자 30명 이상인 아파트는 전국 곳곳에서 나타났다.
가장 많은 사람이 몰린 아파트는 경기 용인시 수지구 현대아파트 전용면적 60㎡다. 감정가 7억5100만원인 이 물건은 지난달 25일 열린 입찰에서 76명이 경쟁한 끝에 5억4829만원에 낙찰됐다. 이 물건은 앞서 열린 두 차례 경매에서 모두 유찰돼 최저입찰가가 감정가의 절반 수준인 3억6799만원까지 떨어진 상태였다.
이번에 낙찰된 가격은 약 2년 전 이 물건의 실거래 가격과 비슷하다.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에 따르면, 해당 단지 전용 60㎡은 지난 2022년 12월 5억4500만원에 매매됐다. 현재 네이버부동산에 나온 올라온 매물들의 호가가 대부분 6억~7억원대에 형성된 것을 고려하면 낙찰가의 가격대를 가늠할 수 있다.
매매시장에서 오랜 기간 외면을 받아온 지역의 아파트들도 치열한 경쟁 끝에 주인을 찾는 경우가 있다. 한국부동산원 통계 상 지난해 아파트 가격 하락폭이 17.12%로 전국에서 가장 큰 세종이 대표적이다. 세종에선 새롬동 새뜸마을9단지 전용 109㎡가 지난달 12일 감정가 12억3200만원의 70% 수준인 8억5100만원에 낙찰됐다.
이 물건 역시 두 차례 유찰을 겪으면서 낙찰 당시 최저입찰가가 감정가의 절반 수준인 6억368만원까지 낮아진 상태였다. 감정평가서에는 이 물건에 대해 “새뜸초등학교 남동측 인근에 위치하며 주위로 아파트 단지, 초·중등학교, 각종 근린생활시설이 소재하는 주택지대”라고 적혀있다. 해당 평형의 매매호가는 현재 최소 9억8000만원에 형성돼 있다.
지난해 세종 다음으로 집값 하락폭이 컸던 대구에서는 북구 동천동 영남네오빌아트 전용 85㎡를 두고 32명이 경쟁했다. 감정가 4억3000만원인 이 물건은 작년 11월 첫 입찰이 진행된 후 두 차례 유찰되면서 최저입찰가가 2억1070만원까지 떨어진 상태였다. 지난 13일 최저입찰가가 감정가 절반 수준으로 결정돼 진행된 경매에서 이 물건은 3억1504만원에 낙찰됐다.
치열한 경쟁 끝에 주인을 찾은 물건들은 최저입찰가가 낮고 거주 여건이 좋다는 공통점이 있다. 우선, 응찰자가 30명 이상 몰린 물건 대부분 낙찰 당시 최저입찰가가 감정가의 절반 수준이었다. 경매에서는 한 번 유찰될 때마다 최저경매가가 보통 20%씩 떨어진다. 그러나 해당 지역 법원의 규정에 따라 30%씩 떨어지는 곳도 있다.
물건들이 주거지에 있고, 주변으로 초·중·고가 있어 거주여건이 좋다는 점도 영향을 줬다. 실제 지난달 26일 59명의 경쟁 끝에 3억3949만원에 낙찰된 경기 고양시 덕양구 무원마을 부영1단지(전용 69㎡)는 아파트 단지로 둘러싸인 데다 단지 길 건너편으로 소만초, 용현초, 행신중, 무원고 등이 몰려 있다.
업계에서는 지난해 두 차례 유찰을 겪은 물건이 많아 앞으로도 높은 경쟁률로 주인을 찾는 물건들이 많아질 것으로 예상한다. 이번 달 입찰 예정인 유찰 2회 이상 아파트 물건만 475개에 달한다. 당장 최저입찰가가 감정가 9억9000만원의 절반 수준인 5억688만원인 서울 성북구 두산아파트 전용 85㎡의 입찰이 1일 진행된다. 이 물건은 앞선 경매에서 3번 유찰됐다.
이주현 지지옥션 선임연구원은 “여러 차례 유찰을 겪으면서 최저입찰가가 크게 떨어지는 물건들이 쌓이다보니 최근 들어 입지가 좋은 물건을 중심으로 많은 응찰자들이 몰리고 있다”면서 “시세 또한 떨어지는 추세라 최저입찰가가 감정가의 절반 수준으로 떨어지길 기다리고 있는 것 같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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