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월회의 행로난] 사냥의 정치와 성찰의 정치

기자 2023. 2. 1.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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맹자는 참으로 거침없고 당당했다. 그가 살았던 시대의 군주는 국가 장치를 사적으로 악용해서라도 누구든 죽일 수 있는 존재였다. 그런 군주 앞에서 맹자는 사뭇 꿋꿋하게 하고 싶은 말을 다 했다.

한번은 군주가 조정의 고위관리에 대해 물었다. 맹자는 먼저 고위관리에는 군주와 친척인 경우와 그렇지 않은 경우의 두 종류가 있다고 전제했다. 그러고는 후자는 군주가 잘못을 범했을 때 이의 교정을 간했음에도 고치지 않으면 군주를 떠나버리지만 전자는 군주를 쫓아낸다고 했다. 절대 권력을 쥔 군주의 면전에서 당신이 과오를 고치지 않으면 친척 출신 고위관리는 당신을 축출하게 마련이라는 말을 아무렇지도 않게 하였다.

이뿐만이 아니었다. 하루는 군주가 맹자에게 가르침을 청하자 맹자는 대뜸 몽둥이로 사람을 죽이는 것과 정치로 죽이는 것 사이에 어떤 차이가 있냐고 물었다. 군주가 똑같다고 답하자 이번에는 칼로 죽이는 것과 정치로 죽이는 것은 어떠하냐고 물었다. 군주는 이번에도 똑같다고 답했다. 그러자 맹자는 궁중에는 살진 고기와 살진 말이 있는 반면 백성들은 굶주리고 들판에는 굶어죽은 자의 시신이 뒹구니 이는 정치로 백성을 죽여 동물에게 먹이로 던져준 것이라는 돌직구를 날렸다. 나아가 “진실로 어진 정치에 뜻이 없다면 평생 근심하고 치욕을 겪다가 사망이라는 함정에 빠질 것”이라며 협박에 가까운 언사를 구사하기도 했다.

맹자는 군주의 이러한 통치를 ‘사냥’이라고 규정했다. 그는 흉년이 들어도 백성에게 일정한 수입이 있도록 보장해주는 것, 곧 ‘항산’을 보장해줌이 정치의 기본이라고 못 박았다. 그렇지 못하면 백성들은 피치 못하여 일탈하게 되는데, 항산은 보장해주지 못하고 일탈했다고 하여 그들을 처벌한다면 이는 정치가 아니라 백성을 그물로 사냥하는 것이라고 단언했다.

이 또한 정치라고 우긴다면 ‘사냥의 정치’라 할 수 있을 듯싶다. 반면에 맹자가 정치의 기본으로 제시한 것은 ‘자반(自反)’, 곧 성찰의 정치다. 자반은 스스로를 돌이켜 성찰한다는 뜻이다. 그는 군주가 “자신을 성찰하여 바로잡으면 천하가 그에게 돌아온다”고 자신했다. “정치는 바로잡음이다”라는 공자의 가르침을 한층 명료하게 규정한 것이다. 갈수록 공명케 되는 통찰이다.

김월회 서울대 중어중문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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