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준의 맛과 섬] [127] 밀양 자연한천

김준 전남대 학술연구교수 2023. 2. 1. 03: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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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천은 황태처럼 추운 겨울에 얼고 녹이기를 반복해서 만든 우무를 말한다. 실처럼 가늘고 긴 실한천과 각진 직육면체의 각한천 그리고 분말한천이 있다. 우무는 우뭇가사리나 꼬시래기처럼 세포벽 구성 성분이 점액질인 다당류로 된 홍조식물로 만든다.

/김준 제공해안으로 밀려온 한천을 줍는 제주 하도리 주민(바다 건너 섬, 제주 우도)

뜨거운 물에 몇 시간을 끓여서 찌꺼기를 걸러낸 다음 응고된 우무를 20여 일 얼녹여 완성한다. 과거에는 대구, 부산, 장성, 목포 등 지역에 자연 한천 공장이 있었다. 지금은 경상남도 밀양시 산내면에 유일하다.

/김준 제공 한천어묵우동

그곳에는 가공 공장과 한천박물관과 한천 전문 레스토랑(마중)과 판매장이 있다. 밀양 한천은 제주도 하도 지역 해녀들이 봄철에 채취한 우뭇가사리를 이용한다. 좋은 한천을 만들기 위해서는 지형, 기온, 수질 등 3박자가 갖춰져야 한다. 배산임수 형국에 기온은 영하 5도에서 영상 5도가 한 달여 지속되어야 한다. 여기에 물이 좋아야 한다.

/김준 제공 한천양파 짱아치

이러한 조건에 적합한 지역이 밀양 산내면이다. 주변은 영남알프스로 둘러싸이고 그 안쪽으로 산내면을 아우르는 산지로 이루어져 있다. 산과 골이 깊으니 물이야 말할 것도 없다. 일제강점기에는 식품은 물론 군수품, 수출품 등으로 조선총독부가 수급과 판매를 통제했다. 해방 후에는 미군정에 의해 뉴욕에 수출품 1호로 판매되어 부족한 물자를 구입하는 비용을 마련하기도 했다.

/김준 제공 우무로 만든 후식

또 6·25 전쟁 후엔 중석과 함께 한천은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수출 품목으로 외화 획득은 물론이고 식품 산업 등 경제 발전에 큰 역할을 했다. 한때 전국 10여 곳에 이르던 자연 한천 공장은 이제 밀양 한천 한 곳만 남았다. 기계로 우무를 건조하는 공업 한천도 몇 곳 없다.

/김준 제공우무를 얼녹이며 한천을 만드는 과정

한천은 젤리·푸딩·양갱 등의 결화제나 아이스크림과 요구르트 등의 안정제, 샐러드와 우무콩국 등으로 이용한다. 식품 산업만 아니라 의약품 시약, 조직배양용 배지로도 이용한다. 한천은 식이섬유가 톳보다 두 배나 많고, 포만감이 좋아 과잉섭취를 막고, 생리 기능에 역할을 해 다이어트 식품으로 인기가 좋다. 또 ‘내 몸의 청소부’로 알려져 있다.

/김준 제공하도리 바다에 떠 있는 작은 분홍색 부표들은 해녀들이 우뭇가사리를 채취해 담는 테왁이다.

이곳 식당에서는 한천을 이용해 냉모밀, 메밀비빔면, 어묵우동, 덮밥, 콩국, 후식까지 내놓고 있다. 한천의 역사와 문화를 엿볼 수 있는 국내 유일한 한천박물관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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