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소년사법체계의 ‘더 글로리’, 회복적 사법

기자 2023. 2. 1. 03: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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넷플릭스 드라마 <더 글로리>가 화제다. 김은숙 작가는 제목에 담긴 뜻에 대해 “내가 만난 학교폭력 피해자들이 공통적으로 원한 것은 가해자의 진심 어린 사과였다. 잃어버린 인간의 존엄이나 명예, 영광 같은 것들에 대한 사과를 받아야 원점이고 거기서부터 시작이라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최원훈 법무부 인천보호관찰소 소년과 책임관

진심 어린 사과는 피해자에 대한 공감과 자기반성에서 나온다. 따라서 시간과 노력이 필요하다. 가해자는 충분한 시간 동안 폭력의 상처를 치유하기 위해 진정성 있는 성찰을 하고 피해자에게 사과해야 한다. 그러나 학교폭력대책심의위원회는 가해자와 피해자를 분리하고 가해자를 신속하게 징계하는 데 주력한다. 접근금지나 출석정지, 강제전학, 퇴학 같은 징계만으로는 피해자의 회복을 통한 학교 공동체의 재통합을 이룰 수 없다.

학교폭력을 포함해 범죄를 저지른 소년은 형사법정에서 형사처분을 받거나 소년부 법정에서 보호처분을 받는다. 전체 소년범 중 폭력범은 약 25%이다. 보호처분의 경우, 폭력범이 가장 무거운 소년원 처분을 받고 소년원에 수용된 후 사회로 복귀할 때까지 피해자를 대면하고 사과할 기회는 거의 없다. 피해자는 소년이 어떤 처분을 받았는지도 모른다. 현행 소년사건 처리절차에서 가해 소년은 보호받지만, 피해자는 소외되고 배제되기 때문이다. 따라서 일부 소년의 사과와 반성은 재판을 앞두고 판사에게 제출하는 반성문 속에만 존재한다. 피해자에게 진정성을 가지고 사과하는 것이 아니라, 조금이라도 낮은 처분을 받기 위해 공허한 반성을 하고 선처를 구하는 소년들이 상당수다. 이들이 주로 재범을 저지른다.

최근 5년간 소년범 중 재범 소년의 비율은 평균 32%이다. 이 중 약 50%는 3회 이상 재범을 저질렀고 6회 이상 재범한 소년은 약 26%에 달한다. 소년원 퇴원 뒤 재범한 소년이 재범하는 데 걸리는 기간은 6개월 이내가 45%, 1년 이내가 30%이다. 재범률이 이처럼 높고 재범에 이르는 기간도 짧은 원인은 소년이 피해자의 피해 회복을 위한 책임을 지지 않기 때문이다. 재범 원인은 가정환경과 교우관계 등 여러 가지 요소가 얽혀 있지만, 그중 가장 현실적인 원인은 피해자에 대한 사과와 자기반성의 부재에서 찾을 수 있다.

소년이 범죄를 저지르고 경찰·검찰 조사를 받은 뒤 소년부 법정에 서서 보호처분을 받기까지 평균 6~7개월이 소요된다. 죄를 짓는 즉시 처벌을 받지 않으므로 죄책감 없이 재범을 많이 하고 사건들이 병합된다. 이 과정에서 피해자에게 진심 어린 사과와 보상을 하지 않은 소년이 자신의 범죄에 대한 경각심과 책임감을 가지기는 힘들다.

소년법의 이념과 목적은 응보주의에 기반한 엄벌이 아니다. 소년의 건전한 성장을 돕는 회복적 사법이다. 소년법의 보호처분은 교육적·치료적 처우에 기반한 교화 및 재사회화가 목적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사회에서 타인에게 신체적·정신적·물질적 피해를 준 소년은 건전한 사회 구성원으로 거듭나기 위한 의무를 다해야 한다. 가장 중요한 의무는 피해자의 피해 회복을 위한 책임을 다하는 것이다.

소년보호 절차에서 회복적 사법을 온전히 실현하기 위해 시급한 과제는 소년범죄 예방 및 재범 방지를 위한 인프라 확충이다. 소년 보호관찰 전담 인력을 증원해 보호관찰을 내실화하고 소년분류심사원을 증설해야 한다. 소년분류심사원은 재판을 앞둔 소년을 4주 동안 수용해 비행 원인을 분석하고, 인성교육과 상담을 통해 소년부 판사에게 처분 의견을 제출하는 역할을 한다. 따라서 소년이 유해환경 및 비행친구와 차단된 상황에서, 자신의 범죄와 피해자의 아픔을 성찰하도록 교육해 진심 어린 사과를 할 기회를 주고 있다.

최근 법무부가 마련한 소년범죄 종합대책에 따르면, 법원이 소년보호사건 심리 기일·장소를 피해자에게 통지하는 제도와 소년사법절차에서의 피해자 참석권 보장 규정이 신설될 예정이다.

현재 피해자는 소년이 어떤 처분을 받았는지도 모를 만큼 소년사건 처리절차에서 소외되기 때문에 나온 개선책이다. 하지만 피해자의 회복을 위해 피해자 통지 제도 및 참석권 보장은 가해자의 진심 어린 사과를 전제로 해야 한다. 가해 소년의 교화 및 재사회화 또한 피해자의 회복에서 시작해야 한다.

최원훈 법무부 인천보호관찰소 소년과 책임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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