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39년 전 도입한 지하철 무임승차, 바꿀 때 됐다

조선일보 2023. 2. 1. 03: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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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세훈 서울시장이 오는 4월쯤 지하철과 버스 요금 300~400원 인상이 불가피하다고 밝힌 데 이어 국민의힘 주호영 원내대표가 65세 이상의 지하철 무임승차에 대해 “근본적 해결 방법을 논의해봐야 한다”고 말했다. 버스·지하철 요금 인상은 적자 때문인데 무임승차가 적자의 큰 원인이란 것이다.

서울의 한 지하철역에서 시민이 개찰구를 통과하고 있다. /뉴스1

서울시 등 지하철을 운영하는 광역 자치단체들은 “최근 5년간 전국 도시철도의 연평균 순손실 1조3165억원 중 무임승차에 따른 손실이 5411억원으로 약 41%”라며 “지자체 재정만으로 감내하기 어려운 수준”이라고 하소연하고 있다. 서울시는 연평균 손실 7449억원 중 절반에 가까운 3236억원이 무임 손실이라고 한다. 무임승차 제도를 이대로 유지하기 어려운 지경에 이른 것이다.

이 제도를 1984년 처음 도입할 당시 우리나라 65세 이상 인구 비율은 5.9%였다. 그러나 지난해 말 18%로 높아졌고 2040년에는 35%로 껑충 뛸 전망이다. 35%면 국민의 3분의 1이 넘는다. 3분의 1 이상이 무임승차하면 그런 지하철이 어떻게 존재할 수 있겠나. 이제는 65세 이상을 노인이라 부르기 민망할 정도로 고령층의 건강도 좋아졌다.

우리처럼 특정 연령 이상 100%에게 지하철을 무임승차하게 하는 나라나 도시는 세계 어디에도 없다. 미국은 주에 따라 지하철 요금의 30~50%를, 프랑스는 65세 이상 저소득층에게 20~80%를 할인해주고 있다. 일본은 도시에 따라 다르지만 대체로 70세 이상 중에서 신청하는 사람에 한해 소득 수준에 따라 일정액을 깎아준다. 영국의 경우 피크시간엔 무료가 아니다.

우리도 39년 전에 도입한 이 제도를 손볼 때가 됐다. 가장 쉬운 방법은 국민 세금으로 또 메꾸는 것이다. 모든 문제를 세금을 퍼부어 해결하면 재정이 남아날 수가 없다. 결국 다 빚으로 국민에게 돌아온다. 하지만 당장 반발이 없기 때문에 정치인들에게 맡기면 이런 식의 인기 영합으로 흘러갈 가능성이 있다. 무임승차 대상 연령을 점차 높여가면서 소득 수준에 따라, 교통량, 시간대에 따라 무임승차 시간이나 할인 폭을 달리하는 방법 등을 검토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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